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최초 ‘아트하우스’ 라탱지구 Les 3 Luxembourg 인터뷰

△ 사진= 라탱지구에 위치한 Les 3 Luxembourg 영화관
△ 사진= 라탱지구에 위치한 Les 3 Luxembourg 영화관

  파리를 거닐다 보면 도시 곳곳에 누적된 시간들이 눈에 보인다. 이렇게 누적된 시간들로 채워진 도시는 골목 골목을 정처 없이 유랑하더라도, 재밌는 볼거리를 제공해준다. 그중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예술영화관들이었다. 이들 예술영화관은 그저 영화를 상영하는 장소에만 그치지 않고, 각각의 공간이 마치 하나의 문화 유적지 같은 느낌을 준다. 역사 유적지라고 별도의 명칭을 붙여놓거나 정부의 인증 팻말이 있는 건 아니지만, 자연스레 그 시간과 역사가 누적되어 일상 속에 녹아져 있는 오랜 공간 같았다.

  파리 라탱지구는 예술영화관들이 많이 밀집해 있는 지역이다. 이 곳에 파리 최초의 ‘아트하우스’(예술영화관) 명칭을 받은 Les 3 Luxembourg 영화관이 있다. 영화관의 두 직원 아서(Arthur), 휴고(Hugo)와의 인터뷰를 통해 영화관 운영과 프랑스 영화 산업 전반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 사진= Les 3 Luxembourg 직원 왼쪽부터 아서(Arthur), 휴고(Hugo)
△ 사진= Les 3 Luxembourg 직원 왼쪽부터 아서(Arthur), 휴고(Hugo)

-파리는 영화의 도시로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라탱지구를 중심으로 예술 영화관이 많이 형성된 이유는 무엇인가.

아서 | 역사적인 유래가 있다. 1960년대 프랑스 누벨바그 당시 트뤼포 주도하에 예술 영화관들이 많이 지어졌다. 이 지역을 중심으로 도서관도 많다. 지식인들이 많은 복합문화 공간이다.

-이 많은 영화관이 같은 지역에 공존한다는 점이 놀랍다. 그럼 각각의 영화관들이 갖는 포지션이 있는 것인가.

아서 | 그렇다. 우리 영화관의 경우, 중동 영화 상영을 특징으로 한다. 또 관객을 불러오기 위해 기획전도 주기적으로 하고 있다. 올여름 기획전으로는 뮤지컬 코미디가 진행 중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기획전은 무엇이었나.

휴고 | 프리미어 시사회를 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인터내셔널 프리미어(제작국가를 제외한 국가에서 최초상영)였는데, 감독 GV까지 포함한 행사였다. 우리 극장의 경우 극장주가 제작자기도 해서, 영화업계 사람들과 연락하기가 쉽다. 그래서 이러한 이벤트가 많은 편이고 운영도 수월하다. 지난번엔 다큐멘터리스트도 초대했고, 다양한 감독들을 만날 기회가 있다. 영화 상영을 넘어 배급 등 다양한 과정에 참여한다. 방학 기간엔 특히 관객이 적어, 다양한 이벤트들을 많이 하는 편이다.

-프랑스 역시 OTT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은데, 그럼에도 극장에 활기가 도는 점이 인상 깊다. OTT가 불러온 극장 문화의 변화는 없는가.

아서 | 프랑스에 OTT가 진출한 것은 10년 정도 되었다. 그래서 사실 OTT 등장 전의 극장 환경을 정확히는 모르겠다. 그럼에도 느껴지는 건 젊은 관객들이 극장에 잘 없다는 점 같다. 인구 감소의 영향도 있는 것 같다. 또 코로나19가 영향을 줬었는데, 이젠 다 회복된 듯하다. 그리고 프랑스 관객들은 여전히 새로운 영화가 나오면, 극장에서 보고 싶어 한다. 그래서 질문에 답을 주자면 극장은 크게 영향을 안 받은 듯하다.

휴고 | 프랑스는 극장 보호 정책이 잘 되어있다. 넷플릭스가 프랑스에서 영화를 만들 때, 프랑스 영화산업에 자본을 투자해야 하는 법이 있다. 또 TV나 다른 매체에서 영화를 스트리밍할 때, 홀드백 기간도 존재하고 잘 지켜지고 있다.

