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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보기] [2025 제31회 동대문학상] 장르문학 부문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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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회
등록일
2025-11-18 16:26:52
조회수
75
이번에 투고된 장르소설 총 5편을 검토하면서 작가들의 창작 열정과 장르에 대한 애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장르소설은 장르 별 고유한 문법과 독자층/팬덤의 기대 지평을 전제로 하는 까닭에 순문학과는 다른 방식의 접근이 요구된다. 이러한 장르적 특성을 이해하고 작품화하려는 시도 자체를 격려하고 싶다. 다만 전반적으로 소설적 연출에 관한 심사숙고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감상적인 정조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장르소설에 있어서 소설적 연출이란 단순히 사건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그 사건 속으로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도록 장면을 구축하고 인물의 심리를 설득력 있게 형상화하며 서사의 긴장과 이완을 적절히 배치하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하는데 몇몇 투고작들은 이러한 측면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고작 중 두 작품은 나름의 독특한 시도와 가능성을 보여주었으므로 이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인간 폐기」는 자이온 공학을 배경으로 한 스릴러로서 주인공 재혁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살인자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하지만 자이온 공학을 전공했고 학과 수석으로 졸업한 재혁이 자신이 처리하는 대상이 실제 인간일 수 있다는 사실을 오랜 기간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정이 다소 허술한 편이다. 검은색, 어둠 등의 단조로운 색채 강조 및 눈앞에 벌어진 사태에 대한 즉각적인 신체 반응에 관한 서술의 남발 또한 스릴러로서의 긴장감을 조성하기 위한 선택이었겠지만 사건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하는 데 있어서는 미흡한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현대 사회의 ‘쓸모’라는 잣대로 인간을 평가하는 폭력성을 정면으로 다루었다는 점과 스릴러로서의 긴장감을 일정 부분 유지했다는 점은 분명 고평할 만한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베타 콤플렉스」는 수호신이라는 판타지적 설정과 현대적 감수성을 결합한 버디물로서 흥미로운 요소를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마키가 모래시계를 집에 두고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쉽게 포획되어 새로운 주인 그것도 전 주인의 전 여자친구에게 보내지는 전개는 우연에 과도하게 의존한다는 아쉬움을 남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지닌 버디물로서의 기본 구조와 주인공 마키의 독특한 캐릭터성, 발랄하고 명랑한 어조의 개성 넘치는 필력 등은 분명 매력적인 요소이므로 충분히 독자들의 ㅂ관심을 끌 수 있는 작품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번 투고작들에서 보여준 장르에 대한 애정과 창작 의지는 분명 귀중한 자산이다. 여기에 소설적 기법과 연출에 관한 고민을 더해나간다면 충분히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작성일:2025-11-18 16:26:52 210.94.177.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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