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찰나의 순간을 영원으로, 사진작가 김승용 동문

웨딩 스냅 전문 사진작가로 활동 중 연극 소모임 ‘가면의 유희’, 촬영 현장에 도움 돼 “렌즈를 통해 자신만의 감각과 경험 쌓는 게 중요해”

2025-11-10     오승리 기자·유수지 수습기자

렌즈 너머로 마주한 찰나의 감정을 담아내는 사진작가 김승용 동문(미컴 15). 그는 사진을 ‘멈춤을 통해 기억을 이어주는 언어’라고 말한다. 누군가의 소중한 하루를 프레임 속에 영원히 간직할 수 있게 만드는 일, 그것이 그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이다. 순간의 빛과 감정을 포착하며 ‘기억의 언어’를 써 내려가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진 촬영을 하는 김승용 동문 (사진제공=김승용 동문.)

Q. 안녕하세요, 김승용 작가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동국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전공(구 신문방송학과)을 졸업하고 현재 사진작가로 활동 중인 김승용입니다. 웨딩 스냅 전문업체 ‘21gram’에서 수석실장으로 일하고 있고, ‘Namuro’라는 활동명으로 프로필이나 제품 촬영 등 다양한 개인 작업을 이어가고 있어요.

Q. 사진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수험 생활이 끝난 직후, 아버지께서 입학 선물로 ‘캐논 EOS 70D’를 주셨어요. 그때부터 어디를 가든 카메라를 손에 쥐고 다녔죠. 복학 후에는 ‘사진이미지와표현’이라는 교양 수업을 들으면서 본격적으로 사진에 빠졌어요. 매주 과제로 사진을 찍다 보니 아파트 복도나 주차장처럼 평소엔 스쳐 지나던 풍경들도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주차장 자갈 틈에 피어난 작은 꽃 하나마저 사진으로 담으면서, 평범한 일상 속에도 충분히 매력적인 순간이 많다는 걸 깨달았죠. 그때부터 카메라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창이 됐습니다.

Q.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전공에는 다양한 소모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참여하신 소모임과 그 경험이 현재 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합니다.

A. 저는 사진 소모임 ‘빛그림’, 축구 소모임 ‘3.A.M’ 그리고 연극 소모임 ‘가면의 유희’에서 활동했어요. 그중에서도 가면의 유희는 저에게 ‘팀’의 의미를 처음 알려준 곳입니다. 2년 동안 활동하며 총 네 번의 공연에 참여했고, 특히 <안 내놔? 못 내놔!>에서 처음 연출을 맡았던 경험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오디션부터 무대 구성까지 모든 과정을 이끌며 누구의 의견도 가볍게 넘길 수 없다는 걸 배웠죠. 흔히 사진작가는 혼자 일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사진·조명·메이크업 등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협업해야 완성됩니다. 그래서 소모임 활동을 통해 배운 대화하고 조율하는 방식이 지금의 촬영 현장에서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Q. 사진을 직업으로 삼아야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있으셨나요?

A. 어릴 때부터 어떤 일을 하든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해야 한다는 신념이 있었어요. 그런 제게 사진은 늘 새롭게 탐구할 수 있는 분야였죠.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한 건 군 복무 시절이었습니다. 중대 내 자율 수업에서 사진 강의를 맡게 됐는데, 수업을 준비하고 질문에 답하면서 제가 이론이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때부터 『사진』, 『권학봉의 프로페셔널 사진조명 강의』 같은 이론서를 독학하고, 휴가 때마다 직접 조명을 활용해 실습했습니다. 빛의 세기와 방향만으로 사진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는 걸 경험했을 때 큰 전율을 느꼈죠. 그때부터 ‘이 일을 평생 해보고 싶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Q. 사진 촬영 전 어떤 준비 과정을 거치시나요?

A. 저는 주로 웨딩 스냅을 촬영하기 때문에, 웨딩홀의 구조나 조명 상태, 그리고 고객의 성향과 분위기를 사전에 파악합니다. 촬영 전에는 현장 동선과 진행 흐름을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하면서 가능한 변수들을 예상하죠. 프로필 촬영에서는 고객이 선택한 의상에 어울리는 조명법과 분위기를 구상합니다. 하지만 현장은 언제나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생기기 마련이에요. 그래서 모델의 컨디션이나 현장 분위기에 따라 조명을 즉석에서 조정하거나, 미리 준비해 둔 플랜B를 적용하기도 합니다.

Q. 웨딩 촬영의 매력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A. 웨딩 촬영의 가장 큰 매력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을 담을 수 있다는 점이에요. 신랑과 신부가 서로를 바라보며 웃는 현장은 언제나 따뜻한 에너지로 가득하죠. 그런 순간을 가까이에서 기록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큰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결혼식은 진행이 빠르고 예상치 못한 변수가 많아 단 한 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긴장 속에서 피어나는 감정과 생생한 표정을 담을 수 있다는 점이 이 일을 계속하게 만드는 가장 큰 보람입니다.

Q. 사진작가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사진을 잘 찍는 감각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는 체력과 열정이 더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결혼식 본식 촬영은 아침 8시에 시작해 밤 10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하루 종일 집중하며 몸을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버티기 어렵죠. 그런 강도 높은 일정 속에서도 꾸준히 촬영할 수 있게 하는 건 결국 사진에 대한 열정입니다. 저에게는 신랑, 신부와 함께 행복을 느끼는 순간이나 결혼식을 무사히 마쳤을 때의 뿌듯함이 이 일을 계속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동력이에요.

▲‘선’을 주제로 찍은 복도 (사진제공=김승용 동문.)

