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꿈을 향해 “조준, 집중, 발사!” 사격선수 김종현 동문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사격선수 꿈꿔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서 금메달 목에 걸어 “아프니까 청춘, 아픔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길”
“사격은 제 인생 그 자체예요” 데뷔 28년 차 한국 사격의 살아 있는 역사 김종현 선수(사회체육 04).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2012 런던, 2016 리우 올림픽 등 굵직한 국제 무대에서 메달을 휩쓸며 한국 사격에 궤적을 그려온 그는 승부욕보다 흔들리지 않는 집중력이 진정한 무기라고 말한다. 사선 위에 서 목표를 정확히 조준하듯, 어떤 흔들림에도 중심을 잃지 않는 김종현 동문을 만났다.
Q. 안녕하세요, 김종현 선수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 다.
A. 안녕하세요. 동국대학교 사회체육학과 04학번 김종현입니다. 사격을 시작한 지 28년이 됐고, 현재 국가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Q. 선수님께서 사격이라는 종목을 처음 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사격과의 인연은 우연히 시작됐습니다. 중학교 1 학년 때, 체육 선생님께서 사격부 신입 선수를 모집 하셨고 저는 친구를 따라 가벼운 마음으로 사격장을 찾았죠. 그런데 막상 총을 잡아보니, 목표에 온 신경을 집중하는그 순간의 긴장감과 몰입감이 무척 매력적이더라고요. 그 뒤로 사격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한 사격은 어느새 제 삶의 중심이 됐어요. 처음 느꼈던 그 설렘과 열정을 지금도 잊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재학 시절 기억에 남는 수업이 있으신가요?
A. 사격선수로서 여러 전공 수업이 도움이 됐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우연히 듣게 된 영양학 수업이었습니다. 사격은 집중력뿐만 아니라 신체적 컨디션도 중요한 종목입니다. 따라서 식단 관리가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데요. 수업을 통해 균형 있는 영양소와 식습관의 중요성을 배웠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그 때의 배움은 졸업한 지 20년이 다 돼가는 지금까지도 선수 생활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Q. 국가대표가 되기까지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 나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는지 들려주세요.
A. 국가대표라는 무대는 제게 너무도 멀게만 느껴졌습니다. 처음에는 그 자리를 감히 꿈 꿀 엄두조차 나지않았죠. 그러던 중 함께 훈련하던 선배가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모습을 보며 처음으로 ‘나도 국가대표에 도전해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 니다. 그런데 막상 도전해보니 그 길은 생각보다 훨씬 험난하더군요. 조급한 마음에 시합 성적을 의식 할수록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냈고, 자신감도 점점 무너졌죠. 그때부터 생각의 방향을 바꿨습니다. ‘국가대표가 되려면 누구보다 강한 선수가 돼야 한다’는 마음으로, 시합 성적보다는 기본기를 다지는 데 집중했어요. 매일 훈련을 통해 스스로의 한계를 넘도록 단련했고 그 과정이 쌓여 마침내 국가대표라는 꿈을 이뤘습니다.
Q.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2 런던 올림픽, 2016 리우 올림픽 등 다양한 국제대회를 거쳐 오셨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는 무엇인가요?
A. 제게 가장 인상 깊었던 대회는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입니다. 당시 저는 국가대표 선수들 사이에서 그리 주목받는 이름이 아니었어요. 하지만 선발전에서 공기소총, 50m 소총 복사, 50m 소총 3자세까지 세 종목 모두 1위를 차지하며 당당히 대표팀에 합류했습니다. 이후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두 개,은메달 한 개, 동메달 한 개를 목에 걸었죠. 그 순간이 제 선수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됐습니다. 이 대회를 계기로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생겼고, 이후 국제 무대에서도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을 얻었으니까요.
Q. 선수 생활 중 슬럼프를 겪으셨던 경험이 있다면, 그 시기를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듣고 싶습니다.
A. 첫 슬럼프는 2012 런던 올림픽 이후 찾아왔습니다. 올림픽 메달이 막연한 꿈이었는데, 은메달을 따고 나니 오히려 목표를 잃은 듯한 허탈감이 들었죠. 주변에서는 “이제 금메달을 바라봐야 한다”고 했지만, 정작 저는 사격과는 다른 길을 고민하며 방황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평생을 하던 사격을 떠나려 하니 모든 것이 낯설더라고요. 정신을 차리고 돌아와 보니 경기력도, 마음도 엉망이 돼 있었습니다. 그때 문득, 사격을 처음 시작했을 때의 순수한 열정을 떠올렸어요.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마음으로 하나하나 자세를 다듬으며 다시 초심을 되찾았죠. 2년 간의 슬럼프를 극복한 뒤인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다시 국가대표로 선발됐습니다. 인생에서는 목표를 이루는 것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성장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시간이었습니다.
