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열악한 비정규직 현실, 청년 노동권의 현주소

청년 아르바이트생 10명 중 7명, 주휴수당 받지 못해 2030세대 정규직 전환율, 전 세대 중 가장 큰 폭으로 감소 “일자리 확대보다 안정적인 고용 구조 진입 위한 환경 필요해”

2025-11-10     김지윤 기자·안성현 수습기자

비정규직은 더 이상 ‘임시직’이 아니다. 지난 8월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국내 비정규직 근로자는 856만 8천 명, 전체 임금근로자의 10명 중 4명꼴이다. 통계 속 숫자 중 상당수는 청년들이 차지한다. 그러나 청년들은 ‘인턴’과 ‘아르바이트’라는 이름 아래 편법적 고용에 노출되고 있다. 계약서는 부실하고, 휴게시간은 보장되지 않으며, 임금은 제때 지급되지 않는다. 동대신문이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노동의 현장을 직접 들여다봤다.

▲일러스트=김도연 기자.

 

청년 아르바이트, 법도 권리도 없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2024 청년층 고용노동통계’에 따르면 비정규직 중 아르바이트 비율은 2018년 45.1%에서 2023년 53.4%로 증가했다. 그러나 청년 아르바이트가 늘어난 만큼, 법의 허점을 악용한 사업주의 편법 사례도 함께 늘고 있다. 청년 근로자들이 가장 번번이 겪는 문제로는 ▲임금 체불 ▲임금 꺾기 ▲쪼개기 계약 ▲휴게시간 미보장 ▲근로계약서 미작성·미교부 등이 꼽힌다.

 ▲임금 체불은 청년 아르바이트생이라면 한 번쯤 겪는 현실이다. 청년유니온의 ‘2022 아르바이트 최저임금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저임금 위반 비율은 22.5%, 주휴수당 미지급 비율은 71.7%에 달했다. 청년 다수가 법정 임금을 온전히 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주요 원인으로는 느슨한 고용관계가 꼽힌다. 대부분의 청년 아르바이트생은 단기 근무 형태로 고용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형식적으로만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임금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책임을 명확히 묻기 어렵고, 청년들은 불이익을 우려해 문제를 제기하지 못한다.

이 같은 임금 체불과 수당 미지급 문제는 단순히 일시적인 손해에 그치지 않는다. 반복되는 불이익이 누적되며 청년층의 실질소득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4~2024) 청년층의 실질소득 증가율은 연평균 1.9%로, 30대(3.1%)나 40대(2.1%)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이런 현실은 우리대학 학우들의 근로환경에서도 확인된다. A학우는 “학원에서 조교로 일할 당시 근로계약서를 요구했지만, 원장이 작성을 미루다 3주가 지나서야 받을 수 있었다”며 “월급이 계약서에 명시된 날짜에 입금되지 않아 결국 노동청에 신고해야 했다”고 말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6개월간 근무한 B학우 역시 “주 20시간을 일했지만 주휴수당을 받지 못했고, 이를 요구하자 사장이 지급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임금 체불에 그치지 않는다. 손님이 없다는 이유로 조기 퇴근을 지시하고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 꺾기 관행도 일상적으로 이뤄진다. 근로기준법 제46조는 사용자의 귀책 사유로 근무가 중단된 경우 평균임금의 70% 이상을 지급하도록 규정하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로 인해 소규모 매장에서 일하는 청년 아르바이트생들은 근로시간을 채우지 못하고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자카야에서 6개월간 홀 서빙을 맡았던 대학생 C씨는 “손님이 적을 땐 조기 퇴근을, 많을 땐 근무 연장을 요구받았다”며 “근로시간이 일정치 않아 월급이 들쭉날쭉했고, 필요할 때만 불려 나가는 도구처럼 느껴졌다”고 토로했다.

퇴직금 지급을 피하려고 계약기간을 1년 미만으로 나눠 반복 채용하는 ▲쪼개기 계약 역시 청년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흔히 나타나는 문제다. 현행법상 퇴직금은 1년 이상 근로하고, 주 평균 근로시간이 15시간 이상인 근로자에게 지급된다. 그러나 일부 사업주는 이를 회피하기 위해 11개월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며, 노동자는 퇴직금은 물론 연차수당과 재계약 보장 등 기본적인 권리에서도 배제된다. ‘2024 청년층 고용노동통계’에 따르면 청년 비정규직의 평균 근속기간은 2008년 이후 1년을 넘지 못한 채 11개월 안팎에 머물고 있다.

