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수습기] 이로운 별(奎利)
奎利(규리). 별처럼 세상에 이로움을 더하다. 내 이름이자 내가 지향하는 좌우명이다. 별(奎)은 하늘의 별로, 예로부터 문장의 별이라 불리며 지혜와 길잡음을 상징한다. 리(利)는 이로움, 곧 타인에게 유익을 전한다는 뜻을 품는다. 곧 별은 어둠 속에서도 묵묵히 빛을 내어 길을 잃은 이들에게 방향을 제시한다.
어린 시절부터 나는 약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이야기를 대신 전하는 데서 보람을 느꼈다. 스무 살의 길목에 서 있는 지금도, 어릴 적부터 지켜온 마음은 여전히 나를 붙들고 있다. 숨겨진 목소리를 드러내며, 독자가 세상을 바로 볼 수 있도록 돕고 싶다. 그 단순한 일념이 결국 나를 동대신문으로 이끌었다.
서류 심사를 통과하고 필기 시험과 면접을 거쳐 학보사의 문을 두드리게 된 것은 분명 행운이었다. 처음 미디어센터 문을 열던 순간의 설렘은 지금도 생생하다. 선배 기자들과 처음 마주하며 이 공동체의 일원이 되었다는 사실은 가슴 벅찬 감흥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마주한 현실은 수없이 문장을 다듬고 덜어내야 했고, 처음 맞닥뜨린 피드백의 파도는 나를 쉼 없이 흔들었다. 기사다움이라는 말조차 낯설어, 갈피를 잃고 제자리를 맴도는 듯했다. 나는 학보사 기자의 자격이 있는지 끊임없이 자문했고, 조판마다 막차에 몸을 실은채 귀가하던 길은 늘 무겁기만 했다. 남은 학기는 멀게만 느껴졌고, 가파른 언덕을 홀로 오르는 듯했다.
그럼에도 나를 지탱해준 것은 짧은 한마디였다. 열린전공학부 기사를 집필했을 때, 인터뷰이가 건넨 “좋은 기사 써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 그 순간 처음으로 내가 누군가에게 별처럼 이로운 기자가 될 수 있음을 실감했다. 물론 이후에도 지치고 흔들린 시간은 있었다. 그러나 정기자로서 처음 취재하며 들은 감사 인사는 다시금 내 존재 이유를 단단히 붙들어 주었다.
별은 작을지라도 길을 잃은 이들에게 이정표가 된다. 기자라는 이름 또한 그렇다. 화려한 문장이나 완벽한 문체가 아닌, 누군가에게 반드시 필요한 이야기를 전하고 그것이 작은 힘으로 작용하는 순간, 기자라는 이름은 비로소 제 의미를 갖는다.
앞으로도 나는 여전히 미숙하고 흔들릴 것이다. 그러나 별이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며 밤하늘을 밝히듯, 나 또한 흔들림 속에서 제자리를 지키고자 한다. 진실을 밝히고, 가려진 목소리를 드러내며, 때로는 지친 독자에게 작은 위로를 건네는 글을 쓰는 것. 그것이 곧, 내가 동대신문에서 그리고 기자로서 걸어가고자 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