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정시 추가모집 학우의 고충... 홀로 준비하는 대학 생활

정시 추가모집 학우, 학업 준비 기간 부족해 정보 격차·주거 문제 등 복합적 어려움 토로 무책임한 분위기 속 대학의 제도적 지원 부재

2025-05-12     김지은 수습기자

정시 추가모집 합격생(이하 추합생) 학우들은 학기 초 적응 과정에 여러 어려움을 겪는다. 개강 직전에 합격 통보를 받아 입학 준비는 물론 학사 정보, 수강신청, 주거 문제 등 전반적인 대학 생활에 차질을 겪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정시 추가모집은 정규 대입 전형 이후 잔여 인원을 충원하기 위해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시행하는 전형이다. 우리대학은 올해 추가모집 결과를 2월 26일부터 이틀간 발표했다. 다수의 수도권 대학도 이와 유사한 시점에 합격 사실을 고지했다. 홍익대학교(서울캠퍼스·세종캠퍼스)는 같은 달 26일부터 사흘간, 인하대학교는 27일부터 이틀간, 서울시립대학교는 27일 하루 발표했다. 이렇듯 개강이 임박한 시점에 합격이 확정되면서, 추합생들은 촉박한 일정 속에 개강을 맞이하게 된다. 올해 추가모집 전형으로 합격한 이제윤(사회 25) 학우는 “학사 일정 등의 정보를 전혀 얻을 수 없어 이수체계마저 알기 어려웠고, 그런 상황 속 정정기간에 수강신청을 해야 했다”고 밝혔다.

추합생이 겪는 주요 문제는 ▲정보 격차 ▲교내 신입생 영어레벨테스트 응시 불가 ▲주거 문제 ▲관계 단절 등이다. 

이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어려움은 ▲정보 격차다. 대부분의 학과는 정시 추가모집 이전 단체 채팅방 등을 통해 새내기 대상 공지와 준비 사항을 공유한다. 그러나 추합생은 이런 정보망에서 제외돼 입학 준비를 혼자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정시 추합생 A학우(미컴 25)는 “추가모집으로 입학한 이후 모든 것을 혼자만의 힘으로 해결해야 했다”며 “학과 단체방도 우리대학에 재학 중인 지인을 통해 정보를 구해 겨우 들어갔다”고 전했다.

▲교내 신입생 영어레벨테스트 응시 불가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우리대학은 매해 신입생 대상 영어레벨테스트를 2월 중순에 실시한 뒤 등급에 따라 수업을 배정한다. 올해는 2월 14일부터 17일까지 시험이 시행됐다. 그러나 추합생은 시험을 응시할 기회가 없어 자동으로 가장 낮은 등급인 ‘L5’에 배정되며, 0학점의 ‘Basic EAS’를 필수로 수강해야 한다. 실력과 무관하게 수업 배정이 이뤄지는 셈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주거 문제다. 추가모집 결과는 대체로 기숙사 신청 마감 이후에 발표된다. 이로 인해 지방 출신 추합생들은 시급하게 방을 구해야 한다. A학우는 “개강 6일 전 합격해 급하게 서울에 거주지를 구하는 것이 굉장히 힘들었다”며 “기숙사는 고사하고 대학 합격 시즌이 끝난 시점이라 방이 거의 없어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이외에도 추합생은 입학 전 이뤄지는 신입생 대상 오리엔테이션이나 새내기새로배움터 등에 참여할 수 없어, 학교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러한 정보 부족과 불안정한 생활 여건은 ▲관계 단절로 이어지기 쉽다. 이제윤 학우는 “신입생이라면 입학 전에 참여하는 활동들에 참여하지 못해 동기들이 활동을 회상할 때 전혀 공감할 수 없어 대화에 참여하기 어려웠다”며 “대다수의 신입생이 공통으로 듣는 수업이 무엇인지도 알 수 없어 동기들과 친해질 기회가 적었다”고 응답했다.

문제의 근본에는 ‘추가모집은 원래 그런 것’이라는 무책임한 분위기가 자리한다. 대다수 대학은 이런 인식 안에서 제도적 책임을 지기보다는 학생 개인이나 학과 학생회에 부담을 전가한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전북지역대학은 올해 추가모집 합격 발표 바로 다음 날 ‘온라인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했지만, 이런 사례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A학우는 “우리 같은 합격생은 소수이기 때문에 대학 측이 신경 쓰지 못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며 “그러나 어떠한 행정적 조치도 없이 그저 방치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이에 우리대학 입학처는 “추합생들에게 학사 정보를 신속히 제공할 것을 각 단과대에 고지하는 등의 노력은 하고 있으나, 별도의 지원 프로그램은 마련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정시 추가모집 제도는 대학의 재정적 이유에서 운영되는 구조다. 그러니 그 속에서 입학 첫발을 내딛는 추합생이 겪는 혼란과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치부하는 인식은 바뀌어야 한다. ‘추가모집’이라는 단어가 담고 있는 불안을 방치하지 말고, 학생 모두가 온전히 환영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