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김정은 집권 이후, 평양을 중심으로 도시개발이 활발하다. 지난 십여 년 동안 미래과학자거리, 려명거리, 송화거리, 화성지구 등, 가히 평양 곳곳에 굵직한 건설 붐이 지속되고 있다. 뉴욕 중심부인 맨해튼의 스카이라인에 빗대어 평양에 건설된 초고층 건물들이 만들어 내는 스카이라인을 두고 해외언론은 ‘평해튼’이라는 신조어를 만든 것도 김정은의 도시건설이 선대와 확연히 차별화되었음을 주목했다. 집권 초기부터 도시개발이 활발한 것은 새로운 정치지도자가 쥐게 된 막대한 권력에 대한 정당성을 도시건설로부터 일부 확보하려는 것으로 해석
그린벨트란 개발이 불가능한 녹지대의 벨트로 도시를 감싸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과 난개발을 방지하고, 도심 외곽의 농경지와 산지 등 녹지를 보전하여 생태·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국토를 미래세대에게 넘겨주기 위한 미래자산이다. 1960년대부터 급격히 진행된 도시화와 산업화로 인해 환경과 교통, 쌀 부족 등의 문제가 터져 나오자, 이를 해결하고자 개발제한구역 제도를 도입한 것이 우리나라 그린벨트의 시작이다. 1960년 245만명이던 서울인구가 1970년 553만명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는데, 인구가 계속 늘어난다면 사람이 살기 힘든 과밀도시
동물의 비물건성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것은 너무도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민법은 그동안 ‘사람이 아닌 모든 유체물’을 물건으로 분류하였고(민법 제98조), 동물은 당연히 물건으로 여겨져 왔다. 이러한 민법적 사고는 동물이 생명이 있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책상이나 침대처럼 사용·수익·처분의 대상으로서 소유자의 재산으로 취급되었다. 이는 동물학대행위와 같은 생명경시풍조를 조장하는 것으로 여겨져 비판의 대상이 되어 왔다. 농림축산식품부 조사결과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인구 비율이 28.2%에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먹고사는 거의 모든 문제는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처리된다. 시장은 그것이 호화로운 백화점 명품관이건 지하철역 구내에서 모르는 상대를 기다리는 “당근”이건 간에, 적어도 거래가 성립하는 그 순간에만은 자발적인 참가자들 사이의 평등한 교환으로 보인다. “평등하다”가 아니라 평등하게 “보인다”라고 쓰는 까닭은 바로 그 거래가 성립하는 순간으로부터 그 이전으로 시점을 거슬러 올라갈수록 처음과는 다른 상(像)이 우리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주머니 속 사정을 헤아려 사고 싶은 비싼 재화를 포기하고 어쩔 수 없이
불교의 연기법에 따르면 모든 것이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이런 사유 방법을, 어떤 조건에도 변치 않는 실체를 상정하는 초월성과 대비하여 내재성의 사유라 한다. 모든 것이 조건에 내재적이란 말이다. 따라서 불교에서는 옳다, 선하다, 아름답다는 판단이 조건을 떠난 분별상이 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가르친다. 그러니 불교에는 미학이란 불가능해 보인다. 미학이란 미추를 분별하고 그 이유나 근거를 밝히는 것이니까. 그래서인지 불교는 대단히 정교하게 발전된 철학은 있지만 그 긴 역사 속에서 미학은 따로 존재한 적이 없다. 정말 불교미학이란 불가
“불교는 무신론에 가까운 유신론입니다.” 지난 여름 조계종에서 만난 한 스님이 해준 한 마디가 이번 여름의 잔상처럼 마음에 남아 있다. 그 스님은 다른 종교인들과의 만남에서 불교의 특성을 설명할 때면 이 문장으로 답한다고 한다. 내가 스님의 의도대로 이해했을지는 모르겠지만 내 불심의 상당 부분의 근거도 이 문장에 배어 있다. 불교의 역사에서 다른 종교에서 발생한 논란·논쟁이 없는 주제 중 하나가 우상숭배이다. 사전에 따르면 우상숭배는 “신 이외의 사람이나 물체를 신앙의 대상으로 숭배하는 일”을 의미한다. 즉, 종교가 성립되기 위한
극장으로 가는 길 극장으로 가는 길은극장에 갈 수 있도록극장에만 갈 수 있도록극장에도 갈 수 있도록극장뿐만 아니라극장이 아니어도갈 수 있도록설계되어 있었다갈 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갈 수 없는 사람들이 있었다 극장으로 가는 길은 부드러워요푹푹 빠져요 육교를 내려오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들려왔고그 소리가극장에 도착해서 영화를 관람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 침대에 누울 때까지귀로부터 멀어지지 않았다 나는 극장에 누워나는 침대에 누워그 웃음소리는 대체 뭐였을까생각하다가다시극장으로 가는 길에놓여극장으로 가는 길은지루하구나육교를 내려오며 크게
