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은 같은 학교, 같은 학과에 속하지 않는 이상 다른 대학원생의 삶을 알기 어렵다. 누군가 대학원이 학부와 어떤 점이 가장 다른지를 묻는다면 필자는 주저 없이 학생들이 교류하며 정보를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가 부족하다는 답을 할 것이다. 학부생 때는 학과, 단과대, 심지어는 타 대학 간 교류가 활발해 나와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지만, 대학원에 진학하고 보니 그럴 기회도, 여유도 많지 않다는 걸 느낀다.
대학원 커뮤니티가 부족하다 보니 학부에서 대학원을 가기로 마음 먹었을 때에도 대학원 정보를 구하기 어려웠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진학하고자 하는 학과에서 나온 학술논문이나 교수님의 논고를 읽고 상담을 신청하는 것, 혹은 이미 대학원에 진학한 지인을 통해 나와 직접적인 관련 없는 다른 학과의 단편적인 이야기를 듣는 것뿐이었다. 김OO넷과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나 개인 블로그 글도 많이 읽어봤지만 진솔한 이야기를 찾기 어려운 데다 대부분의 글이 이공계 연구실에 대한 소고이기 때문에 인문학도가 구할 수 있는 정보는 한정적이었다.
대학원에 진학하고 공부하는 내용을 좁혀갈수록 학계가 생각보다 많이 좁고, 그것이 내게 가까워지고 있다는 걸 느낀다. 우리대학의 우리 학계 사람들과는 긴밀해지는 반면 ‘우리대학의 다른 학과’ 사람들과는 점점 접점을 잃어가는 중이다. 내 또래의 다른 학과 대학원생들은 어떤 공부를 하고, 어떤 직업을 갖게 되고, 어떤 생활을 하는지 무척 궁금하지만 원내에서 이들을 마주할 기회가 많지 않다. 또한 우리대학 대학원 과정을 마친 졸업생들의 삶에도 호기심을 갖지만 어느 학과의 졸업생이 사회의 어떤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지 알 길이 막막하다.
현재 원내에서 대학원 소식을 구할 수 있는 커뮤니티로는 우리신문이나 대학원 총학생회 정도가 있는데 대부분의 원우는 신문사와 총학생회의 존재 여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대학원 입학 전후로 대학원생 커뮤니티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학내 언론사로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반성하며, 나아가 이어질 신문에는 더 많은 우리대학의 소식을 전하는 한편 인터뷰 지면을 추가해 사회에서 활약하는 우리 대학원 졸업생의 소식을 전하고자 한다.
커뮤니티는 단순한 정보 교류의 장을 넘어 심리적으로 소속감과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울타리이다. 학부 졸업 후 취업을 해서 사회초년생이 되는 친구들과 달리 연구에 몰두하는 대학원생은 학과 이외에 다른 곳에서 소속감을 느끼기 어렵다. 대학의 경쟁력은 학생의 소속감과 연구 성과로 강화된다. 대학원생에게 대학원 커뮤니티는 단순한 정보 교류의 장 이상의 의미를 갖기 때문에 학생 스스로는 물론, 학교 차원에서도 대학원생 교류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