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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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보기] [제30회 동대문학상] 시 부문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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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회
등록일
2024-12-03 13:17:49
조회수
717
제30회 동대문학상 시부문에는 50명이 131편을 응모하였다. 문학에서 평균 혹은 전체라는 말의 함정에 대하여는 굳이 재론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시 부문 응모작들의 전체적 수준이 결코 낮지 않았으며, 그리하여 시 부문 심사의 과정에서 심사위원들 모두 선별의 곤혹과 즐거움을 동시에 경험했음을 밝히어 두어야겠다. 특히 몇몇 응모작의 경우 대학 문학상을 넘어 주요 문예지나 신춘문예 응모작으로 도전할 만한 수준에 근접해 있었다.


시부문에는 개인의 내면을 충실하게 재현하고자 하는 작품들과, 우리 문단의 지형과 흐름에 긴밀하게 조응하고 있는 작품들이 다수 응모되었다. 일부 작품은 실험적 언어와 기법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응모작들의 양상은 앞으로의 동국 시문학의 풍성함을 예견할 수 있는 것이었다. 다만 개인의 내면의 재현에 충실한 응모작들은 그 개인성의 핍진함의 부재와 우울감과 같은 범속성을 넘어서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문단의 흐름에 긴밀하게 조응하고 있는 응모작들 역시 대부분 그러한 흐름을 온전히 소화하여 고유화하고 개성화하는 데에는 이르지 못하였다. 실험적 언어의 응모작들의 경우, 언어의 실험이 탄탄한 기본의 토대 위에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였다. 탁월함이 개성과 동의어는 아니지만, 모든 탁월함에는 돌출된 개성, 즉 가린다고 해서 가려지지 않을 그러한 고유성이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개성은 치밀한 개인성의 천착 과정의 끝자락에서야 겨우 범속과 평범의 위로 돌출면을 드러낸다. 그런 면에서 응모작들이 보여주는 기시감은 응모작의 경향과 수준과 별개로 확인되는 공통의 아쉬움이자, 응모자들의 앞으로의 극복 과제라 하겠다.


그리하여 돌출된 개성의 출현은 이번 시부문 응모의 주요한 선별 기준이었다. 그리고 시부문 응모작 중 「부이비엔」과 「벨마를 위한 메모」가 기시감이라는 혐의에서 일정하게 벗어나 돌출된 개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보았다. 「부이비엔」은 마치 거리를 실제로 걸어가는 듯한 현장감이 결부된 유사 환상의 미시적 재현이라는 점에서 고유의 개성이 엿보였다. 「벨마를 위한 메모」는 도발적 착안과 언어 선택, 그리고 능수능란하게 주조된 장형시의 리듬감이 조합되어 새로운 시적 개성을 보여주었다. 두 응모작 모두 고유의 매력을 지닌 돌출된 개성의 출현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었지만, 「벨마를 위한 메모」의 돌출면이 다른 응모작에 비해 유독 눈에 들어오는 개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 외에 「소개팅은 처음이라서」, 「공동생활」 등이 여러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돌출된 개성의 등장을 기대하게끔 만드는 응모작이었음을 부기해 둔다.
작성일:2024-12-03 13:17:49 210.94.177.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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