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솔로」에서 「나는 절로」까지 - 결혼 기피 시대 속 불교가 전하는 관계의 지혜
최근 한국 사회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사회문제 가운데 하나는 청년들의 비혼·저출산 현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혼인 건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청년 세대는 결혼을 더 이상 필수적 삶의 경로로 보지 않는다. 경제적 불안정, 주거 문제, 경력 단절에 대한 두려움이 이러한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TV와 유튜브에서는 연애와 결혼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들이 그 어느 때보다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 케이블 채널의「나는 솔로」는 매 회차 화제가 되며 시청률과 온라인 조회 수를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
이 같은 인기는 단순한 오락의 차원을 넘어, 사회적 욕망과 불안을 반영한다. 청년들이 실제로는 결혼을 주저하면서도, 동시에 ‘연애’와 ‘사랑’이라는 서사는 여전히 강력한 문화적 상상력을 자극한다. 현실에서는 경제적 이유로 결혼을 미루지만, 프로그램 속에서 연애는 비교적 안전한 ‘관찰’의 대상으로 소비된다. 이는 결혼은 부담스럽지만 연애는 여전히 흥미롭다는 청년 세대의 복합적 태도를 보여준다.
이 흐름 속에서 최근 불교계가 마련한 「나는 절로」 프로그램은 특별한 주목을 받았다. 대한불교조계종사회복지재단이 주최하는 이 행사는 오는 10월 24일부터 25일까지 김천 직지사와 황악산 일대에서 열리며, 20~30대 청년 미혼 남녀를 대상으로 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프로그램이 「나는 솔로」의 포맷을 차용하면서도, 불교적 공간과 문화를 접목했다는 것이다. 실제 기사 보도에 따르면 「나는 절로」는 속초 오션뷰 카페에서의 차담과 같은 ‘힙’한 프로그램부터 사찰과 산사의 정취를 활용한 명상과 산책까지 이 모든 것을 종교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매 회차마다 신청은 빠르게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높고, 직전 회차에서는 매칭 성사율도 높았다고 한다. 더욱이 단순히 ‘매칭’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참가자들이 불교 문화를 체험하며 관계를 쌓을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BTS의 RM이 직지사에서 템플스테이로 휴식을 취했다는 사실 역시 청년 세대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홍보 효과를 지니고 있다.
종교계가 연애 프로그램을 시도하는 사례는 불교만의 특수한 현상은 아니다. 기독교 단체들도 청년 신자들을 위한 미팅 캠프나 청년부 합숙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예를 들어 일부 교회에서는 주말 수련회를 통해 공동체 활동과 ‘믹서(mixer)’ 형식의 만남 자리를 마련한다. 가톨릭 역시 ‘청년 피정(避靜)’이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만남의 장을 만들어왔다. 종교적 색채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신앙적 가치와 인간관계를 함께 탐구하는 장으로 자리매김하려는 것이다.
사회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이 모든 프로그램들의 인기는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간극을 메우려는 집단적 노력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경제적·사회적 제약 속에서 결혼을 미루는 청년들이지만, 집단적으로 만남을 추구하고 싶어 하는 욕망은 여전히 강하다. 미디어와 종교는 그 욕망을 안전하고 제도화된 공간에서 풀어내는 역할을 한다.
결국 「나는 솔로」 같은 연애 리얼리티와 「나는 절로」 같은 종교 기반 만남 프로그램은 같은 사회적 욕망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담아내고 있다. 전자는 관찰의 즐거움을 통해, 후자는 체험과 공동체성을 통해 청년 세대의 욕망을 반영한다. 특히 불교의 경우, 만남의 장을 단순한 연애의 장으로 축소하지 않고, 자연과 수행, 문화 체험을 결합함으로써 차별성을 확보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프로그램의 성공을 넘어, 오늘날 청년들이 원하는 관계 맺기의 새로운 양식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사회학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더 나아가 불교적 관점에서 연애와 결혼은 단순히 개인적 욕망이나 제도적 결합의 문제가 아니다. 인연(因緣)은 모든 존재를 이어주는 바탕이며, 연애와 결혼 역시 삶 속에서 드러나는 중요한 인연의 한 형태로 이해된다. 따라서 연애는 서로의 업(業)을 비추며 배우는 과정이고, 결혼은 한 가정을 작은 공동체로 삼아 자비(慈悲)와 보살행(菩薩行)을 실천하는 장이 된다. 이는 결혼을 짐으로 여기거나 연애를 단순한 오락으로 소비하는 시각과 달리, 관계 속에서 자신과 타인을 함께 성장시키는 수행의 길로 확장한다는 점에서 오늘날에도 새로운 울림을 던진다. 또한 무엇보다도 불교가 제시하는 연애와 결혼의 의미는 청년들에게 관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열어 준다. 경쟁과 성취 중심의 사회에서 관계는 종종 부담이나 실패로 여겨지지만, 불교는 그것을 수행의 일부이자 자비를 확장하는 기회로 전환시킨다. 「나는 절로」와 같은 프로그램은 단순한 만남을 넘어, 자연 속에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체험하게 함으로써 청년들에게 관계를 긍정적이고 건강하게 재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