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악로에서] 대학의 개인주의화, 경쟁 속에서 사라지는 공동체 정신

2025-04-14     권규리 수습기자
▲권규리 수습기자

강의가 끝난 후 친구들과 캠퍼스를 걷고, 잔디밭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모습. 동아리 방의 기타 소리와 카페의 웃음소리는 우리가 꿈꾸던 대학의 풍경이었다. 하지만 이제 대학은 점점 각자의 길을 따라 흩어지고 있다. 함께하던 발걸음은 멀어지고, 혼자만의 시간이 익숙해지면서 공동체보다는 개인의 성취가 강조되는 분위기가 자리 잡았다. 대학 공동체의 연대는 약화됐고, 총학생회의 공백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대학이 ‘고립된 성장의 장’이 돼가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볼 시점이다. 변화하는 캠퍼스 풍경 속에서 학생 간의 자발적 교류는 줄었고, 학교는 더 이상 ‘함께’의 공간이 아니라 ‘각자도생’의 공간이 됐다.

대학가의 개인주의 확산은 다양한 사회·경제적 요인과 맞물려 시작됐다. 대표적인 원인은 ‘취업 중심의 대학 문화 확산’이다. 학문 탐구보다 스펙 쌓기에 집중하면서 협력의 가치가 퇴색했고, 자연스럽게 개인주의가 자리 잡았다. 코로나19로 비대면 학습이 확대되면서 학생 간 교류는 더욱 줄었고, 대학은 더 이상 소통의 공간이 아닌 독립적인 학습 공간이 됐다. 대학 내에서 또래 친구들과 고민을 나누는 기회가 점점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심리적 고립감과 우울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고물가·고금리가 경제적 부담을 가중하면서 많은 학생들이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나 학자금 대출에 의존하게 됐다. 공동체 활동은 사치로 여겨지며, 학생들은 혼자 살아남는 법을 익혀야 했다.

물론 개인주의가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자율성과 자기 주도적 학습이 강조되는 것은 긍정적 변화일 수 있다. 그러나 대학이 공동체적 가치를 잃으면 사회적 연결망과 협력 정신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대학은 공동체 활동을 장려해야 한다. 동아리, 학회, 멘토링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팀 기반 프로젝트를 늘리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개인적인 성취뿐만 아니라 협력과 네트워킹의 가치를 인식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개인주의는 시대적 흐름이지만, 공동체 정신 역시 중요한 요소다. 대학은 단순한 학업 공간을 넘어 사회적 연결과 협력이 이루어지는 장으로 변화해야 한다. 경쟁과 고립 속에서 서로를 잃는 대학이 아닌, 함께 성장하는 대학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