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년 정치인’ 이준석, 그 이름에 걸맞은가

2025-06-02     동대신문

이번 6.3 대선을 앞두고 본지는 주요 후보들의 공약과 행보를 살펴봤다. 특히 청년 정치인을 자처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행보에 눈길을 끌지 아니할 수 없었다. 대학가를 누비며 학생들과 함께 학식을 먹고, 방송과 토론장에서는 청년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놓치지 않았다. ‘청년 대변인’이라는 이미지가 그에게 따라붙었고, 많은 청년들이 ‘우리 세대’ 정치인이 마침내 무대에 올랐다는 기대를 품었다. 

그렇다면 과연 이준석 후보는 진짜 청년의 삶을 꿰뚫는 공약을 내놓았는가. 기대와 현실의 간극이 작지 않다. 전반적인 공약의 완성도가 낮은 것은 물론이고, 그의 정치적 정체성과 직결되는 청년 공약에서는 허술함이 뚜렷했다. 청년의 자산 형성을 돕겠다는 명분의 최대 5,000만 원 저금리 대출인 ‘든든출발자금’. 군복무 관련 공약은 장교·부사관 선발 확대. 끝이다. 대학생·일자리·내집마련 분야 세부 공약은 찾아보기 어렵다. 주거·교육·고용의 3박자 위기 속 삶의 무게에 짓눌리는 청년들에게 이준석 후보는 어떤 해법을 내놓았는가. 실현 가능성을 따져 소수 공약만으로 승부를 보려는 듯하지만, 그 몇 개로 청년 삶의 전부를 아우르기엔 부족하다. 그나마 눈에 띈 것은 연금 개혁안이다. 이 후보는 국민연금 구조 개혁 시점을 기준으로 그 이전의 구(舊)연금과 새로 별도로 관리하는 신(新)연금을 분리해 세대 간 형평성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지속가능성과 공정성이라는 두 축을 고려한 설계는 청년의 미래를 고민한 흔적이라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공약보다 더 큰 문제는 이 후보의 언행에서 드러났다. 지난 27일 대선후보 TV토론에서 그는 이재명 후보 아들의 여성 혐오 발언을 비판하는 취지로, 권영국 후보에게 질문하는 과정에서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거론하고 성폭력을 연상시키는 표현을 인용했다. 방송을 지켜보던 청년 여성뿐 아니라 어린이와 청소년, 전국의 유권자들은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상대 후보를 지적하고 싶었다 한들, 그 표현은 이 후보 본인의 품격을 무너뜨리는 수준이었다. 진심으로 ‘미래를 여는 새로운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과하는 일이 먼저다.

정치인이 청년일 수 있다. 하지만 ‘청년의 정치를 하는 정치인’은 또 다른 이야기다. 이준석 후보가 진정한 청년 정치인으로 기억되고자 한다면, 청년 정책을 가장 세밀하게 공약으로 풀어내야 하고, 그에 걸맞는 성품 또한 지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