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칼럼] 내가 작은 것들을 사랑하는 이유

2025-09-22     정민주 사회학전공 23
▲정민주 사회학전공 23

 

“작은 배역들이 주연으로 살아가는 film 이곳”

나는 어렸을 때부터 소위 말하는 ‘톱스타’를 좋아하지 않았다. 전국의 소녀들이 엑소 멤버의 부인이라며 스스로를 소개하고, 방탄소년단이 교복을 입고 나와 소녀들의 마음을 뒤흔들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연히 나에게도 그들의 외모와 무대에서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멋져 보였다. 하지만 그들의 모습은 나와는 다른 세상 속 사람처럼 느껴졌다. 단순히 화려한 옷을 입고 멋있어서가 아니었다. 당시에는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을 명확히 설명하기 어려웠다. 시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그 반짝반짝한 연예인들이 사람보다는 ‘상품’같아 보였기 때문인 것 같다. 대중의 입맛에 맞게 성형수술을 하고, 체중 감량을 하는 모습이 괴상하게 느껴졌다. 한 명의 연예인, 한 그룹을 제작하기 위해 들이는 막대한 자본과 수많은 사람의 노고를 어렴풋이 느낀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나도 물론 좋아하는 뮤지션이 있었다. 텔레비전엔 잘 나오지 않는 그런 사람들. 중2병과 홍대병의 환상의 콜라보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난 반에 한명쯤 있는 ‘비주류 연예인’을 좋아하던 아이였다(여기서 연예인이라는 표현이 적합한지는 잘 모르겠다. 그들도 본인이 연예인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취향은 나이가 들어서도 변하지 않았고 오히려 짙어졌다. 유명하지 않다는 것이 좋아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대중들의 큰 관심이 없더라도, 돈이 되지 않더라도, 열정만으로 꾸준히 무언가를 창작하는 그들을 경외했다.

그들은 유튜브, 음악 사이트, 블로그 등을 통해 끊임없이 족적을 남겼다. 어떤 영상의 조회수는 1,000회도 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그들이 지난 10년 동안 남겨놓은 수많은 족적을 10년 후에야 보게 된 것이다. 단 몇 달 만에 나는 그들이 10년 동안 늙고, 가정을 꾸리고, 아이의 아빠가 되고, 음악적 성과를 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옛날엔 아무에게도 관심을 받지 못하던 음악으로 결국 세상을 설득한 것이다. 하루는 그들이 옛날에 했던 공연 영상을 보며 ‘조금만 더 일찍 태어날걸….’ 생각했다. 내가 저들과 동시대에 살았다면 영상 속 공연장에 내가 있었을 것만 같아 아쉬웠다. 10년 전 그들이 나를 설득한 것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나의 발자국을 남겨야겠다.” 

사실 나는 늘 글을 쓰고 있었다. 글을 쓰다 보면 난잡하게 널브러진 머릿속이 정리되는 것 같았다. 내가 쓴 글들을 보며 뿌듯해하기도 했다. 다만 그 글을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일은 없었다. 글에는 내가 너무 많이 담겨 있기에 글을 보여준다는 것은 마치 내 속을 다 보여주는 것만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 노트북과 메모장에는 나만 읽는 ‘파지’ 같은 글들이 쌓여있었다. 나의 발자국을 남겨야겠다고 생각한 후, 글을 숨기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다짐 이후 나는 학교 교지에 들어갔다. 내가 쓴 글이 실린 교지를 처음 받았을 때 부끄러운 감정을 지울 순 없었지만 뿌듯한 마음이 앞섰다. 그 뒤로는 아주 친한 친구들 몇 명하고만 팔로우가 되어 있는 비공개 소셜미디어에도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단 한 명에게라도 내 글이 그들의 일상에 잠시 머물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했다.

내가 참여한 두 번째 교지를 발간하며 문득 처음 나를 설득했던 그 뮤지션들이 떠올랐다. 주목받지 못하던 시절에도 음악을 멈추지 않았고, 결국 오래된 곡으로 지금의 나에게까지 다가왔던 그들처럼 내 작은 기록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닿을지 모른다. 설령 아무에게도 닿지 않더라도 괜찮다. 그때 내가 온 힘을 다해 남긴 흔적, 그 자체가 이미 충분하기에.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사랑했으면 한다. 지금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더라도, 당신이 사랑한 그 무엇이 언젠가 미래의 누군가에게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그렇지 않더라도 괜찮다. 무언가를 열정 가득히 사랑한 당신은 남아 있을 테니 말이다.

우리는 ‘작은 것들의 신’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