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장학금 삭감 통보에 당황, 조교들 간의 네트워크 조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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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구조교 현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구고 있는 교책연구기관 연구조교(왼쪽)와 사회과학대 연구조교(오른쪽) |
대학원신문사(이하 대) : 연구조교들의 근로 장학금 삭감과 관련하여 그 현황을 알아보고자 자리를 마련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사회과학대 연구조교(이하 사) : 사회과학대 소속 일반연구기관¹연구조교이다. 현재 박사과정 4학기이고 본 연구소에서 조교 업무를 담당한 지는 1년 반 정도 됐다.
교책연구기관 연구조교(이하 교) : 교책연구기관²연구조교이다. 현재 박사과정 3학기이고 연구조교는 2년째 맡고 있다.
대 : 문과대 조교님은 개강 이후에 연구조교 A에서 B로, 사회과학대 조교님은 개강 전에 연구조교 A에서 전액 삭감으로 전환됐다. 그 당시의 느낌은 어땠나?
사 : 개강 전에 장학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공문을 받았는데, 요즘 말로 하면 멘탈 붕괴였다. 연구기관 지원 사항은 소속 단과대학에서 예산을 자체적으로 운영한다는 규정에 의해 사회과학대의 결정으로 전액 감액되었다. 결국 소장님의 강력한 반발로 전액 삭감에서 반액 삭감으로 변동됐지만. 등록금 인하 및 동결과 관련된 문제인지 아니면 재단전입금의 문제인지 확실하지 않다. 어찌됐든 학교 재정상의 문제를 계기로 발생한 것 같다.
교 : 근로 장학금³삭감에 대해서는 개강 이후에 알게 되었다. 과장님께서 조교들 장학금이 지연돼서 문의해 봤더니 기다리라는 답뿐이었다. 그러던 중 삭감되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학교에서 미리 통보를 해주었으면 조교들이 연구를 하는데 계획을 세울 수 있었을 텐데, 학기가 시작하고 갑작스럽게 연락을 받아서 황당했다. 그 부분이 제일 부당했다고 생각한다.
사 : 조교 장학금뿐만이 아니다. 연구소 학술회의 때 발간되는 학술지 예산도 75%나 줄었다. 책 한 권을 내도 학술지 예산의 50%를 차지하는데, 연구 중심 대학으로 가겠다고 하던 학교가 정말 의지가 있는지 모르겠다. 연구 재촉 공문은 계속 오는데 예산은 깎고, 조교는 자르고, 연구소 운영 예산까지 삭감된 상황이다.
대 : 삭감 이후 연구소 내에서의 반응은 어땠나? 조교 업무⁴에는 변화가 있었나?
교 : 업무환경은 전혀 변하지 않았는데, 이름만 연구조교 A에서 B로 바뀌었다. 연구소 소장님과도 이야기를 했는데 연구조교 B에 맞춰서 그 동안 맡고 있던 업무를 하루아침에 당장 줄일 수도 없고, 학교 측에서 이렇게 나오니까 과장님도 많이 당황한 눈치였다. 예산부에서 예산안을 짜고 총장님께 보고한 뒤, 각 부서별로 통보를 했다고 하더라. 예산을 짜기 전에 해당 부서들과 논의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점이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안 된다.
사 : 우리 연구소는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했다기보다 타 연구소들은 전액에서 반액으로 삭감됐는데, 우리만 전액 삭감하기에는 형평성 문제가 있어서 그게 걸리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반액 삭감으로 합의를 본 것 같다. 근무 조건은 변한 것이 없다.
대 : 조교 및 대학원생으로서의 일상생활은 어떠한가? 조교 업무와 학업을 병행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교 : 9시에 출근해서 5시에 퇴근한다. 잦은 잔업을 하는 조교들에 비해서 업무 환경은 좋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번 학기부터는 장학금이 반액으로 줄어들어서 다른 데에서도 일을 하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두 번, 외부에서 강의를 한다. 조교라는 제도가 분명 학업과 병행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제도인데, 갈수록 환경이 나빠지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
사 : 교책연구기관 조교 분과 비슷하다. 낮에는 업무를 보고 오후에 야간 수업을 듣고 있다. 연구소 프로젝트가 있어서 틈틈이 업무를 보다 보면, 결국 심야 시간대에 발제 준비를 하거나 공부를 할 수 밖에 없다. 공부를 하러 온 건지, 행정 업무를 보러 온 건지 모르겠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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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011년 3월, RE_START PROJECT의 일환으로 연구 활성화 및 연구 지원을 위한 '연구경쟁력강화위원회'가 발족되었다. |
대 : “조교”의 장점과 단점을 꼽는다면?
교 : 외부에서 일을 하게 되면 학교에 오가는 시간도 있고, 만약에 문제가 생기면 교내에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더 힘들다. 지금 외부 일을 병행하면서 가장 통감하고 있는 점이기도 하다(웃음). 그래서 교내에서 조교업무를 하면 그나마 학업과 병행하는 데 있어서 유리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번처럼 예고 없이 통보를 받으면 학교 행정에 제대로 문제 제기도 못 하는 입장에 놓이게 된다. 학생과 직원사이라 할까, 교수님들의 눈치도 봐야하고…… 조교의 신분이 애매한 것 같다. 제가 있는 연구소는 같이 일하시는 분들이 좋아서 불편은 없는데, 어떤 부서에서는 조교에게 사적인 일을 맡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더라.
