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악로에서] 투자와 투기 사이, 대학생 투자 열풍
최근 대학가에서 ‘투자 열풍’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다. 캠퍼스 카페와 강의실 뒤편에서는 주식, ETF, 코인, 심지어는 부동산까지 이야기가 오간다. 학점이나 취업만큼이나 수익률이 화제의 중심에 놓여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투자’가 일부 경제학도나 동아리 활동의 영역에 머물렀다면, 지금은 전공과 무관하게 누구나 스마트폰 하나로 시장에 뛰어드는 시대가 됐다.
이러한 흐름 뒤에는 불안정한 현실이 자리한다. 고금리·고물가로 대표되는 경기 침체, 청년층에게는 더 이상 단순히 저축으로 미래를 준비하기 어려운 시대가 다가왔다. 등록금과 생활비를 감당하면서도, 사회 초년생 시점 자신의 월급만으로는 자산을 축적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조금이라도 일찍 시작해야 한다’는 압박이 대학생들의 조기 투자 진입을 부추긴다.
문제는 ‘투자’와 ‘투기’의 경계가 쉽게 흐려진다는 점이다. 장기적 안목으로 자산을 분산하고, 위험을 감수하되 관리하는 전략보단 단기 시세차익에 몰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른바 ‘존버’(버티기)와 ‘몰빵’(집중 투자) 전략은 한순간의 수익을 안겨줄 수 있지만, 동시에 치명적인 손실을 초래한다. 실제로 작게는 너무 많은 현금 자산을 투자해 한동안 식사를 삼각김밥
따위로 대체하는 것부터 크게는 학자금 대출이나 생활비를 투자금으로 전환 후 손실을 경험하며 학업과 생활 모두 흔들리기도 한다.
다만, 대학생들의 투자 열풍을 단순히 ‘무모하다’고 치부할 수만은 없다. 미래가 불확실한 시대에 재테크는 생존 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스스로 질문해야 한다. 그것이 미래를 위한 ‘투자’인지, 아니면 불확실성 속에서 위안을 얻기 위한 ‘투기’인지.
대학생들이 지금 필요한 것은 ‘빨리’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바르게’ 시작하는 것이다. 캠퍼스 안에서 길잡이를 맡아 줄 금융 교육은 여전히 부족하다. 금융 문해력을 높이는 정규 교양과목이나 체계적인 비교과 프로그램은 부족하다. 유튜브 영상이나 SNS 게시글이 주요 정보원이 되는 현실 속에서 과장된 성공 사례는 손실의 위험을 가린다. 학교와 사회가 나서서 청년층이 균형 잡힌 자산관을 확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
투자와 투기는 종이 한 장 차이다. 그러나 그 차이는 미래를 받쳐줄 철옹성과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는 모래성만큼이나 크다. 대학생들의 투자 열풍은 단순한 유행이 아닌 우리 세대의 불안과 욕망의 현상이다. 사상누각 위 청년들의 불안과 욕망을 직시하는 것, 대학생 스스로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함께 짊어져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