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우리에게 익히 알려져 있는 이 문장은 17세기 영국의 신부였던 존 던의 시 제목이다. 파시스트에 저항하며 스페인 내전에 참전했던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존 던의 시를 차용해 장편 소설을 발표했다. 스페인 내전 당시의 자전적인 경험이 바탕이 된 작품이다. ‘누구도 그 자체로서 온전한 섬이 아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시는 2022년 현재의 우리에게 많은 바를 시사하고 있다. 시에서의 종은 조종, 즉 죽은 자를 애도하며 치는 종을 의미한다. 애도와 추모의 종은 죽은 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지금 우리는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고 있나.
세계가 러시아를 주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각국의 지지 역시 뜨겁다. 지난 8일에는 냉전 해체의 상징이었던 맥도날드가 러시아 내 850개 매장을 철수하겠다고 발표했다. 구소련 붕괴 직전인 1990년, 모스크바 푸시킨 광장에 1호점을 낸지 32년 만이다. 애플, 스타벅스, 펩시, 이케아 등 글로벌 기업들도 이와 같은 제재에 동참하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있다.
193개 유엔 회원국 가운데 141개국이 러시아의 즉각적인 군사 철회를 요구하는 결의안에 동의했으며, 2022년 베이징 패럴림픽에 참가한 우크라이나 선수단은 메달을 딴 후 평화와 전쟁 반대를 외치며 국가의 안녕을 기원했다. 장자커우 선수촌 앞에서는 전쟁 중단을 촉구하는 1분간의 묵념이 진행되기도 했다. 칸 영화제와 베니스 영화제가 러시아 대표단을 초청하지 않겠다고 밝힌 데 이어 유럽 영화계와 할리우드 역시 러시아 보이콧을 선언하며 우크라이나의 목소리에 힘을 보태고 있다.
유엔의 보고에 따르면, 2월 24일 오전 4시부터 14일 0시까지 우크라이나에서 600명이 넘는 무고한 민간인이 숨졌다. 여기에는 어린이 46명이 포함돼 있다.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사상자 보고와 검증이 지연되고 있는 탓에 실제 수치는 더 많을 것이라 짐작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격을 중단해야 한다. 전쟁은 어떤 이유로든 결코 정당화될 수 없으며, 비인도적인 폭력 방식은 오래 갈 수 없음을 인지해야 한다. 전쟁을 통해 주어지는 미래란 없다. 전쟁은 야만적인 범죄 행위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무고한 희생이 더 이상 생겨서는 안 된다.
국제형사재판소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공식적인 전범으로 회부한 데 반해, 러시아 언론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특수 군사 작전’이라고 칭하고 있다. 국제적인 연대의 힘으로 평화와 민주주의를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누구도 그 자체로서 온전한 섬이 아니다. 모든 사람은 대륙의 한 조각이며 대양의 한 부분이다. 어떤 이의 죽음이든 나를 감소시킨다. 나는 인류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누구를 위해 종이 울리는지 알기 위해 사람을 보내지 마라. 종은 그대를 위해 울린다.’
존 던의 시 일부를 옮긴다. 먼 과거의 뜨거운 선언과 날카로운 통찰은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우크라이나의 국기가 상징하는 것처럼, 푸른 하늘과 비옥한 국토 사이에서 당연한 평화를 누리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유도 모른 채 집을 떠나는 아이들의 모습이 아닌 무력과 폭력이 없는 곳에서 웃는 아이들의 모습을 바란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일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