나는 이번 학기 동국대 문창과 대학원에서 라는 수업을 선생으로서 진행하고 있다. 이 수업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이 글쓰기와 여타 예술에 미치는 영향과 그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다룬다. 이 기계를 이용해 글을 쓴다는 일의 의미를 탐구하고, 기존의 글쓰기와 다른 미적인 경험을 하는 것이 목표다. 누구도 현재로서는 생성 인공지능의 쓸모를 특정할 수 없기에 예술가만의 새로운 사용법을 먼저 제안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수업은 무엇인가 가르치기보다는 다 같이 실험하는 일로 가득 차 있다.챗GPT는 대표적
지난 9월 유명 작곡가 겸 사업가인 돈스파이크가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이처럼 언젠가부터 마약은 하루가 멀다 하고 사회면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마약 관련 언론보도를 분석해 보면 마약류 투약자의 연령이 낮아지고, 밀수입되는 마약류도 증가하고 있으며, 다양한 수법으로 투약자에게 공급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결국 독자들의 구미에 당기는 뉴스가 대부분이고, 마약류 투약의 동기와 마약류 범죄의 해결 방안을 다룬 기사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나라는 ‘마약 청정국’ 지위를 자랑스럽게 누렸지만, 1999년 전체 마약류 사범이 처
기업에 있어서 특허 포트폴리오는 가치 있는 투자이다. 광범위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확보하는 것은 기업이 자신의 성과를 확대하는데 도움이 된다. 동시에, 자신의 주요한 지식자산을 보호하는 기초적인 방안이 된다. 모든 기술 기업들은 전략적 특허 포트폴리오의 목적이 무엇인지, 미래를 위한 장기적인 특허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한 시작점을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 개별 특허들을 특허 포트폴리오로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러면, 무엇이 전략적 특허 포트폴리오의 목적이 되어야 할까? 전략적 특허 포트폴리오를 가져야 하는 목적은
한 달 전 장애인 이동권에 관한 시위가 사회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특히 그 과정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시위를 비문명적인 시위로 규정하며 “최대 다수의 불행과 불편을 야기해야 본인들의 주장이 관철된다는 비문명적 관점으로 불법 시위를 지속하고 있다”고 비판해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그 발언의 부당함과 부정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이미 장애인 단체와 많은 언론에서 제기하였기에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앞으로 여당이 될 공당 대표의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인식은 장애인을 함께 살아가
어느 날 유치원생인 딸이 노래를 부르면서 ‘이완용은 매국!’이라고 흥얼대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처음에는 웃음이 나왔다. 그러다 ‘이완용이라는 인물을 어떻게 가르치는 것이 좋을까?’라는 질문이 문뜩 머릿속을 스쳤다. 누군가에게 이에 대한 답은 명확할 수 있다. 즉, 이완용은 민족을 배반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의 잘못된 행동을 학생들이 분명히 알고 비판적으로 생각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도 당연히 이완용이 비판받아 마땅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과거 인물의 행위에 대한 특정한 도덕적 판단을 학생들에게 강하게 주입 혹은 전
우리가 지구온난화와 환경 문제를 걱정하면서, 쓰레기와 환경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기업들의 책임이 높아지고 있다. 기업들이 대내적으로는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제품을 생산하고 있지만, 대외적으로 친환경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할 때가 많다. 이처럼 온갖 홍보 수단을 동원하여 실제와는 다르게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 이미지를 구축하는 행위를 그린워싱(Greenwashing) 또는 위장환경주의라 일컫는다. 그린워싱이라는 표현은 1986년에 미국 뉴욕의 환경운동가 제이 웨스터벨트(Jay Westervelt)가 피지섬을 방문했을 때 어느
