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획] 제21대 대선, 청년의 표심을 잡아라-②
동대신문 6.3대선 특집기획 ② 청년·복지 분야
슬기로운 복지 생활, ‘선별’이냐 ‘보편’이냐
복지란 생존의 한계를 버텨낼 수 있는 최소한의 발판이어야 한다. 턱없이 부족한 일자리, 여전히 불안한 주거, 치솟는 생활비 등 이른바 ‘N중고’에 시달리는 청년들에게는 실질적인 복지 공약이 절실하다. 이러한 청년들의 목소리에 응답하듯 양당 대선 후보는 ▲청년 및 복지 분야에 다양한 정책을 내놓았다.
이재명 후보는 청년들의 자산 형성·경제적 자립을 위한 ‘생애주기별 소득보장체계’를 중심으로 누구나 일정한 복지 안전망 안에서 자립할 수 있는 구조를 제시했다. △아동수당 지급 대상의 단계적 확대 △청년미래적금 도입이 대표적이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기존 복지제도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계층을 향한 접근이다. △돌봄 책임을 홀로 짊어진 청년, 이른바 ‘영케어러(Young Carer)’ △아동양육시설·가정위탁 보호가 종료된 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자립 준비 청년’을 위한 지원책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심리적·경제적 자립을 돕는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문수 후보는 단기적 자산 형성보다는 청년의 경제적 기반을 넓히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기존 청년도약계좌와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 등을 개편해 수혜 조건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청년도약계좌는 월 최대 70만 원을 5년간 납입하면 최대 5,000만 원과 6%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정책이다. 한정된 소득 기준 때문에 혜택을 받지 못했던 중소기업 재직 청년들도 수혜 대상이 된다. 또한 △15세에서 34세 사이 청년이 18개월 이상 근무하면 추가 인센티브를 주는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의 요건도 완화된다. 이밖에 △저축공제 가입 연령대 확대 △신생아 특례 디딤돌·버팀목 대출 기준도 조정될 예정이다.
돈 벌다 폭싹 늙은 대학생들... 두 후보의 정책은?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인상된 등록금과 치솟는 물가 속에서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청년이 증가했다. 청년의 생계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정책 대응이 필요한 공공 과제가 되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대학생·대학원생 정책으로 등록금 부담 완화를 중심에 뒀다.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 요건과 이자를 경감해 학업 자금 마련을 돕는 것이 요지다. 또한 그동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던 △소득 6분위 이상 대학원생도 포함했다. 이는 실질적 등록금 절감 효과를 노린 조치로, 교육 사각지대 해소를 통해 형평성을 확보하겠다는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김문수 후보는 생활비 문제에 주목했다. △대학생과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한 생활비 대출 확대를 통해 실질적인 생계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는 특히 △대학가 원룸과 하숙촌을 ‘화이트존(입지 규제 최소 구역)’으로 지정해 ‘반값 월세 구역’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졸업유예금 제도 개선 △장학금 수혜 비율 확대(60% → 70%) 등을 함께 추진해 교육비 부담을 종합적으로 낮추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두 후보의 정책에 대한 청년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안세중(경제 21) 학우는 “등록금 인하 정책과 대출 완화가 청년층 부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유권자로서 비용 부담 주체를 명확히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A학우(미컴 24)는 “두 후보 정책 모두 고정 소득이 없는 청년들의 처우를 단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실질적 대안으로 보인다”며 “특히 대학가 화이트존 공약은 자취하는 청년들에게 절실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어 “월세 부담이 줄면 공부와 취업 준비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구해줘! 홈즈... 대선판 홈즈는 누구?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 ‘지옥고’라 불리는 주거 환경에서 하루를 버티는 청년들이 많아지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조사에 따르면 지방 청년 가구의 24.1%는 월 소득의 30% 이상을 주거 임대료로 지출하는 ‘주거 빈곤층’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들에게 ‘내 집 마련’은 여전히 먼 꿈에 불과하다. 전세사기, 신규 주택 공급 부족, 물가 상승까지 복합적인 요인들이 얽히며 청년 1인 가구의 ▲주거 문제는 생존의 문제로 번지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청년에게 실질적인 주거 기반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청년 맞춤형 공공분양 확대 △‘직주근접(직장과 주거지가 가까이 있는 것)’을 실현할 수 있는 ‘주거복합플랫폼’ 주택 조성이 핵심이다. 이는 일자리, 보육(돌봄), 교육 등 생활 기반을 함께 제공하는 복합단지로, 출퇴근 시간 단축을 선호하는 청년층의 니즈(Needs)를 겨냥한 설계다. 여기에 세대 간 공존을 위해 청년과 노년이 함께 거주하는 △세대 통합형 주택 또한 추진한다.
