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민주화의 미래

△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권영태씨(왼쪽)와 김종우씨(오른쪽)
대학원 신문(이하 대) : 이번 좌담회는 경제민주화라는 말 자체가 구체성 없이 에둘러져 사용되는 경향이 있어 구체화가 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열게 되었다. 지금 여러 논객들이 자기 나름대로 경제민주화를 정의하고 있다. 그것들을 짚어가면서 경제민주화라는 것에 대한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지 나름대로 규정해 보고, 그 규정을 잣대로 대선후보들의 공약들을 점검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자기소개 간단히 부탁한다.
권영태(이하 권) : 동국대 북한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한 권영태이다. 대선이 얼마 안 남은 시점에서 좌담회가 열리게 되어서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김종우(이하 김) :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한 김종우이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이슈를 다시 한 번 정리할 수 있다는 면에서 이번 자리가 어떤 의미가 있을지 기대된다.
대 : 경제민주화가 이슈가 되고 있는 배경을 개괄해주었으면 좋겠다.
김 : IMF이후 경험하고 있는 양극화나 실질적 체감 경기가 굉장히 둔화되면서 중산층이 붕괴되고 있다는 부분에서 경제적인 차원에서 어떤 공정성에 대한 요구들이 굉장히 부각되었다. 이전 무상급식 논쟁이 그런 요구들에 불을 붙였다고 볼 수 있다. 가장 단순하게 이야기하자면 우리가 지금 여기서 직면하고 있는 삶의 문제들이 왜 이렇게 힘들게 진행이 되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이 지금의 경제 민주화에 대한 큰 틀을 형성을 하면서 논의를 여기까지 이끌고 온 것이라 할 수 있다.경제 민주화라는 단어 자체가 처음 사용된 것은 19세기 말에 시드니 웨브 부부에 의해서이다. 그 당시의 경제적 민주주의, 경제적 민주화의 의미는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경제화의 의미와 조금 다르게 굉장히 사회주의적인 색채들이 가미되어있었다. 특히 노동자들의 경영참여라든지 혹은 주주를 소유하는 형식으로든지 노동자들이 기업의 관리에 참여하는 이른바 자주관리에 대한 문제들을 중심으로 경제적 민주화가 논의가 되었다. 그런데 이후에 자유주의적인 색채와 함께 맞물리면서 어떻게 시장 경제를 보다 공정한 형태로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경제적 민주화의 또 다른 한축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한국 같은 경우 87년 이후에 산업민주주의와 같은 노동자 참여형식의 경제민주화 논의들이 부각이 되다가 김영삼 정부에 들어서면서 시장 경제를 조금 더 공정한 형식으로 변화를 시킬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라는 자유주의적인 경제민주화의 논의로 점진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최근의 경제민주화의 논의들이 재벌개혁과 같은 경제적 공정성의 확보, 시장 경쟁에서의 기회균등과 같은 것들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시드니 부부가 말했던 서민주의적인 색채보다는 자유주의적인 색채로 변화한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권 : 조금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최근의 경제 민주화는 집권당의 후보가 대표적인 공약으로 내세우다 보니까 활성화된 측면이 있던 것 같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현 정부에 대한 반감의 표출이라고 본다. 현 정부의 기업인 우대정책과 같은 것들이 국민들이 보기에는 너무 가진 자들을 위한 정책으로 보였을 수밖에 없었을 것 같고 국민들이 당연히 이런 요구를 하는 것 같다.
대 : 신자유주의에 대한 논의를 기대하며 이야기를 꺼냈다. 신자유주의와 경제 민주화는 어떤 관련이 있는가?
김 : 사실상 신자유주의와 경제민주화는 떼어 놓고 설명하기 어려운데 그 이유는 신자유주의가 가져오는 노동시장에서의 유연화, 고용의 불안정, 비정규직의 증가와 같은 양극화현상이 경제민주화 요구에 대한 주요한 배경으로 작용을 했기 때문이다. 그게 사실상 신자유주의 연장선상에 있는 지금의 이명박 정부로 넘어오면서 성장주의로 대변되는 747정책들이 좌초되고, 그 좌초에 더해 근 10년간의 정책 실패의 피로가 누적되는 과정에서 성장위주의 신자유주의 정책 보다는 경제 민주화에 대한 요구가 등장하게 되었다. 그 요구가 컷기 때문에 심지어 여당 쪽에서 복지와 경제 문제에 대한 이슈를 먼저 선점하는 그런 상황에까지 오게 된 것이다.
