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년 주거지원, 대학도 나서야 한다
개강과 함께 다시 기숙사 신청 경쟁이 치열해지고 원룸이나 고시원 방을 알아보는 청년들이 늘어났다. 수도권 청년 1인 가구 비중은 빠르게 늘어나는데 임대료는 치솟고 있다. 자립을 꿈꾸는 청년들이 불안정한 거처에 내몰리는 현실이다. ‘청년이 미래’ 라는 말이 허울로 남지 않으려면 주거 안정이라는 최소한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청년 주거불안 해소를 위해 각종 정책을 내놓았다. 다가구 매입임대, 행복주택, 전세임대, 통합공공임대 같은 공공주택부터 청년 월세 한시 특별지원, 주거안정장학금처럼 생활비 성격의 지원까지, 제도는 많다. 전세사기 피해를 막기 위한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도 만들어졌다. 겉으로 보면 청년들을 위한 촘촘한 안전망이 갖춰진 듯 보인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체감하기란 쉽지 않다. 월세 지원금 20만 원은 집주인 방세 올리는 속도에 못 따라간다. 서울 원룸의 올해 7월 평균 월세는 73만 원으로 전월 대비 7.9% 상승했다. 올해 최대 상승폭이다. 공공주택 당첨 확률은 요건이 까다로워 로또 만큼이나 낮다. 2025년 1차 서울 LH청년임대주택 경쟁률은 314대 1을 기록했다. 작년 220대 1보다 1.4배 증가했고, 2021년 54대 1과 비교해 보면 6배 가까이 뛰었다. 정책이 있다는 사실만으론 실효성을 가진다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학가 현실도 마찬가지다. 등록금에 버금가는 월세는 학생들에게 가장 큰 짐이다. 올해 7월 기준 서울 주요 10개 대학가 자취방 평균 월세는 약 60만 원이다. 한 학기가 3~4개월인 것을 감안하면, 약 180~240만 원꼴이다.
청년 주거 정책이 실효를 거두려면 대학이 먼저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유휴 부지를 활용한 기숙사 확충, 지방 학생을 위한 주거장학금 확대, 공급 규모를 늘릴 수 있는 임대주택이 필요하다. 대학은 단순히 교육기관에 머물지 않고 학생들의 삶의 기반을 책임질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
청년들의 학업과 취업 준비, 사회 진출의 모든 과정이 주거와 맞닿아 있다. 불안정한 방에서 쫓겨다니는 청년에게 자기계발과 도전은 사치에 가깝다. 정부가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과 동시에 대학이 주거를 책임지는 파트너로 나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청년이 안정적으로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일은 미래 사회 전체를 위한 투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