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으로참치찌개를 먹다가바다 생각이났다

파도에 단련된 물고기들이분주하게입구를 오가고 있었다

더러는 그물에 걸리고굵은 낚시 바늘에입술이 뚫렸지만

계속해서 헤엄치고 있었다

하나 둘 입말을 잊어버리고통조림에 담길 상처와그 적막의 배후까지잊어버린 채

바다로 바다로내면의 소용돌이를 풀어내고 있었다

겸상을 허락하지 않는바다의 식탁에정신만 남은 물고기들이 찾아온다

빈자리마다 비린내자욱한 분식집에서아무렇지도 않게 계산을 마칠 때

어떤 허기는찌개 속 살점을 덜어주고서야 잔잔한등짝을 드러낸다당황스러운 이 고백마저도

다 같은 어족(魚族)이었음을 눈짓하는 것이다

<시인 소개>2010년 시인세계 등단.시집 『모스크바예술극장의 기립 박수』, 『소피아 로렌의 시간』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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