김문수 후보는 주거 공급 확대를 통한 수요 해소에 방점을 찍었다. △1인형 아파트 및 오피스텔 확충 △재건축·재개발 시 청년과 신혼부부 우선 배정 확대를 통해 주거 진입장벽을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눈에 띄는 공약은 △3·3·3 청년주택이다. 결혼하면 3년, 출산 시 첫째와 둘째 아이를 위한 각 3년 총 9년간 주택을 제공한다. 이는 주거비 또는 대출 이자도 함께 지원하며 약 10만 호를 계획하고 있다. 이밖에 △청년·신혼·육아 주택 20만 호 공급 △GTX 역사 주변 통합기숙사 건립 △공공 임대주택 비율 확대 등은 공급과 비용 부담 완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B학우(산업시스템공 24)는 “김문수 후보의 2030을 위한 장기적 지원책은 차후 결혼, 저출산, 주거 문제에 안정적인 도움이 될 것 같다”면서도 “이재명 후보의 청년 공공주택은 청년들에게 좋은 기회와 시작점을 제공한다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두 후보의 정책 모두 실현 가능성과 구체적인 계획안이 필요할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세대 간 줄다리기, 뜨거운 감자 ‘연금 공약’ 향방은?
지난 3월 20일, 18년 만에 개정된 ▲연금개혁은 이른바 ‘더 내고 더 받는’ 방식이다. 보험료율(내는 돈)을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받는 돈)은 40%에서 43%로 상향 조정됐다. 이에 따라 연금 소진 시점은 기존 예측보다 15년가량 늦춰질 전망이다.
하지만 현재 개혁안이 기성세대 중심으로 설계됐다는 지적은 청년 유권자 사이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보험료는 더 내야 하지만 수급 시점은 멀고 혜택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연금 제도에 대한 청년층의 신뢰도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전국 대학 총학생회 연합단체인 ‘총학생회 공동포럼’이 지난 3월 26일부터 12일간 전국 대학(원)생 1,38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4.6%는 개정된 국민연금 개혁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렇듯 ‘세대 간 부담과 수급의 형평성’이 이번 대선의 핵심 이슈로 떠오르며, 두 후보 모두 ▲연금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후보는 △연금 사각지대 해소 및 보장성 강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프리랜서, 자영업자, 비정규직 등 정기적인 보험료 납부가 어려운 노동자의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지난 개혁에 이어 △군 복무 크레딧을 12개월에서 복무 기간 전체인 18개월로 확대하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러한 접근이 장기적인 재정 안정성보다는 표심 확보를 의식한 포퓰리즘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전 한국연금학회장·현 연금연구회 리더)은 “군 복무 크레딧은 세금으로 재원을 조달하기에 그 부담은 결국 청년세대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크레딧 확대는 추가 재정 소요를 초래해 연금 제도의 지속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문수 후보는 제도의 구조 자체를 손보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모수개혁을 ‘1차 개혁’으로 규정하고, ‘2차 개혁’에선 시스템 전반의 지속 가능성 확보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핵심은 △연금 급여를 경제 상황과 인구 구조에 따라 자동으로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 도입 △연금개혁위원회에 청년 참여를 제도화하는 것이다. 다만 구체적인 재정 시뮬레이션이나 단계별 시행 방안이 미흡하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윤 명예연구위원은 “자동조정장치는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필수지만, 도입 자체보다 어떤 방식으로 실행할지가 더 중요하다는 측면에서 현재 공약은 구체적 설계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군 복무 재편, 청년 표심 열쇠 될까
▲군 복무 제도를 둘러싼 대선 공약이 청년층의 관심을 끌고 있다. 병역 의무가 주로 20대 남성에게 집중된 현실에서 병역 이행자의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는 뜨거운 쟁점이다. 병역을 이행한 청년들의 시간과 노력을 정당하게 보상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자칫하면 비대칭적인 특혜나 역차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재명 후보는 △군 복무 경력의 호봉 반영을 공약했다. 군 복무로 인한 시간적 공백을 보상하고 병역 이행자가 노동시장 진입 시 겪는 불이익을 최소화 하겠다는 취지다. 병역 이행 후 사회 진입 시의 불이익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군 복무로 인한 사회 진입의 시간적 공백을 보상하고 병역 이행자가 노동시장 진입에서 겪는 불이익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김문수 후보는 △군 가산점제 부활을 공약하며 병역 이행자에 대한 공정한 보상을 강조했다. 또한 △여성 희망 복무제 도입을 통해 성별과 관계없이 병역 이행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는 양성평등 기반 병역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두 후보 모두 군필자에게 보훈 차원의 일부 혜택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구체적인 제도 설계에 있어서는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 이 후보의 △군 호봉제는 군 복무 기간을 근무 경력으로 반영해 공공기관 호봉에 포함하는 제도다. 