사 : 저도 중앙일보에서 방송 모니터링 일을 병행하면서 학교에 다닌 적이 있는데, 아무래도 학교에서 일하는 것이 학업에는 도움이 된다. 그런 부분에서는 확실히 조교 제도가 장점으로 작용한다. 단점으로는 조교 자리가 한정되어 있어서 그 자리를 놓고 치열한 눈치 싸움이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그 과정에서 심리적 부담을 느끼기도 한다. 학내에서 조교 자리를 못 구하면 외부에서 일을 해야 하는데, 석사 1·2학기 학생들에게는 부담스러운 일일 것이다.
대 : 본교 대학원에 입학 이후 지금까지 대학원 총학생회나 학교 측에서 연구지원이나 학비지원 등을 받은 경험은 있는지?
교 : 대학원 총학생회에서 머그컵이나 우산 같은 것을 받거나, 학술대회 발표 지원비 , 학술 세미나팀 지원 정도이다.
사 : 본교 학부 졸업이라 입학비가 면제된 것과 석사 과정 때 총학생회 간부 장학금을 받았다. 그 외에는 2008년에 없어졌는데, 각 학과 별로 추천해서 한두 명에게 총장 장학금 100만원을 줬었다. 추천 대상에 올라갔었는데 성적이 안 돼서 못 받았다(웃음).
대 : 그렇다면 대학원생 지원이 조교제도 이외에는 전무하다고 볼 수 있는가?
교 : 체감하기로는 거의 그렇다고 볼 수 있다. 학술지에 등재되거나 학술대회 발표 보조비 지원을 신청하면 예산이 한정 되어 있어서 선착순으로 지급한다고 하더라. 작년 12월에 학술대회에서 발표를 해서 보조비 지원신청을 했더니 예산이 없다고 해서 결국 못 받았다. 지원제도가 선착순이라는 점이 이해가 안 된다. 또 논문을 등재후보지에 싣는다고해서 지원금을 주는 양적 방향만이 아니라 인용빈도와 같은 질적 평가를 통해서도 지원해 주는 방향으로 가야할 것 같다.
사 : 앞서 했던 말인데, 연구중심대학으로 가겠다고 주장하면서 연구기관들 예산이나 조교들 장학금을 삭감한 것은 모순이다. 한 번은 학술회의를 개최하려고 강의실을 빌리려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그 강의실의 사용 일정이 비어있었지만 학내 주요 일정이나 취업 설명회 등의 행사에 대응하기 위해 대관이 불가능하다는 대답뿐이었다. 국제 학술회의나 중요한 학술회의 일정으로 진행한다 해도 대관 승낙이 안 됐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봤더니 몇몇 연구소들은 대관이 잘 된다고 하고. 대관 불승낙 기준이 도무지 납득이 가질 않았다.
대 : 본교 대학원 지원은 조교제도가 영향력을 가장 크게 발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조교 역시 장학금의 형태로 노동의 대가를 받고 있다. 국립대 조교들 같은 경우에는 2년 계약직 공무원으로 임용이 된다. 비정규직일지라도 직원으로서 임용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사 : 저도 그 점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하지만 그럴 경우 수료생을 대상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재학 중인 학생에게 그와 같은 경우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재학생에게는 일의 대가가 아닌 순수하게, 장학금의 형태로 지원해야 하는 거 아닌가(웃음). 등록금은 낮아져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장학금이 대폭 지원되어야 한다. 조교를 한다하더라도 업무 부담이 적으면서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연구 실적이 나오면 해당 조교들에게도 장학금을 더 주는 방식이라든지. 일방적으로 협의 없이 노동 조건을 변화시켰다는 것, 이런 일이 일반 회사에서 벌어졌다면 파업이다. 그런데 학교라는 이유로, 학생이라는 이유로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만약에 정식으로 계약관계가 성립되면 예전 한양대 조교노조처럼 무언가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대 : 이번 연구조교들의 장학금 삭감문제에 대해 원우들이 모르는 경우가 많고, 대응체제도 꾸려지지 않고 있다. 연구조교들뿐만이 아니라 앞으로 교육, 행정조교들의 처우문제에 있어서도 민감한 사항이라 볼 수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교 : 저희 연구소 같은 경우, 부서가 여러 개 있음에도 각 부서 별로 분리되어 있어서 조교들 사이에 친밀감이 없다. 일 업무도 각자 다르고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적기 때문에 대부분 개별적으로 행동한다. 그래서 이번처럼 조교들에게 민감한 문제가 생겨도 당장 단합이 돼서 얘기를 나누거나 의논할 수 있는 환경자체가 형성되질 않았다. 연구소 조교가 한 명뿐인 곳도 많은데, 삭감 통보를 받아도 아무런 저항을 할 수 없는 연구조교들을 상대로 벌어진 일인 것 같다. 총학생회에서도 뭔가 대응책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지금으로서는 아직 들은 바가 없다.
사 : 삭감 이유가 긴축예산편성에 따라 어쩔 수 없다고 하는데, 결론적으로 그 부담을 고스란히 조교들만 떠안고 있는 셈이다. 2009년도에도 이공계열 교육조교들 역시 절반으로 인원이 감축돼서 문제가 됐었다. 일방적으로 삭감 통보를 받은 조교들 입장에서는 지난 2009년때와 다를 바가 없다. 단과대별 자율예산을 편성할 때도 연구소의 현황이나 실질적으로 업무를 맡고 있는 조교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 교책연구기관 조교님의 말씀처럼 조교업무 중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건의사항을 갖고 있더라도 찾아갈 수 있는 곳이 현실적으로 없다. 또한 연구조교 뿐만이 아니라 행정, 교육조교들을 포함한 전체 조교들간의 네트워크 형성이 필요할 것이다. 대학원 대표기구인 총학생회에서 움직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학원생만의 네트워크를 만들어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