Q. 경기 시작 전 선수님만의 루틴과, 경기에 임할 때의 마음가짐이 궁금합니다.
A. 선수마다 경기 스타일이 다르듯, 준비 과정도 각기 다릅니다. 저는 불타는 승부욕보다는 침착함과 집중력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춰요. 경기 전날부터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며 다양한 상황을 떠올리고, 시합 중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겨도 흔들리지 않도록 대비합니다. 또한 저만의 작은 습관이 있는데요. 경기 당일 아침부터 경기가 끝날 때까지 말을 최대한 아끼는 것입니다. 말을 줄이면 내면에 더 집중할 수 있고, 그 차분함이 경기 흐름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에요. 결국 사격은 흔들리지 않는 멘탈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Q. 경기 중 멘탈이 흔들리는 등 변수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시나요?
A. 사격에서 멘탈은 경기력만큼이나 중요한 요소입니다. 예전에 책에서 집중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본 적이 있어요. 우리가 보통 밥을 먹을 때 밥 한 숟가락을 뜨면서도 다음에 어떤 반찬을 먹을지 고민하곤 하잖아요. 하지만 책에서 진정한 집중이란 밥을 뜰 때는 오직 밥에, 반찬을 먹을 때는 반찬에만 몰입하는 것이라고 말했죠. 저는 이 원리를 경기에도 적용합니다.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그것에 지나치게 매몰되면 오히려 불안이 커지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순간에는 불필요한 생각을 멈추고, 오직 눈앞의 한 발에만 집중하려고 합니다. 결국 흔들리는 멘탈을 잡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지금 해야 할 단 하나에만 몰입하는 것이죠.
Q. 국가대표로서 메달을 획득했을 때의 기분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A. 그 순간만큼은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분이에요. 메달이 국가대표로서의 모두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지만, 수많은 노력과 도전을 거쳐 정상에 올랐을 때의 감동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죠. 힘든 훈련과 외로운 순간들을 견뎌낸 끝에 맞이하는 순간, 쏟아지는 축하와 응원 속에서 스스로에게 건네는 격려는 그 어떤 보상보다 값집니다. 그때 느끼는 벅차오름과 자부심이야말로 선수로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이 아닐까 싶습니다.
Q. 2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사격에 매진해 오셨습니다. 은퇴를 앞둔 지금, 선수님께 ‘사격’이란 어떤 의미인지 여쭤보고자 합니다.
A. 사격은 제 인생 그 자체입니다.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총을 잡은 순간부터 제 삶은 늘 사격과 함께 흘러왔어요. 사격 덕분에 동국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고, 국가대표로 성장했으며, 지금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또 사격을 하며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사격선수인 아내를 만났고, 이제는 사격을 사랑하는 아이들도 생겼습니다. 이렇게 사격은 제 인생의 모든 순간과 맞물려 있어, 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됐습니다. 저에게 사격은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제 삶의 뿌리입니다.
Q. 운동선수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따뜻한 조언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A. 운동선수의 길은 가끔,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처럼 느껴지곤 합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 포기하고 싶어지는 순간도 찾아오죠. 하지만 분명한 건, 그 터널의 끝은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전성기는 옵니다. 중요한 건 그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도록 준비하는 거예요. 때로는 답답하고 지칠 수도 있겠지만,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분명 여러분만의 순간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Q. 불안정한 청춘 속에서 각자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 우리대학 후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불안정한 현실 속에서 버티고 있는 청춘들에게는 그 말조차 위로가 되지 않을 때가 많아요. 뜻대로 되지 않는 순간이 계속되다 보면, 앞이 보이지 않는 막막함에 지칠 때도 있죠. 하지만 그 모든 시간이 쌓여 점점 더 단단해지는 과정이 바로 ‘청춘’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이 벽처럼 느껴질 때, 주저앉아 포기하기보다는 다시 힘을 내 일어나길 바랍니다. 그 아픔마저 성장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면, 어느 순간 스스로 한층 더 단단해진 자신을 마주할 수 있을 테니까요.
한 발 한 발, 목표를 향해 끝까지 조준하는 김종현 동문. 흔들리는 순간에도, 넘어지는 날에도 그는 다시 총구를 바로 세우며 전진한다. 성장을 위해서라면 아픔도 기꺼이 감내할 수 있다고 말하는 김 동문. 미래를 향한 과녁 앞에 멈추지 않고 힘껏 방아쇠를 당길 그를 동대신문이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