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획] 제21대 대선, 청년의 표심을 잡아라-①
동대신문 6.3대선 특집기획 ① 경제·미래산업 분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치러지는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오는 3일로 다가왔다. 헌정사상 초유의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 정국이라는 정치적 격랑을 통과한 이번 선거는 단순한 정권 교체의 의미를 넘어 흔들린 민주주의 질서를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에 대한 역사적 시험대이기도 하다. 특히 청년 세대는 이번 선거에서 사실상 당락을 좌우하는 캐스팅보트(Casting vote)로 부상했다. 각 후보가 청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는 이번 선거가 미래를 어떻게 그리는지 보여준다. 과연 이들은 청년에게 미래를, 대한민국을, 담보할 수 있을까. 동대신문이 6.3 제21대 대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공약을 분석했다.
주가조작 1진 아웃, 투자자엔 세금 다이어트
코로나19 이후 자산시장에 대한 청년층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시점이다. ‘영끌’, ‘빚투’ 같은 주식 관련 신조어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세대 전체의 불안과 절박함을 보여주는 징표가 됐다. 청년들의 투자 시장 참여율이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자산시장 관련 공약은 이번 대선의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
이재명 후보는 ‘신뢰 회복’을 우선순위에 뒀다. 그는 주가조작과 시세조종 등 주식시장에서의 불공정 거래를 근절하기 위해 △원스트라이크 아웃 도입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불공정 거래가 적발되면 해당 주체를 시장에서 영구 퇴출시키는 강경한 조치로, 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립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과도한 제재가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투자 심리를 얼어붙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주가조작 입증 기준이 모호한 만큼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재동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이 정상적으로 주가를 관리하는 데, 주가조작의 기준이 분명하지 않으면 기업은 사법 리스크에 노출되고 경영의 불확실성이 증가한다”며 “주가조작과 시세조종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법률과 제도를 설계할 때 기업, 전문가, 투자자 등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며 “감독기관이 불법행위를 판별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강화해 자본시장 행위자가 억울한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문수 후보는 규제보다 유인책을 앞세우며 투자자들의 참여를 끌어내겠다는 입장이다. △장기 주식·펀드에 대한 세제 혜택 확대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 허용 △배당소득세 비과세 한도를 5천만 원으로 확대하는 조치 등을 내놓았다. 특히 배당소득세 개편은 개인 투자자들의 조세 부담을 줄이고 장기적인 주식 보유를 장려해 자본시장 활성화를 유도하려는 목적이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김 후보는 △양도세·취득세 중과 폐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등 기존 규제를 대거 철폐하겠다고 밝혔다. 두 후보 모두 자산시장 확대와 규제 정비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접근 방식은 다르다. 이 후보는 정부 주도 시장 질서 회복을, 김 후보는 시장 자율화와 투자 유인 확대를 외치고 있다.
상법 개정 VS 자본시장법 개정, 그것이 문제로다
기업 경영진의 책임 범위를 어디까지 확대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정치권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3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당시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은 “기업의 적극적인 경영 활동을 저해할 소지가 있다”며 “국가 경제 전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상법 개정안은 이번 대선에서도 논쟁의 한가운데 있다. 이재명 후보는 기업지배구조의 투명성을 향상하기 위해 △주주 충실 의무와 관련된 상법 개정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김문수 후보는 이 후보의 상법 개정안에 반대하며 윤석열 정부가 제시했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지지하고 나섰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상장법인을 대상으로 주주 보호 조항을 강화하면서 기업의 경영 자율성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두 후보는 기업의 자율성과 지배구조의 투명성, 즉 규제 강화 측면에서 시각을 달리했다. 이 후보는 기업의 책임 강화에 방점을 찍은 반면 김 후보는 시장 자율성과 유연한 규제 설계를 강조하고 있다.
소상공인·근로자 표심 잡기 “Pick Me Up”
저성장·고물가 시대 소상공인과 근로자를 위한 표심 잡기 경쟁이 치열하다. 코로나19 여파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은 여전히 생존의 기로에 서 있으며 이번 대선에서도 이들의 표심은 중요한 바로미터(Barometer)가 되고 있다. 이에 맞춰 두 후보는 각각의 해법을 들고 ▲서민 경제 회복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재명 후보는 피해 복구에 초점을 맞춘 △코로나 대출 종합대책을 내놨다. 코로나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해, 채무 조정과 탕감 등 단계적 지원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기존 대출에 대한 상환 유예 △저금리 대환대출 확대와 이차보전 대책을 통해 고금리 부담을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소상공인 맞춤형 장기 분할 상환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임대료와 인건비, 에너지 비용 등 고정비용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계엄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별도 지원 △폐업 지원금 확대 △재도전 금융지원 등의 기반 마련도 포함됐다.
