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폐교 위기와 정원 초과... 거제의 쓸쓸한 양극화

시내·농어촌 인프라 불균형이 교육 격차로 이어져 상동동, 수월·고현동 등 교육 수준 높아 시민들 선호 거제 지역 내 고른 발전 위한 개발 정책 필요해

2025-10-20     권구봉·김지은 기자

우리나라 조선업의 중심으로 불리는 경상남도 거제시. 이곳은 지역 소멸 위기와 맞물려 특정 지역에 인구가 집중돼 학생 수가 양극화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좋은 인프라를 갖춘 상동동과 수월·고현동 등 주요 주거 단지에서는 학생이 넘쳐나 새 학교의 개교 소식이 들리는 한편, 그 외 지역 학교들은 학생 수 감소로 학교 통폐합의 기로에 서 있다. 

 

▲칠천초등학교 정문 (사진=오승리 기자.)

사라지는 아이들, 폐교 위기의 농어촌 학교

거제시의 학생 수 감소 현상은 농어촌 지역에 주로 집중되고 있다. 한 학년에 학생이 한두 명에 불과한 곳이 세 군데에 이르며, 그중 5개 학교는 전교생이 50명도 채 되지 않는다.

교육부의 소규모 학교 통폐합 권고 기준에 따르면 읍 지역 120명 이하, 면·도서·벽지 지역 60명 이하의 재학생이 있는 초등학교는 통폐합 대상이다. 이에 따라 거제시 관내 초등학교 40개 중 ▲동부초(65명) ▲동부초율포분교(7명) ▲명사초(9명) ▲송정초(25명) ▲오량초(53명) ▲장목초(27명) ▲칠천초(18명)의 7개 학교가 통폐합 기준에 해당한다. 전체 초등학교 17.5%에 해당하는 학교가 통폐합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이다.

 

▲칠천초등학교 활동 사진 (사진=권구봉 기자.)

칠천초등학교, 위기 속 희망을 꿈꾸다

거제시 하청면 칠천도에 있는 칠천초등학교(칠천초)는 거제지역 학교의 현실을 비추고 있다. 칠천초는 2025년 기준 재학생이 총 18명으로 매년 학생 수가 줄어 소규모 학교 통폐합 권고 기준인 60명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칠천도 내 0세에서 6세 사이 유아가 없어 병설유치원도 올해 휴원 상태에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칠천초는 학생 유치를 위해 같은 하청면에 있는 하청초등학교와 공동학구제를 운용하며 통학 버스를 지원하고 있다. 공동학구제란 특정 지역을 여러 학교의 통학구역으로 묶어 학생이 원하는 학교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인근 학교들도 학생 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자 함께 손을 잡은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같은 이유로 운영에 한계가 따랐다. 칠천초는 공동학구제보다 더 넓은 범위에서 학생을 모집할 수 있는 광역학구제에도 3년째 도전했지만 번번이 선정되지 못했다. 광역학구제는 소규모 학교를 활성화하고자 주소 이전 없이도 학생이 작은 학교로 전·입학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서은아 칠천초 교감은 “광역학구에 15km 제한이 있어 거제 외곽에 있는 지리적 특성상 많은 학생을 모으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주요 주거 단지는 정원 초과로 신설 학교를 논의하는 반면 우리 지역의 학교는 늘 폐교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칠천초는 이런 위기 속에서도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칠천초는 농어촌 학교에 지급되는 지원금으로 양질의 급식을 제공하면서 작년 ‘경상남도 학교급식우수사례’로 선정됐다. 이들은 또한 계절별 체험학습 프로그램 ‘4C4철’을 통해 주요 주거 단지 학교에 준하는 교육을 재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서 교감은 “여름에는 수영을, 겨울에는 스키나 스케이트를 가르치는 등 계절에 맞는 양질의 활동을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현장 체험으로 키자니아를, 농어촌 체험으로 농가를 방문하는 등 다양한 교육으로 아이들이 뒤처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외부강사 채용 시 거제 소재 강사, 지역 센터의 재능 기부 등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칠천초의 노력은 교사들의 열정과도 맞닿아 있다. 서 교감은 “다행히도 농어촌 학교의 승진 가산점과 벽지 수당 등 좋은 근무 조건 덕분에 열의 있는 선생님들이 많이 모이고 있다”며 “서로 격려하는 분위기에서 교육 공동체를 이뤄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거제 중심부와 외곽 지역, 그 격차는

농어촌 학교가 존폐의 갈림길에 선 것과 반대로 주요 주거 단지는 오히려 학생 수가 넘치는 ‘과밀 학급’ 문제를 겪고 있다.

