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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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보기] [제30회 동대문학상] 소설 부문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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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회
등록일
2024-12-03 13:20:11
조회수
721
동대문학상 소설 부문의 심사는 어려웠다. 23편이 응모했는데 수적으로 많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전반적으로 수준이 높았고 독특한 개성을 보여주는 작품이 다수였다. 물론 아예 처음 소설을 써보는 듯한 작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소설의 기본적인 전개 방식이나 문장의 호흡을 아직 충분히 익히지 못한 듯한 흔적이 역력한 작품들도 있었고, 지나치게 관념적인 서술로 이야기의 생동감을 놓치고 만 경우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작품들조차도 나름의 문제의식과 진정성을 담고 있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충분히 엿볼 수 있었다.

최우수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박하향 소리」는 현대 한국 사회의 맥락에 대한 '인지적 소외'를 탁월하게 수행하고 있는 SF다. 작품은 사회적 약자들의 실존적 조건을 SF적 상상력으로 재해석함으로써, 형식과 내용의 유기적 통일성을 성취해 냈다. 특히 장르 소설의 문법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동시대의 첨예한 사회적 문제의식을 예리하게 포착해 내는 서사적 균형감이 돋보였다. 이는 단순한 장르적 실험을 넘어서는 심도 있는 사회적 통찰로 이어졌으며, 신인 작가의 작품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의 문체적 개성과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기존 한국 SF의 전형적 내용과 형식을 넘어서는 개성적 문제의식이나 잠재적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면 보다 좋았을 것이다.

「염소가 말하기를」은 현대 사회의 소외와 단절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독특한 시선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각자의 이유로 고립된 삶을 살아가는 두 주요 인물이 한 마리의 염소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각축을 벌이게 되는 기이한 해프닝을 깔끔하고 정제된 문체로 그려내고 있다. 특히 염소를 매개로 한 인물들의 갈등을 담담한 어조로 풀어냄으로써,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이야기에 적절한 거리감과 여운을 부여하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진지한 주제 의식과 세련된 서술의 조화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개인이 마주한 고립과 소외의 문제를 성찰하게 만드는 울림을 자아낸다. 다만 두 주요 인물의 가족 찾기의 의미 및 결과를 보다 명료하게 형상화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없지 않았다.

한편으로 우려되었던 부분은, 다수의 작품에서 최근의 문학적 경향의 영향이 다소 현저하게 드러났다는 점이다. 물론 이는 신인 작가들이 거쳐 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일 수 있으나, 보다 독창적인 목소리와 스타일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였다. 그럼에도 이러한 작품들 역시 기본적인 서사적 역량과 문장력을 갖추고 있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기대하게 했다.

이번 심사를 통해 우리는 동국 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목도하였다. 수상작 외의 작품들 역시 상당한 문학적 성취를 보여주었으며, 이는 많은 응모자들이 신인 작가로서의 잠재력을 충분히 입증했음을 의미한다. 비록 아직은 완성된 작가의 경지에는 이르지 못했다 하더라도, 이들이 보여준 문학적 역량은 동국 문학의 미래에 대한 기대를 한층 높이기에 충분했다. 이러한 신진 작가들이 앞으로도 꾸준한 정진을 통해 더욱 성숙한 문학적 성취를 이루어낼 것이라 기대한다.
작성일:2024-12-03 13:20:11 210.94.177.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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