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수] 부처님오신날은 언제일까

2025-05-12     김호귀 불교학술원 HK교수
▲김호귀 불교학술원 HK교수

믿음을 가장 중요하게 간주하고 있는 종교의 세계에서 해당 종교의 출현을 가능하게 했던 인물에 대해서는 어떤 모로든지 다양한 방식으로 숭배하고 기념하며 의미를 부여하기 마련이다. 가령 불교의 경우에 부처님오신날은 정확하게 언제였을까 궁금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정확하게 알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교를 신봉하는 불자들에게 부처님오신날은 이전에 불탄일, 석탄일, 석가탄신일 등의 명칭으로 부르며 사월 초파일로 확정적으로 기념되었다. 우리에게는 제법 친숙한 사월 초파일이라는 말은 부처님의 탄생을 지칭하는 말로서 음력 4월 8일을 가리킨다. 그런데 4월 8일이라는 날짜는 불자들에게 관용적으로 설정된 것에 불과하다.

고대 인도 사회에서는 오늘날과 비교하여 중요한 사건에 대한 기록의 관념이 지극히 희박하였다. 그런 사회에서 출현하고 전개되며 전승되어 온 불교의 역사에서 불교를 개창했던 부처님에 대한 탄생과 출가와 깨달음을 가리키는 성도와 열반에 대한 기록도 명확한 것은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 우리가 오늘날 부처님의 탄생월과 탄생일을 4월 8일로 기념하고 있는 것은 전적으로 부처님에 대한 숭모의 관념에서 유래한 결과였다.

불자들에게 부처님이라는 인물은 어떤 성인보다 위대하고 뛰어난 대상으로 간주되고 있었던 까닭에 그와 관련된 모든 사건에 대하여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해 왔다. 우선 탄생에 대해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부처님은 위대한 성인이라는 생각을 근거로 하여 이 세상에 올 때도 좋은 시일을 선택한 것으로 간주하였다. 그 결과 계절로는 음력 4월이 가장 좋은 시절이라는 인식에서 부처님의 탄생월을 4월로 삼았다.

또한 탄생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일상의 생활이 음력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던 시대에는 한 달을 기준으로 하여 그믐날 및 초하루는 기운이 가장 미약한 것으로 생각하였기 때문에 그다지 선호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보름날에는 기운이 가장 왕성하지만 이후부터는 달이 기우는 까닭에 기운이 쇠락한다고 생각하였다. 따라서 가장 좋은 날짜로는 매월 8일이 선호되었다. 그 결과 불자들은 부처님과 관련하여 4대 명절로 탄생일과 출가일과 성도일과 열반일의 날짜에 대하여 탄생일은 4월 8일이고, 출가일은 2월 8일이며, 성도일은 12월 8일로 약속하였고, 열반일에 대해서는 2월 15일로 지정하였다.

이처럼 불자들이 약속한 부처님오신날은 오늘날의 불기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이천오백 내지 이천육백여 년이 된다. 그러나 정작 나 자신에게 부처님오신날은 언제인가 하는 점이 더욱 중요하다. 그 까닭은 내가 처음으로 불교를 만났던 때가 바로 나한테는 부처님오신날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나의 부처님은 언제 오셨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