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수] 디스카이(DSKY) 동서고연 동대 역사

2025-06-02     고영섭 불교대학 교수
▴고영섭 불교대학 교수

붓다는 ‘눈을 뜬 분’을 일컫는 일반명사다. 고타마 붓다는 중도를 깨쳐서 ‘각자’가 되었고, 연기를 발견해 ‘견자’가 되었다. 그는 가장 완벽한 진리를 깨쳐 얻어 붓다의 이름을 전유(독점)하게 되었다. 붓다의 가르침은 고구려 소수림왕 2년(372)에 순도대사에 의해 전래되었다.

  불교는 전법승들에 의해 대륙과 반도와 열도에 수용 공인 유통되었다. 이후 한국불교는 인간 이해를 심화시키고 세계 인식을 확장시켰다. 그 결과 한국불교는 우리들의 삶의 도리와 질서이자 문화가 되었으며,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며, 우리는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었다. 나아가 한국불교사는 한국사의 마중물이 되었고, 한국사와 한우물이 되었다. 

  고대와 중세 및 근세 이래 사찰은 교육의 구심이자 문화의 중심이었다. 이를 이은 ‘명진학교’의 ‘명’(明)’은 『대학』의 “큰 배움의 길은 밝은 덕을 밝히는 데에 있으며, 백성과 친하게 하는 데에 있으며, 지극한 선에 멈추는 데에 있다”에서 가져왔다. 또 ‘진’(進)은 『화엄경』의 수행에 정진하는 마음에서 가져왔다. 그리하여 명진학교는 “원효의 교학을 부흥시키자”는 ‘원흥’(元興)을 두 표 차로 제치고 새로운 교육기관으로 출발했다. 

  불교계는 일찍부터 교육의 중요성을 자각하고 지방 사찰 19개소에 ‘각종학교’를 세웠다. 그리고 전국 16개 중법산 이상의 사찰에서 출자하여 중앙의 원흥사에 명진학교를 세워 불교사범학교, 불교고등강숙, 불교중앙학림으로 이어갔다. 불교중앙학림은 만해 한용운(1879~1944)과 그의 제자들이 1919년 2월 28일에 <기미독립선언서> 배포하고 3.1에 독립운동을 주도하면서 일제의 조선총독부에 의해 폐교되었다. 그 사이 조선불교총무원의 불교학원(태고사)을 거쳐 중앙불교전수학교로 재개교하였다. 

  이후 중앙불교전수학교는 전문학교 승격 과정에서, 혜화전문학교는 일제 말엽에 총독부에 의해 폐교를 당했다가 다시 개교하였다. 1930년대부터 ‘중전’(혜전, 동대)은 ‘보전’(고대)과 ‘연전’(연대)과 함께 삼대 사학으로 불렸다. 이후 경성제대(1926)의 후신으로 개교한 서울대학교(1948)와 함께 '디스카이'(DSKY) 즉 '동서고연'의 이름으로 우리나라 대학사를 주도해 왔다. 사학인 동대의 인문, 고대의 법학, 연대의 상경은 대한민국의 기초를 다졌으며, 관학인 서울대가 개교하면서 이 기초는 한층 두터워졌다. 

  금년 5월 8일은 동대가 372년 압록강 너머 집안(集安)에서 개교한 지 1653년째이다. 명진학교가 서울에서 개교한 지 119년째이다. 장구한 전통과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동대는 이제 인문학 본산을 넘어 현대의 학문 전 분야에 붓다의 중도 연기 철학을 알리고 있다. 붓다의 자비와 지혜를 펼치기 위해 ‘디스카이’ 즉 ‘동서고연’의 이름으로 동대 역사를 거듭 호명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