국민이 체감하는 실질적 경제 상황은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일부 정치인의 낙관적인 전망과 동떨어져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정브리핑에서 “우리 경제가 확실하게 살아나고 있습니다”라고 발표했고, 한덕수 국무총리도 지난 3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경제가 확연하게 살아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지난 9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도 “25-29세에서는 역사상 가장 높은 고용률인 72.3%를 보였다”며 객관적인 수치를 제시하며 한차례 더 경기회복추세를 강조하기도 했다. 놀라운 사실은 일부 정치인의 발언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수치만을 준비해 온 것이기는 하지만, 실제 통계에 기반했다는 것이다. 통계청이 지난 11일 발표한 ‘2024년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달 15~64세 고용률은 전년동월대비 0.2%p 상승했으며(69.8%), 실업률은 전년동월대비 0.1%p 하락(1.9%)했다. 고용률과 실업률에 관한 지표만 본다면 실제로 경제 상황이 차츰 나아지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통계청 자료의 각종 지표를 찬찬히 살펴보면, 우리 경제가 ‘천천히 죽어가는’ 모습이 관찰된다. 먼저 가장 활발히 경제 활동에 참여할 것으로 기대되는 청년층의 고용은 축소됐다.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46.7%로 전년동월대비 0.3%p 하락했다. 연령계층별 취업자의 전년동월대비 증감을 살펴보면 60세 이상(23만 1천 명▲), 30대(9만 9천 명▲), 50대(3천 명▲)에서 증가가 있었으나, 20대(12만 4천 명▼)와 40대(6만 8천 명▼)에서는 감소가 있었다. 정부 주도로 노인 일자리 사업이 진행되며 60세 이상 고용이 활발해진 덕분에 전체 고용률은 상승했지만, 가장 활발히 경제 활동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20대와 40대 취업자는 감소한 것이다. 또한 고용률이 곧 ‘양질의 일자리’와 ‘생계를 유지하는 데 적당한 소득’ 그 자체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취업시간대별 취업자를 살펴 보면 올해 8월 기준 전체 취업자 중 절반이 넘는 54.6%가 취업시간이 36시간 미만인 단시간 근로자였다. 이는 전년동월대비 203만 7천명(14.9%) 증가한 수치로, 청년층 사이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자 취업이나 이직을 준비하는 기간에 단시간 근로에 나선 영향으로 생각된다. 

  또한 실업률을 산정하는 모수에는 일하지도, 구직활동을 하지도 않는 ‘쉬었음’ 인구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맹점도 있다. 같은 자료에서 ‘쉬었음’ 인구는 전년 동월에 비해 24만 5천명 늘어난 28백 56만 7천명으로, 2003년 이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연령대별 ‘쉬었음’ 인구는 전년동월대비 모든 계층에서 증가했다. 최근 불경기로 축소된 시장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얻을 수 없어 취업을 포기하는 사람이 늘어났다는 점을 떠올려본다면, 몇몇 정치인이 통계 지표 중 일부 유리한 지표만을 언급하며 ‘경제가 살아났다’는 근거로 활용하는 행태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우리 경제에서 무엇보다 우려되는 점은 가계의 실질소득이 감소했으며, 내수 부진의 여파로 일자리 시장이 축소되고 일자리의 질 역시 낮아졌다는 것이다.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일부 수출·제조업 분야에서는 경기 회복의 흐름이 관찰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이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경제, 실제 취업시장의 확대, 가계 소득 증대, 내수시장 확대까지 연결되고 있는지는 미지수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 9일 발간한 ‘9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높은 수출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고금리 기조로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서 경기 개선이 제약되는 모습”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여전히 실제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표심’만을 생각하며 당장 닥친 위기 위기를 모면하고 ‘정신승리’할 수 있는 통계지표를 찾기에 급급하다. 경제 성장의 근간은 좋은 일자리이다. 고용이 안정돼야 소비도 늘고, 결혼도, 출산도 생각해 볼 여지가 생긴다. 정부는 정치지표 하나에 일희일비하기보다 현실을 직시하고, 노동과 산업구조를 개혁해 먼저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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