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하나천강에] 취미는 스마트폰, 특기는 SNS?

2025-06-02     고두희 영화영상제작학과 강사
▲고두희 영화영상제작학과 강사

얼마 전,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한 가족의 일대기를 담담하게 그리고 감동적으로 그려 매회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주·조연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면서 관련 내용이 연이어 보도되기도 했다. 만나는 지인들도 드라마 이야기를 하고 SNS에서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연일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했다. 오랜만에 국민적 인기를 얻은 드라마의 탄생이었다. 

이 드라마가 정말 그렇게 인기가 있는지 궁금해졌다.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드라마를 알고 있는지 본적이 있는지 물어보면 아이러니하게도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 수강생들의 대부분이 드라마를 직접 시청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그럼 어떻게 내용을 알고 있을까? SNS의 숏폼으로만 봐도 충분하기에 시간을 내서 드라마를 볼 필요가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는 드라마 이야기뿐만 아니라 영화도 뉴스도 예능도 스마트폰 하나면 충분하다고 한다.

지난 3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전체 스마트폰 이용자 중 과의존 위험군이 조금 줄었다고는 하지만 유·아동과 청소년층의 비율은 오히려 증가하거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유아동과 청소년기의 과의존이 심각해진다는 것 외에도 흥미로운 점은 20대의 과의존 비율도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한다는 것이다. 청소년기에서 이어진 스마트폰 사용 습관이 성인 초기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며, 유·아동 및 청소년, 그리고 20대 역시 주요 관리 대상이 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이러한 경향의 배경에는 스마트폰을 통해 이용하는 콘텐츠가 있다. 게임, SNS, 동영상, 음악, 관심사 검색 등 대부분의 오락적 콘텐츠 이용률이 월등히 높았다. 반대로 뉴스 이용률은 오히려 낮았는데, 정보 소비보다는 자극적이고 몰입적인 콘텐츠 소비에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단순히 시간을 보내기 위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경향이 뚜렷한 것을 알 수 있다. 너무나도 많은 정보에 노출되면서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기억의 소멸도 빨라진다. 

스마트폰의 과도한 사용은 단순한 사용 시간의 문제도 있겠지만 어떤 콘텐츠를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봐야 하는 중요한 문제다. 유·아동과 청소년, 그리고 20대에게 있어서 스마트폰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제공하는 중요한 통로가 돼 준다. 이 점에서 스마트폰 안의 한정된 세계에서 가끔 멀어질 필요가 있다. 

<폭싹 속았수다>에 동일한 여배우가 회차를 거듭해서 반복적으로 등장해서였을까. 이 드라마가 최근 웹툰이나 웹소설에서 유행하는 회귀물이라고 생각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드라마를 순서대로 시간을 들여 시청하지 않고 스마트폰의 SNS를 통해 단편적인 정보를 가지고 해석하다보니 나타난 오류라 생각된다.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정보를 얻어야 할 필요성이 여기서 나타난다. 

언제 어디서나 늘 함께 하고 있는 스마트폰은 우리의 신체 일부처럼 인식되고 있기에 스마트폰의 이용이 늘어나는 것은 시대적 흐름일 수 있다. 그렇기에 스마트폰을 통해 보는 세계는 우리의 관점을 좌우하는 중요한 도구가 되었다. 문제는 그것의 존재가 아니라, 스마트폰과 우리의 '관계'이다. 우리는 스마트폰을 도구로 사용하는가, 아니면 그것에 끌려다니고 있는가. 스마트폰 과의존이라는 사회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이 질문에 대한 성찰이 각자의 자리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그 출발은 아주 작고 단순한 실천, 즉 오늘 하루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주변을 한 번 더 바라보는 일에서 가능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