프랑스의 이런 시스템은 선진적이고 고무적이어서 EU 내 다른 국가들의 벤치마킹이 된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다른 유럽 국가들은 영화에 투자를 안 해, 영화가 많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영화제작으로 세계에서 5번째로 큰 국가이고, 영화 제작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관객 역시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중이다. 그리고 영화관을 가는 편이 영화를 볼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여서 관객들이 극장을 지속적으로 찾는 것이다.

-한국 역시 몇 년 전까진 영화관에서 부가 판권 시장으로 가기까지의 홀드백 기간이 잘 지켜졌던 것 같다. 최근 몇 년 새에 넷플릭스와 다른 여러 채널이 생기며 홀드백 기간이 유명무실해졌는데, 프랑스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잘 되어있는 건지 지켜지는 점이 인상 깊다.

아서 | 한국도 같은지 모르겠는데, 프랑스에서 미국 영화를 볼 때, 티켓값에 프랑스 제작사로 가는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

휴고 | 맞다. 모든 티켓엔 그런 세금이 부과되어 있다.

-한국에도 비슷한 영화발전기금이라고 있다. 프랑스는 그렇게 모아지는 자금을 정부가 운영하나. 아니면 시네마테크 프랑세즈가 운영하는 건가.

휴고 | 공공기금이긴 하지만, 프랑스 일반 세금과는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래서 큰 간섭없이 영화를 위해서 자율적으로 운영이 되는 편이다. CNC(The French National Centre of Cinema)라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더 찾아볼 수 있다. CNC는 프랑스에서 영화 관련한 가장 큰 공공기관으로, 프랑스의 영화 관련 규제를 진행한다. 홈페이지에서 프랑스 영화산업 관련한 정보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어 흥미로워, 사이트 방문을 추천한다.

△ 사진= 샤틀레역 내부에 위치한 영화 도서관
△ 사진= 샤틀레역 내부에 위치한 영화 도서관

-또 파리에서 며칠 다니며 눈에 띈 점은 영화가 일상 속에 가까이 스며들어 있다는 점이다. 샤틀레역에 영화 도서관(Bibliothèque du cinéma François Truffaut)을 우연히 발견해 들어가 보았다. 역사 안에 이렇게 큰 영화 도서관이 있는 점이 놀라웠고, 자료도 꽤 많았으며 이용객도 가득했다. 영화를 단순 엔터테인먼트 그 이상으로 생각하는 프랑스 국민이 많은가.

아서 | 모두가 그런 시설을 이용하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나와 휴고는 자주 간다. 대다수의 국민은 보통 1년에 2번 정도 영화를 보러 가고, 디즈니 영화 같은 걸 보러 간다.

휴고 | 파리엔 영화 관련 인프라가 많고, 그래서 이용객도 많을 것이다. 특히 샤틀레에 있는 UGC 영화관은 프랑스에서 가장 큰 영화관이다. 시네마테크 프랑세즈도 흥미로운 기관이다. 기관 자체의 미션이 영화를 보존하는 것이다. 단순 영화 필름, 상영본 뿐만 아니라 포스터, 의상, 세트 등 관련 자료들을 다 수집해 보존한다.

-파리에 영화 관련 인프라가 집중되어 있어, 다른 도시나 다른 EU국가의 상황이 궁금하다.

휴고 | 확실히 장단점이 있다. 나는 벨기에에서 왔고, 아서는 프랑스 남부에서 왔다. 영화 산업에서 일하고 싶어서 파리에 온 것이다. 유럽 국가 내에서 영화산업 일을 하고 싶으면, 파리에 오게 된다. 우린 올 수 있었지만,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은 어려움을 겪어 아쉬운 점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뷰를 준비하며 한국의 예술영화관들이 떠올랐다. 극장의 위기라고 세간에서 말하지만, 그 맥락에서조차 주로 관심을 받는 것은 대기업 운영의 멀티플렉스 극장들이다. 국내의 독립예술영화관들은 그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영화 텍스트 내적인 부분들의 다양성도 중요하지만, 그 영화가 관객에게 상영되는 공간의 다양성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이제는 멀티플렉스 영화관보다도 OTT에서 영화를 보는 경험이 더 흔해졌다고 말할 수 있지만, 그 와중에 더 작은 부분을 차지하는 국내의 독립예술영화관들은 어떤 미래의 그림을 그려야 할까. 단지 하루하루의 관객수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더 먼 미래를 그릴 청사진은 무엇일까.

저작권자 © 동국대학교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