상동동에는 상동초등학교의 과대학교·과밀학급 문제가 불거지며 지난해 거제용산초등학교가 개교했다. 오는 2026년에는 상문중학교가 개교할 예정이다. 2028년 고현동에는 고현1초등학교(가칭)이 신설될 예정이며, 인근 장평동에는 장평고등학교(가칭)가 2027년 설립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거제시 내 17.5%에 해당하는 초등학교가 통폐합 위기에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런 차이는 오랜 기간에 걸친 거제 내 인프라 편중에 의해 나타났다. 여러 시민이 주요 주거 단지로 이동한 이유로 ‘인프라 차이’를 꼽았다. 2013년부터 수월동에 거주한 김지현 씨는 “거제로 이동할 때 수월동이 인프라가 좋다는 사실을 듣고 이곳에 오게 됐다”며 “이주 당시에는 이 정도로 차이가 나진 않았는데, 시간이 지나며 중심부와 외곽의 차이가 더 커졌다”고 전했다.

주요 주거 단지에는 아파트 위주의 거주 시설이 마련돼 있다. 이곳에는 영화관이나 노래방 등 기본적인 문화시설부터 대형 병원이나 마트, 시장, 은행 등 생활에 필요한 시설까지 모두 집중돼 있다. 거제우체국과 거제시 시청, 법원 등 여러 기관도 주요 주거 지역에 설치돼 이 밖에서는 어려움을 겪는 시민이 많다. 

한편 거제는 도로가 잘 개발돼 있어 자가용만 있다면 거제의 양 끝단에서도 1시간 30분 내로 이동할 수 있다. 지역의 균형 발전을 위한 좋은 지리적 여건을 이미 갖춘 셈이다. 하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그 시간이 2배 이상 늘어난다. 1시간 이상의 배차 간격과 적은 경로 선택지로 사실상 거제시 외곽에서 이동하려면 자가용이 필수적이다. 거제우체국에서 일하는 A씨는 “노인분들이 거제면에서 우편을 찾으러 거제우체국까지 와야 할 일이 있는데, 버스 편 마저 긴 배차 간격으로 오시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려 마음이 불편했다”며 “자가용이 없다면 거제면에서 살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전했다.

▲거제시 주요 주거 단지 (일러스트=고윤서 수습기자.)

 

거제면 거주자도 진정한 거제시민 되려면

거제시가 활기를 띠기 위해서는 지역 내 이동을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거제에서 만난 시민 B씨는 “지리적 특성상 지하철을 세울 수 없는데 유일한 대중교통인 버스도 주요 주거 지역 위주라 불편함이 크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거제 외곽을 갈 수 있는 버스는 오후 3시~4시 사이만 돼도 끊기는 경우가 많다”며 “관광지로 개발된 외곽 지역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대중교통편의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한 청년층이 정착할 수 있는 일자리가 관광사업을 넘어 다양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 교감은 “시에서는 소외된 지역에 관광사업을 유치해 정착 인구를 늘리려 하지만 관광객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거제에서 당장 관광사업만으로는 일자리 창출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실질적으로 일자리를 늘릴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균형 발전을 위해 각종 기관을 분산시키고, 모든 시민을 위한 개발이 필요하다. 한산도로 갈 수 있는 거제 어구마을에서 만난 현지 주민들은 “접근성도 떨어지고, 와도 할 게 없어 마을 주민들만 이 지역을 이용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남부면 다대항에서 만난 주민 C씨는 “젊은 사람이 오기는커녕 와도 줄 수 있는 게 없다”며 걱정하는 모습도보였다.

▲폐교한 가배초등학교 (사진=김지은 기자.)

 

인구가 특정 지역에만 몰리며 주요 주거 단지 바깥은 점차 소멸하고, 인구가 몰린 구역은 인구 과밀 문제로 인한 부작용이 거제에서 발생하고 있다. 거제시가 지역 내 차별을 해소하고, 모든 읍면동이 고르게 발전할 수 있도록 교육·주거·교통 인프라의 균형 있는 재배치 전략과 개발 정책이 필요할 때다. ‘23만 시민’의 지자체가 지역 소멸 추세 속에서도 인구를 유지하는 우수 사례로 남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