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칼럼] 나를 채우는 시간
“대학생이라면 한 번쯤 휴학은 해봐야지.”라는 말을 간혹 듣는다. 그러나 막상 자신의 문제로 다가오면 쉽사리 결정하기 어렵다. 학업의 흐름이 끊길 것 같고, 휴학함으로써 생기는 공백기에 대한 부담도 크기 때문이다. 휴학하는 시간만큼 괜히 뒤처질 것 같다는 생각에 두렵기도 하다. 휴학하는 시간을 정말 가치 있게 보낼 수 있는가에 확신이 부족해 망설이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왜 휴학을 고민하는가. 또, 많은 이들이 휴학을 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휴학의 이유는 다양하다. 어떤 이는 진로 탐색을 위해 휴학을 택한다. 막상 대학에 다녀보니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에 삶의 방향을 찾으러 떠난다. 진로에 대한 확신이 부족해 미래에 대해 생각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여행을 떠나고, 평소에는 시도해 보지 않은 새로운 것들을 도전해 보고, 자신에 대해 깊이 있게 고민하며 자신을 알아가는 시간을 가진다. 또 다른 이는 미래를 위한 투자를 이유로 휴학을 선택한다. 휴학 동안 어학 시험이나 자격증, 인턴이나 대외 활동, 공모전을 통해 경쟁력을 쌓으려 한다. 미래의 나를 위해 현재를 점검하고, 필요한 경력과 경험을 쌓는 시간을 가진다. 쉼과 재충전을 위해 휴학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치열하게 살던 삶을 잠시 내려두고, 온전히 현재의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진다. 평소 뒤로 미뤄뒀던 취미를 즐기는 등 지친 마음과 몸을 회복하기 위해 잠시 멈춰 숨을 고른다.
겉으로는 서로 다른 선택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공통된 맥락이 흐른다. 휴학은 단순한 ‘쉼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탐색하고 성장시키는 과정이다. 학점으로 기록되지는 않지만, 오히려 그 시간 속에서 얻는 배움이 더 오래 남는다고 생각한다. 휴학하는 동안 얻은 배움은 나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현재를 점검해 보며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잠시 멈춰 재충전하는 과정에서 직접 경험을 통해 느낀 것들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3학년을 마친 뒤 휴학을 계획하고 있다. 취업 준비를 위해 자격증 공부도 하고, 인턴이나 대외 활동을 하며 경력을 쌓기 위함이 첫 번째 이유다. 또 휴학하는 동안 영화제 봉사활동과 장기 여행과 같은 평소 머릿속으로 계획만 세웠던 새로운 경험을 도전하기 위해서다. 주변을 보면 누군가는 여행을, 또 누군가는 어학연수를, 누군가는 단순한 휴식을 이유로 휴학을 계획하고 선택한다.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결국 그 목적은 하나로 수렴한다. 휴학은 곧 ‘자신을 채우는 시간’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계획 없는 휴학은 단순한 시간 낭비로 끝날 수 있다. 무작정 휴학하고 어떻게 휴학을 사용할지 고민하는 동안 시간이 흘러갈 수 있다. 무계획의 시간 속에서 조여오는 심리적인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 중요한 건 휴학을 통해 스스로 어떤 부분을 채울 것인지 방향성을 세우는 것이다. 어떤 시간을 보낼 것인지 방향을 정하는 것만으로도 휴학을 가치 있게 보내는 데 한발 디뎠다고 생각한다.
휴학은 살면서 잠시 멈춰 온전히 나를 위해 시간을 쓸 수 있는 몇 없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단순한 멈춤이 아닌 도약을 위한 숨 고르기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미래를 준비하기도 하고, 현재의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지기도 하고, 방향을 다시 확인해 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휴학하는 동안의 시간은 강의실에 앉아 공부하며 학점을 채우는 것 대신, 나를 채우는 경험과 성장으로 남는다고 생각한다. 시간을 멈춘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시간이다. 공백으로 보일지 모르는 그 멈춤 속에서 길러낸 내공은 학점보다 더 오래 나에게 남는다. 결국 휴학의 가치는 ‘나를 단단할 수 있도록 채우는 시간’에 있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