김문수 후보는 금융 접근성과 행정 효율성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소상공인을 위한 전문 은행 설립을 공약했다. 김 후보와 이 후보 모두 서민 계층 특화 전문은행을 설립한다는 공약을 내세웠지만, 이 후보는 ‘취약계층 대상 중금리대출 인터넷 전문 은행’, 김 후보는 ‘서민·소상공인 전문 은행’으로 대상층을 달리했다. 그중 이 후보는 온라인 기반 인터넷 전문은행을 구상해 접근성을 더 높일 계획이다.
강 교수는 “이 후보의 기술 기반 대출은 접근성이 좋고 운영비용이 낮아 저렴한 금리로 대출을 제공할 수 있지만 채무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가 중요하다”며 “반면 김 후보의 오프라인 은행은 디지털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에게 맞춤형 금융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지만 인터넷 은행에 비해 운영비가 높아 금융 취약 계층에게 저렴한 금리로 대출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두 후보의 정책은 상호 보완을 할 수 있는 요소가 커서 당선이 되면 두 정책을 보완·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면서도 “인터넷 은행이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을 목적으로 이미 운영되고 있어 두 후보의 서민 특화 전문은행이 인터넷 은행보다 더 넓은 서민층과 사각지대에 놓은 분들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설계돼야 한다”고 전했다.
김 후보는 노사 합의를 바탕으로 ▲주 52시간 근무제 유연화를 추진하겠다고도 밝혔다. 그는 탄력근로 및 선택 근로제에 대해 사용 가능한 단위 기간을 최소 6개월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고소득 전문직 근로자에 대해선 주 52시간제 적용을 제외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지난 18일 개최된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토론회 경제분야’에서 “SK하이닉스는 주 43시간 이상 일하지 않고도 기술력에서 앞서 있다는 근거로 기술력 부족을 노동시간 탓으로 돌리는 것은 현실을 모르는 주장”이라는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의 비판이 있었다.
AI 강국을 향해 한 걸음 더
인공지능(AI)은 단순한 기술을 넘어 제조업 자동화, 의료, 자율주행, 국방, 교육 등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을 바꾸며 국가 경쟁력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AI 기술 선도 여부가 곧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요소이기에 두 후보 모두 미래산업, 특히 ▲AI 산업에 초점을 둔 공약을 제시했다.
이재명 후보는 ‘모두의 AI’를 핵심 프로젝트로 내세우며 △정부 주도의 AI 대전환(AX)을 공약했다. AI 분야 예산을 선진국 수준 이상으로 확대하고 민간투자 100조 원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전국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AI 기반의 국가 혁신 거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국민 누구나 한국형 ChatGPT와 같은 고성능 AI를 무료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AI 산업을 주요한 미래 먹거리 산업 중 하나로 보고 있다. 그는 AI 인프라 확보, 유니콘 기업 육성이라는 두 가지 축을 중심으로 정책을 제시했다. 데이터센터 등 AI 생태계에 필요한 전력 수급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대형 원전 6기를 건설하고 △한국형 소형 모듈 원자로(SMR) 상용화를 병행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그는 △글로벌 협력을 통한 20만 명의 청년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100조 원 규모의 민관합동펀드를 조성해 기술 경쟁력을 확보한 유니콘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구상도 담았다.
두 후보 모두 AI 산업을 통해 우리나라를 경제 강국으로 도약하겠다고 약속한 점은 같지만 접근 방식은 다르다. 이 후보는 공공 주도 인프라 구축과 국민 접근성 확대에 중점을 두는 반면 김 후보는 산업 기반과 청년층의 전문성 강화, 원자력 기반 인프라 확충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서울 공화국’에서 벗어나 균형적인 대한민국으로
수도권 인구 쏠림이 심화된 가운데 ▲지역균형발전은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핵심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수도권 중심의 경제·사회 구조에서 벗어나 전국의 고른 성장을 유도하고 불균형을 해소하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이재명 후보는 균형발전을 위한 핵심 전략으로 △재생에너지 전환을 내세웠다. 그는 탄소중립을 위한 실질적 수단으로 △‘RE100’ 산업단지 조성을 제안했다. 이는 수출기업의 기후 통상 대응 역량을 높이고 수송 부문 탈탄소화, 신산업·신기술 발굴을 통한 산업 전환을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
김문수 후보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확장을 통해 균형발전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GTX 노선을 수도권에서 전국 5대 광역권으로 확장해 수도권 교통난을 해소하고 국토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수도권·충청권·호남권·대경권·동남권을 아우르는 △‘초광역권 메가시티’ 구상을 내놓았다. 이는 거점 도시 중심의 기능적으로 연계된 권역을 의미한다. 김 후보는 여기에 ‘메가프리존’ 개념도 접목했다. 메가프리존은 지방정부에 최저임금, 근로 시간 등 일부 규제의 특례 권한을 위임해 자율적 규제 완화를 기능케 하는 제도다.
‘서울 공화국’이라는 말로 상징되는 수도권 집중 현상을 완화하겠다는 방향성에는 두 후보 모두 의견을 같이했다. 이 후보는 재생에너지 기반 산업 전환을 통한 지역 활성화에, 김 후보는 교통 인프라 확충과 규제 개혁을 통한 권역 단위 성장에 방점을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