Q. 사진을 찍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A. 사진을 찍을 때 신경 써야 할 요소는 정말 많아요. 빛, 구도, 포즈 등 하나하나가 결과물에 큰 영향을 미치죠.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단연 ‘빛’입니다. 웨딩 촬영이든 야외 스냅이든, 저는 촬영 장소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빛의 방향을 살펴봐요. 자연광 촬영에서는 태양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확인하고, 그에 따라 인물을 순광이나 역광으로 세워 분위기를 조절합니다. 스튜디오 촬영에서는 조명을 활용해 피사체의 얼굴선이나 굴곡에 맞는 빛을 만들어내죠. 현장에서는 역광, 정면, 측면 조명을 번갈아 시도하며 인물의 매력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각도를 찾습니다. 결국 ‘사진은 빛으로 그리는 그림’이라는 말처럼, 빛이 사진의 모든 것을 좌우한다고 생각합니다. 

Q. 작가님께서 생각하시는 ‘좋은 사진’이란 무엇인가요? 

A. 제가 생각하는 ‘좋은 사진’은 피사체에 온전히 집중한 사진입니다. 웨딩 촬영을 할 때 후배들에게 항상 “카메라를 절대 손에서 놓지 말라”고 말해요. 신랑과 신부가 잠깐 웃는 순간, 친구들과 나누는 짧은 대화 속 표정처럼 찰나의 솔직한 감정을 담아야 하기 때문이죠. 저는 촬영 후 사진을 두 가지로 나누는데요. 하나는 구도와 빛, 포즈 등 기술적 완성도를 기준으로 고르는 홍보용 사진이고, 다른 하나는 그날의 분위기와 감정,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고객용 사진이에요. 결국 좋은 사진이란 피사체에서 눈을 떼지 않고, 순간의 진심을 담아낸 한 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찍힌 사진은 그날의 감정과 추억을 지금의 나와 이어주는 다리가 돼줍니다.

Q. 작가님께서 가장 존경하는 롤모델이 있으신가요?

A. 제가 가장 존경하는 작가는 ‘안드레아스 거스키(Andreas Gursky)’와 ‘사울 레이터(Saul Leiter)’입니다. 거스키의 사진전을 처음 방문했을 때, 10m에 달하는 거대한 작품이 벽면을 가득 채운 모습을 보고 말 그대로 ‘압도당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의 작품에는 철저히 계산된 패턴과 질서 속에서도 미묘하게 흐트러진 요소가 존재하는데, 저는 그 불완전함 속에서 인간적인 따뜻함을 느꼈습니다. 반면 레이터의 사진에서는 색과 빛, 그리고 우연이 만들어내는 시적인 순간에 깊이 매료됐습니다. 그는 흑백 사진이 주류이던 시대에 과감히 컬러를 선택했던 선구자이기도 하죠. 두 작가의 스타일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 즉 자신만의 시선이 담겨 있습니다. 저 역시 유행을 맹목적으로 좇기보다는, 제 시선으로 세상을 해석하고 기록하는 사진가가 되고 싶습니다. 

Q. 영상처럼 동적인 콘텐츠가 주목받는 시대에 사진이 가진 고유한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영상이 흐르는 시간의 예술이라면, 사진은 그 시간의 한 조각을 붙잡는 예술입니다. 순간은 흘러가지만 그때의 공기와 온도, 감정은 사진 안에 머물러요. 사진은 단순히 이미지가 아니라, 그 순간의 모든 것들을 가장 정제된 형태로 담아내는 기록이자 언어입니다. 그래서 영상이 넘쳐나는 시대에도 사진은 사람에게 멈춤을 선사하고 기억을 이어주는 힘이 있다고 믿어요. 순간을 붙잡아 오래도록 되새기게 만드는 것, 그것이 사진의 본질이자 고유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 사진작가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저는 웨딩, 프로필, 제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올라운더(All-rounder)’ 포토그래퍼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현재는 웨딩 스튜디오 소속으로 본식 스냅을 주로 촬영하고 있지만, 사진적 감각을 넓히기 위해 개인 작업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어요. 웨딩 촬영이 없는 휴일에는 프로필이나 제품 촬영을 하며 새로운 구도와 조명법을 실험해요. 출사를 나가 풍경을 담기도 하고 모델을 섭외해 촬영하기도 하죠. 이렇게 다양한 환경 속에서 시선을 단련하는 과정이 저에게는 연습이자 도전의 시간입니다. 언젠가 그동안의 작업들을 모아 제 이름을 내건 개인 사진전을 여는 것이 사진작가로서의 큰 꿈입니다. 

 

Q. 마지막으로, 사진작가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카메라를 항상 곁에 두고 다니길 바랍니다. 세상을 눈으로 스쳐보는 것과 카메라로 담아내는 경험은 완전히 달라요. 장비는 핸드폰이든 DSLR이든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건 카메라를 통해 꾸준히 주변을 관찰하고, 나만의 감각과 느낌을 쌓는 것입니다. 일상 속에서 장면을 구상하고 그 안에서 이야기를 찾아내는 연습을 해보세요. 예술이든 상업이든, 사진은 결국 ‘자신만의 시선’을 담는 일이니까요. 

▲회색 자갈 속‘대비’를 이루는 민들레 (사진제공=김승용 동문.)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김승용 동문은 가장 정적인 순간의 숨결을 포착한다. 그의 사진은 찰나에 피어나는, 인간의 불완전하면서도 솔직한 감정을 담고 있다. 렌즈를 통해 자신만의 시선을 새로이 펼쳐낼 그의 여정을, 동대신문이 진심으로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