▲휴게시간 미보장도 대표적인 위법 사례다. 인력 부족이나 매출 압박 등을 이유로 휴게시간 도중 손님 응대나 업무 지시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근로기준법 제54조는 4시간 근무 시 30분, 8시간 근무 시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보장하도록 명시하고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 2024년 구인·구직 포털 알바천국이 아르바이트 근무자 2,18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알바권익’ 실태조사(알바천국 조사) 결과 ‘고용주와 갈등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의 27.2%가 열악한 휴게공간, 휴게시간 미준수 등으로 갈등을 겪었다고 답했다.

 

▲일러스트=김도연 기자.

 

B학우는 “휴게시간이 정해져 있었지만 실제로는 쉬면 눈치를 주거나 계속 일을 시켜 사실상 휴식이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또한 D학우는 “편의점에서 6개월간 근무할 당시 계약서상 근로시간은 오전 6시부터 12시까지, 휴게시간은 오전 9시부터 10시까지였지만 현장에서 전혀 적용되지 않았다”며 “실제로는 오전 7시부터 12시까지 쉬지 않고 근무했다”고 전했다.

▲근로계약서 미작성·미교부 사례도 빈번하다. 근로계약서는 임금, 근로시간, 휴게시간 등 근로조건을 명확히 해 노동자의 권리를 법적으로 보호하는 핵심 장치다. 그러나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교부받지 못한 근로자는 권리를 주장하기 어렵고, 업장은 이를 근거로 법적 의무를 회피하기 쉽다. 또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책임을 면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알바천국 조사에 따르면 ‘고용주와 갈등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 중 13.7%가 근로계약서 미작성으로 인한 갈등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바람 앞의 등불, 청년 인턴의 현실 

청년 비정규직의 한 축에는 ‘인턴’이 있다. 그러나 인턴십의 이면에는 여전히 불공정한 근로환경이 존재한다. 일부 청년 인턴들은 ▲무급·저임금 노동 ▲정직원 전환 미보장 등 부당한 처우에 노출돼 있다.

▲무급·저임금 노동은 인턴십 제도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문제다. 직무 경험 제공을 이유로 임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한 급여를 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 특히 패션, 제과·제빵, 호텔·콘도 등 실습 중심 업종에서 이러한 문제가 두드러진다. 이들은 ‘교육 실습생’이라는 이름으로 채용돼 근로기준법, 4대보험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정규직 직원과 다르지 않은 수준의 업무를 수행한다.

이 같은 현실은 단순히 임금 수준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일부 기업은 ‘채용 연계형 인턴’을 내세워 청년을 모집하지만, 실제 정규직 전환은 극히 제한적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023년 9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비정규직의 비율은 2013년 32.5%에서 2022년 37.5%로 증가했으며, 특히 20~30대의 정규직 전환율 감소 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인턴십은 더 이상 ‘정규직으로 가는 사다리’가 아닌 또 하나의 불안정 노동 형태로 전락하고 있다. IT업계에서 1년간 인턴으로 근무한 20대 E씨는 “재계약 이야기가 오갔음에도 상사가 일주일 전 갑자기 다른 사람을 고용했다”고 토로했다.

 

청년노동 보호, 그 해법은

청년고용촉진특별법과 청년고용의무제 등 청년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각종 법과 제도가 시행된 지 수년이 지났지만, 청년들의 일터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승협 대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현재의 청년노동 정책은 청년층의 일자리 안정과 노동권 보장보다는 기업의 인력난을 보조하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보호를 제공하려면 단기적인 일자리 확대보다 안정적인 고용 구조 진입을 위한 환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플랫폼 노동, 프리랜서, 단기 계약직 등 전통적인 ‘고용’ 개념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노동 형태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현행 제도의 한계도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플랫폼 종사자는 88만 3천 명으로, 전년 대비 11.1% 증가했다. 그러나 이들을 위한 권익 보호와 제도적 지원은 여전히 미비한 실정이다. 노중기 한신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지금 필요한 것은 비정규직·프리랜서·플랫폼 노동자 모두를 ‘일하는 사람’으로 인정하는 제도 개혁”이라며 “노동법 체계가 여전히 20세기 산업 구조에 머물러 있는 한, 청년세대는 백년하청의 자리에 머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도 개편 못지않게 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도 시급한 과제로 논의된다. 이 교수는 “한국 사회는 여전히 ‘좋은 기업 정규직’을 정상에 두고 청년노동을 서열화하고 있다”며 “비정규직에 종사하는 청년을 ‘부족한 청년’으로 보는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가능인구가 줄어드는 한국 사회에서 청년들의 취업 환경은 점점 더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해결책은 거창한 법안이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를 제도 속에 반영하는 일이다. 청년들이 일터에서 부당한 처우에 노출되고 계약이 끝나면 법적 보호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이제는 법이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기능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