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심東락] 우리의 전통 농악을 잇다, 풍물패 ‘한소리’
다양한 사람과 여러 악기가 모여 만든 ‘한소리’ 11월 15일 정기 공연 진행 예정돼 “서로의 소리 맞춰가던 풍물의 화합 기억하길”
북과 장구, 꽹과리 소리가 어우러져 하나의 울림을 만드는 순간, 무대 위와 객석 사이 경계는 사라진다. 풍물이 만드는 시간은 연주자와 관객뿐 아니라 현대와 과거를 연결한다. 이러한 어울림은 어떻게 만들어낼까. 첨단융합대학 풍물패 ‘한소리’, 그 중심에서 패를 이끄는 오준규(컴공 24) 학우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양한 악기로 하나의 울림을, ‘한소리’
한소리는 1990년 컴퓨터공학과에서 창립돼 올해로 36주년을 맞은 전통 깊은 소모임입니다. 이름에는 ‘하나의 소리’라는 뜻이 담겨 있으며, 여러 사람과 다양한 악기가 어우러져 하나의 울림을 만드는 풍물의 정신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비록 첨단융합대학 소속 소모임이지만, 공과대, 사범대, 사과대 등 다른 단과대 학생들도 함께하고 있어요.
필봉에서 출발한 한소리의 농악
풍물놀이는 농사 능률을 올리기 위해 농악으로 사용되거나 단오, 추석 등 명절놀이 음악으로 많이 사용된 민속 음악입니다. 꽹과리, 징, 장구, 북 등을 들고 풍물을 연주하는 행위를 ‘굿을 한다’고 표현하는데요. 풍물은 크게 웃다리, 호남농악, 영남농악으로 나눠져요. 한소리는 그중에서도 호남 좌도 농악에 속하는 임실 필봉 농악을 다룹니다.
관객과 연주자의 화합, 풍물놀이
풍물의 가장 큰 매력은 관객과 연주자가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공연을 진행할 때 원진을 만들기도 하는데, 그 안에 관객들이 들어와 함께 뛰어놀 수 있어요. 관객들이 진 안에서 함께 손뼉 치며 놀 수 있는 ‘수벽치기’라는 장단도 있죠. 모두 다 함께 노래를 부르며 공연을 진행하는 ‘노래굿’도 있고요. 다른 음악들과 달리 관객과 직접적으로 소통하며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풍물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필봉 농악 제3대 상쇠이신 양순용 선생님께서는 “굿은 협화여”란 말씀을 항상 하셨다고 해요. 양 선생님의 뜻을 이어받자면, 풍물은 공동체에서의 협력과 화합의 중요성을 일깨워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풍물과 함께 깊어가는 여름밤
여름 방학 땐 전라북도 임실군에 있는 필봉 농악 전수관에서 일주일 정도 전수 받습니다. 필봉 농악 보존회 선생님들께서 오전 또는 오후 중에 수업을 진행하시죠. 한편 다른 대학 풍물패도 이곳 전수관에 모이는데요. 전수생들 간 화합을 이루기 위해 수업이 없는 시간에 공놀이를 하기도 합니다. 교육 마지막 날에는 ‘상쇠 뽑기’라는 이벤트를 진행합니다. 상쇠는 풍물패의 지휘자 같은 역할이에요. 전수관에 모인 풍물패 중에서 가장 우수한 상쇠를 뽑아서 판굿을 벌이는 것으로 교육을 마무리 합니다.
학내 다양한 행사 속 한소리
매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연등 행렬에 참여하고, 연등제 판굿을 진행합니다. 대동제 기간에는 팔정도에서 공연을 열죠. 올해도 마찬가지로 봄 대동제에서 공연을 했고, 가을 대동제 역시 판을 칠 예정입니다. 매년 사범대 해오름제에선 저희가 선두에 섭니다. 학림관부터 정보문화관을 거쳐 팔정도까지 학교를 반 바퀴 돌아 올라오게 되면 그곳에서 굿을 진행해요.
가을과 함께하는 한소리 정기 공연
한소리의 정기 공연은 1년 행사 중 가장 큰 행사죠. 여름 동안 농악 전수관과 학교에서 갈고닦은 실력을 부원들과 함께 맞춰갈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보통 우리대학 만해광장이나 서울 종로 남인사에서 판굿을 진행합니다. 올해는 11월 15일에 정기 공연을 할 예정이니 시간이 된다면 오셔서 공연을 즐겨보시는 건 어떠실까 합니다.
전통예술 ‘풍물’을 대학서 이어가는 의미
사회가 현대화되고 서구화되면서 전통예술이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한소리의 풍물은 한국적인 것, 그중에서도 농민들의 삶과 같은 일상의 것들을 이어 나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죠. 특히 신입 부원들에게 풍물을 가르칠 때 우리의 전통을 계승하고 이어준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비 내리던 연등제 흥겨웠던 풍물 소리
작년 연등제 행렬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원래 비가 오면 장구나 북 가죽이 젖기에 행렬을 하지 않는데, 작년 연등제는 비가 많이 왔음에도 연등제 행렬을 진행했어요. 비록 우비를 입고 악기가 젖지 않게 비닐로 감싼 상태에서 연주를 하는 등 평소보다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만큼 더 뜻깊고 잊지 못할 경험이 된 것 같아요.
풍물의 인연이 오래오래 기억되길
한소리를 한 단어로 정의한다면 ‘인연’이라 하고 싶습니다. 접점 없던 부원들이 풍물로 이어져 인연을 맺기 때문이에요. 사회 생활을 하다 보면 대학 생활을 되돌아보게 되겠죠. 다같이 모여 공연 연습을 하고 판을 치며 놀던 기억들이, 부원끼리의 끈끈한 유대감이, 대학 생활을 즐겁게 해준 인연으로 오래오래 기억됐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