권 : 역사적으로 볼 때 자본의 질서는 이윤추구라는 목표를 위해 확장되고 견제되는 과정이 늘 반복되어 왔다. 사실 그래서 최근 사회 안에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들이 반드시 신자유주의 확대 때문에 발생했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작년의 무상급식 논쟁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정치에서 무상급식과 같은 문제들이 주된 논쟁으로 이뤄지는 것을 보고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스웨덴 같은 북유럽 복지국가들의 경우 사회민주주의라는 정책이 20세기부터 형성되면서 자리를 잡아왔다. 그러나 여태 우리 사회는 복지 문제를 두고서 미국식 복지로 갈 것이냐 유럽식 복지로 갈 것이냐에 늘 논쟁이 있었다. 사실 나는 신자유주의 확대를 단순히 그런 논쟁 차원의 문제로만 생각했다. 정치인들도 국민들의 표를 얻기 위해서 현재의 이슈인 복지나 경제 민주화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이게 논의된다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가 조금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아닌가 싶다.
대 : 신자유주의와 전통적 자유주의 개념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김 : 아담스미스의 자본주의에 대한 정의가 아니라 19세기에서 1차 대전까지 영미권에 팽배했던 자유주의적인 형태를 말하는 것이다. 이른바 시장만능주의와 다름 아닌 형태였는데, 이에 대한 수정의 요구가 경제대공황 이후에 찾아왔다는 것은 이제 거의 다 알고 있는 부분이다. 그 이후 80년대에 들어서 전체적인 경제 위기와 함께 자유주의가 재논의 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테면 ‘이전에 복지 위주의 경제 체제에서 어떤 새로운 환류를 어떻게 쏟을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고, 그런 논의를 새로운 자유주의로의 형태로 끌어오는 과정에서 신자유주의라는 일종의 담론이자 어떤 정책적인 이론들이 대두가 되기 시작했다. 사실상 그런 의미에서 이 신자유주의라는 게 자유주의적 시장적 경제가 가지고 있던 어떤 부분들을 재해석하는 과정이지 않았나, 라고 생각이 된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신자유주의는 금융에 대한 규제를 점점 낮춰간다는 부분에 있어서 이전에 자유주의와는 또 다른 파급력을 갖고 있고, 그때보다 더 글로벌화 된 세계에서의 자유주의인 만큼 보다 폭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지점들이 있다. 그런 식으로 어느 정도 구분을 할 수는 있겠지만 사실상 이 양자를 딱 잘라서 구분을 하긴 좀 어렵지 않을까, 라고 생각한다.
대 : 그렇다면 현재 논의되고 있는 경제민주화라는 개념이 그 이전 아담스미스의 개념과 맞물리는 부분이 있는가?
김 : 아담스미스는 사실상 국가의 개입이나 외부적인 제도의 개입에 의해서 시장이 통제가 되는 것 보다는 시장 내에서 행위자 개개인들이 어떤 도덕적인, 윤리적인 부분들을 통해서 자기 통제를 함으로써 시장의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다, 라고 봤다.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는 굉장히 윤리적인 부분과 공정성을 강조하는 사상가라고 얘기를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고전적인 경제학 혹은 고전적인 자유주의를 다시 논의해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 아담스미스의 도덕감정론과 같은 공감의 논리들은 현재 경제민주화 논의에서 얘기하고 있는 공정성의 부분들과 맞물릴 수 있는 주장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차이가 있다면 경제민주화를 얘기하는 측에서의 공정성이 제도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아담스미스의 공정성 혹은 공감은 보다 행위자적인 측면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권 : 아담스미스는 애초에 복지라던가 사회적 차원의 대책을 함께 이야기했다. 그것을 자본가들이 보이지 않는 손의 원리만 편취한 것이다. 고전적이든 신자유주의든 자유주의가 확산되는 과정에서 당연히 복지라든가 경제민주화의 측면이 강조되어야 한다. 다만 고민해야할 부분은 그걸 유럽처럼 국가가 할 것이냐, 아니면 미국처럼 돈 있는 자들이 나서서 민간에서 기금을 모은다거나 NGO를 한다거나 하는 형태로 할 것이냐이다.
대 : 정리해 보면 김종우 대담자는 아담스미스 같은 경우는 양심과 같은 어떤 윤리적 잣대를 가진 개인에게 시장경제가 맡겨질 수 있는 행위자 중심이었다는 것이다. 권영태 대담자는 복지나 경제민주화를 하는 행위의 주체자가 국가가 될 것이냐 아니면 민간(자본가)이 될 것이냐에 초점을 맞췄다. 그렇다면 국가의 개입을 케인즈주의라는 측면에서는 어떻게 볼 수 있나?