성적인 신체 기관을 강조하는 춤을 지칠 때까지 춘다. 공공장소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처럼 소란을 피운다. 반려동물을 때린다. 고통을 유발할 만큼 매운 음식을 대량적으로 먹어치운다. 이러한 과정을 미디어에 중계하고 수익을 창출한다. ‘자낳괴’는 이러한 사례를 지시하는 신조어다. 그것은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의 약자로서, 돈을 위해서 무슨 일이든 하는 일부 ‘크리에이터’를 가리키는 용어였다. 그러나 현재는 수익을 창출하기 위하여 비정상적인 행동이나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수행하는 인간을 가리키는 데 포괄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용
나이 드시고 홀로 되신 후에 건강도 좋지 않으신 나의 어머니 때문에 늘 신경이 쓰인다. 활동적인 편이셨던 어머니가 작년부터는 허리의 통증 때문에 잘 걷지 못하셔서 외출하시거나 사회생활하시는 데 지장이 많다. 그러나 작년 초부터 밀어닥친 코로나19의 쓰나미는 내 어머니의 사례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광범위하게 우리 모두의 삶에 심각한 한계를 강제하는 중이다. 일상적인 사회활동에 있어서 개개인의 불편함은 말할 것도 없고 산업 현장, 교육 현장, 의료시설, 다중오락시설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전반적인 위축이 나타나는 것도 이제는 당연한 현
코로나 바이러스가 최초로 출현했을 때를 상기해 보자. 많은 사람이 공포에 떨면서 종말론적 이미지들을 한 번씩 떠올리지 않았나? 지금은 어떤가? 사람들은 적어도 더 이상 이 세균의 존재 자체를 두려워하지는 않는 것 같다.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나 없는 보편적인 악마와 같이, 또는 아렌트(Hannah Arendt)적인 ‘악의 평범성’과 같이 말이다. 그래서 세균이 담론 안에서 가지는 공포의 교환가치는, 간간이 찾아오는 부정맥처럼 넓고 고르게 퍼진 불안으로 꽤나 평가절하된 상태지 않을까 싶다. 왜냐하면 새로운 것은 최초 출현 시점에서 늘
보는 사람이 준비가 안 되면 보고도 못 보는 것이 있다. 미셀 푸코의 ‘장애’ 관련성이 그렇다. 『광기의 역사』는 부랑인 수용시설(구빈원)에 관한 책인 동시에 『정신의학의 역사』와 함께 ‘정신장애인’에 관한 지식과 권력을 다루고 있다. 『감시와 처벌』은 범죄 소인을 가진 비정상인들을 정상인으로 훈육하는 ‘시설’에 관한 책으로, ‘장애’라는 비정상성 때문에 자유는 없고 규율만 있는 시설 수용을 요구받는 장애인과 직접 관련 있다. 그럼에도 『광기의 역사』는 근대 이성의 한계에 대한 철학서로, 『감시와 처벌』은 근대 권력에 대한 정치철학
문학사는 문학의 역사다. 문학사는 문학의 역사이기 때문에 역사라는 말이 지시하는 시공간의 범주를 벗어날 수 없다. 문학사의 대상과 그 범주는 문학의 보편성과 역사적 실재성을 통합함으로써 그 논리적 체계를 확립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필연적으로 직면하게 되는 문제가 문학과 역사의 본질에 관한 인식의 방법이다. 일반적인 의미에서 역사는 과거 사실을 기술한다. 역사의 기술에서는 그 대상의 사실성과 논의의 객관성이 강조된다. 역사에서 다루어지는 모든 사실은 원인과 결과를 중심으로 하는 일련의 전개 과정으로 설명된다. 그러므로 여기에는
바야흐로 채식의 시대이다. 다양한 매체에서 채식의 중요성과 육식의 위험성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으며, 우리의 일상 속에서도 채식주의자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사회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채식은 한 개인의 취향 이상의 무언가를 내포한다. 사람들에게 채식주의는 그저 채식을 즐긴다거나 채식으로 식사를 하는 사람을 의미하기보다는 육식주의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사용되는 것 같다. 이러한 경향은 일반 식문화와 대치되는 새로운 것에 대한 반감 때문일 수도 있고, 일부의 채식주의자들이 보여온 과격한 운동의 영향 때문일 수도 있다. 채
일상이 잠식되고 있다. 2020년 3월 11일 세계보건기구(WHO)는 뒤늦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을 선언했다. 1968년 홍콩독감과 2009년 신종플루에 이어 사상 세 번째다. 매일 뉴스를 보기 전에 깊게 심호흡을 해야 한다. 설마가 현실이 되고 말았다. 감염병은 인류 역사와 함께 존재해 왔다. 로마제국 멸망과 중세사회 해체는 페스트로 인한 인구 감소가 원인이었고, 콜럼버스의 신대륙 도착은 아메리카인에게 치명적인 매독 같은 질병을 전파했다. 가깝게는 1918년 스페인독감으로 5천만~1억 명이 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