현행법은 군 복무 기간을 경력으로 인정할지를 기관 재량에 맡기고 있어, 이를 의무적으로 바꾸자는 취지다. 반면 김 후보의 △군 가산점제는 채용과 승진, 호봉 등에서 군 복무 기간에 대해 5%의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이 제도는 1999년 헌법재판소에서 형평성 문제를 이유로 위헌 결정을 받아 폐지된 바 있다. 군 가산점제 공약에 대해 문과대학 소속 C학우는 “여성과 신체장애인의 평등권을 침해하고,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지 않는 청년에게는 적용하기 어렵다”며 “군 복무에 대해 합당한 보상을 주는 방식이어야지 누군가 피해를 보는 형태로 제도가 설계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군 복무에 대한 두 후보의 접근방식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안 학우는 “군 복무 경력을 임금에 반영하면 생산성 기반 임금체계가 흔들리고, 병역 미이행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등 새로운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김 후보의 여성 희망 복무제에 대해서는 “병역은 비선호 재화인 만큼 수요 예측 실패 가능성이 커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국민 프로듀서의 ‘일자리’ 대통령은 누구?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2025 고용이슈’에 따르면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이른바 ‘쉬었음 청년’은 2015년 39만 3,000명에서 2024년 59만 명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학력 청년이 늘어난 만큼 그에 걸맞은 ‘좋은 일자리’에 대한 기대가 커졌지만, 공급 측면에서 이를 따라주지 못하는 ‘일자리 미스매치’에서 비롯된 결과다.
이재명 후보는 ▲청년 일자리를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통해 청년들에게 기회의 문을 열겠다는 것이다. 주요 공약으로는 △구직활동지원금 확대 △자발적 이직 청년에 대한 생애 1회 한도의 구직급여 지급 △채용 연계형 직업교육 프로그램 확산을 내세웠다.
권상집 한성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는 “과거 정부 개입은 주로 기업에 고용 창출을 요구하는 방식이 많았지만, 트럼프 2기의 관세 부과 등으로 기업에 무조건 고용 확대를 요구하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며 맥락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 결과 정부의 개입 방향이 기업 중심에서 구직자 중심으로 전환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 후보의 공약에 대해서는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을 함께 고민했다면 기업의 자발적 고용 확대를 적극적으로 독려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실제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기엔 한계가 많은 것도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김문수 후보는 시장이 일자리 문제의 해법을 쥐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대기업 신입 공채 도입 장려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며,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에 법인세 감면과 정부 사업 입찰 시 가점 부여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권 교수는 “수시 채용과 같이 상황에 따라 일자리를 조정하는 방식은 구직자 입장에서는 불확실성과 모호성이 큰 제도”라며 “신입사원은 현업에 곧바로 투입되는 인력이 아닌, 미래 가치를 목표로 중장기적 관점에서 육성해야 할 인재기에 공채 부활을 단순히 시대 역행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다만 김 후보가 기업 중심의 경제 회복을 주장하면서 기업의 CEO에게 공채 도입을 강제하게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현실성 확보를 위해서는 법인세 인하 외 일자리를 늘리는 기업에 대한 제도적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공약의 신뢰도를 높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채 부활 공약 외에도 김문수 후보는 AI와 첨단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방점을 찍고 있다. 그는 △AI 청년 인재 20만 명 양성 △AI 청년 스타트업 빌리지 전국 조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권 교수는 “AI 기반 산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AI에 능숙한 고숙련 노동자에게만 부합한다”며 “구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100만 명 이상의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기회를 제공하고, AI 관련 교육을 마련할 방법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회과학대학 소속 D학우 또한 “공약이 실제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며 “기존 산업군의 고용 문제를 외면한 채 신산업인 AI 부문에 치중하는 것은 근본적인 일자리 문제 해결을 회피하는 접근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제, 미래산업, 청년, 복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청년의 삶을 이야기하지만 결국 핵심은 ‘현실로 이끌어올 수 있는가’로 귀결된다. 두 후보의 공약이 표를 넘어 실질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그 첫 시험대는 이번 선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