김 : 케인즈주의의 의미는 시장의 원리를 보다 원칙에 맞게 하기 위해서 누가 개입을 할 것이냐의 문제이다. 오늘날 경제민주화 논의는 독점적인 주체로서의 재벌들을 어떻게 개혁을 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에 대한 대책은 여러 개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 행위주체로서의 국가를 빼놓고 더 이상 얘기할 수 없지 않겠느냐, 라는 의견들이 강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국가보다도 국가 외에 다른 주체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일단 제도적 접근들이 강조되어야 한다는 것을 동의하고는 있다. 기존의 아담스미스가 얘기했던 행위자 차원에서의 도덕성, 윤리의 문제로는 더 이상 어떤 현실적인 설득력을 얻을 수 없다는 지점에서 여전히 케인즈주의 혹은 조정의 원리들이 유효하지 않을까 생각한다.어떤 제도로 어떻게 개입을 할 것이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사실상 지금 후보들이 내놓고 있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주 쟁점들은 결국 개입이며, 그 부분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그 부분을 이제 어떠한 형태로 이야기하느냐의 차이다. 즉, 케인즈주의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지만 그와 관련된 다양한 논의들을 끌고 와서 사용하고 있는 것은 사실상 똑같다
권 : 김 대담자의 말에 공감한다. 경제민주화라는 것은 결국 적당한 국가 개입으로 자본의 무한한 횡포 같은 것들을 견제하자는 것이다. 그런 움직임은 20세기 유럽의 역사에서 보면 사회민주주의라는 형태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유독 우리사회에서는 케인즈주의를 좌파, 라는 식으로 몰아가는 것 같다. 그러나 이미 학술적으로나 정책적으로나 전 세계적으로 다 정리된 것이다. 지금은 색깔론이 아닌 결국 경제민주화라는 것을 적정한 선에서 어떻게 어디부터 할 것인가? 와 같은 문제들이 논의되어야 하는 게 옳다. 그런 의미에서 87년 헌법에 경제민주화 조항을 만든 국민행복추진위원장 김종인씨가 박근혜 캠프에 있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대 : 그럼 이제 양 진영의 경제민주화 개념을 좀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봤으면 좋겠다. 김종인 행복추진위원장과 이정우 교수의 경제민주화란 무엇인가?
김 : 김종인 위원장이 얘기하는 경제민주화가 역시 가장 초점을 맞주고 있는 것은 재벌개혁이라는 부분이다. 재벌개혁에 있어서 부의 재분배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 그리고 사회적 공정성의 확보를 위해서 진행되는 재벌개혁을 어떻게 진행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 국가의 개입이라는 부분을 굉장히 강조하고 있다. 아무래도 박근혜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서 개혁이라는 단어를 계속 사용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 어찌되었건 양 진영 씽크탱크에서의 경제민주화는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진 내용이 아닌가 싶다.
권 : 김 대담자가 말씀하신 것처럼 세부공약으로 들어가면 별 차이가 없다. 근본 변혁을 해서 자본주의를 뒤집자는 후보도 없다. 사실 그래서 경제민주화가 잘 되면 잘 될수록 국민들 삶에 도움이 되고 가진 자들에게 편중된 것들이 개선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대선이 좋은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대 : 안 후보는 대선 전에 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키자고 했다. 대선 전에 어떠한 합의가 될 것이라고 볼 수 있는가?
김 : 사실상 이 문제를 논의하려면 각 후보들이 어떤 법안을 현실의 영역에서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 또한 그것을 대선 이전에 어떻게 현실적으로 추진할 것인지 논의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아직 논의가 불충분한 상태이다.
대 : 이정우 교수는 정치민주화를 했으니 이제 경제민주화다, 라는 이야기를 했다. 아까 김종인 위원장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보인다. 이 좌담에서도 나름의 정의를 내려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김 : 경제민주화 개념자체가 이한구 원내대표말처럼 굉장히 유동적일 수밖에 없는 건 민주주의가 가지고 있는 양면성과도 연결된다. 자유의 측면에서 민주화를 할 것인지 평등성을 강조할 것인지 시각자체가 달라질 수 있는데, 경제적 민주화도 사실상 그런 토대위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사회에서는 평등이라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야 하지 않겠느냐, 라는 생각이 든다.
권 : 일단 헌법에 있는 내용대로 국가가 어느 정도까지 할 것인가를 잘 논의해서 진행되는 쪽으로 가면 충분하지 않겠나 생각한다.
대 : 마지막으로 각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점검해보았으면 한다.
김 : 아직 구체적인 공약이 나오지 않아 이른 시기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은 진정성이 문제가 될 것 같다. 과연 새누리당이 그걸 추진할 진정성이 있는가가 더 강조되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권 : 일단 각 대선 후보캠프에서 본인들이 내세운 말만이라도 잘 지키고 의지를 가지고 강하게 추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 : 그래도 경제성장만을 따라갔던 저번 대선보다는 좀 더 희망이 있지 않나 싶다.
권 : 거시적으로는 큰 진전이라고 본다. 어떻게 무엇을 할 것이냐를 생각할 수 있는 시점이고 그런 의미에서 희망적으로 보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
김 : 다시 또 원론적인 이야기 같기는 한데 경제민주화라는 이슈자체가 결국은 그 안에 담고 있는 민주성에 대한 고민들을 전사회적으로 환기시켰다는 점에서 이전에 비해 굉장히 많은 변화가 발생하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 자리를 통해서 그런 이슈들에 대해 정리를 할 수 있었다는 점, 굉장히 유익한 시간이었다.
대 : 경제민주화에 대한 개념을 좀 더 고민할 수 있는 토론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참여해주신 두 분께 감사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