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수습기] 불완전변태
불완전변태(不完全變態). 곤충의 경우 번데기 단계를 거치지 않고 성충이 되는 과정을 일컫는다. 다시 말해 어느 날 찾아온 껍데기를 벗어던져, 다음 단계로 성장하는 것이다.
대학미디어센터를 처음 찾아간 날, 가는 길목에 불완전하게 탈피 중인 매미와 마주했다. 껍데기를 힘겹게 벗고 있던 매미. 어쩌면 지금의 나였을지도 모른다.
나는 글에 유독 자신 없는 사람이었다. 글로 무언가를 이뤄본 경험도 없었다. 사진과 영상을 더 좋아하던 난, 다큐멘터리 PD가 되고 싶었다. 단지 마음속 작은 바람은 사회의 목소리를 누구보다 가까이서 듣는 것이었다. 그런 나에게 수습기자 지원은 실현에 대한 설렘과 무모함의 전부였다.
그렇게 글과의 어색함을 지닌 채 수습기자 생활이 시작됐다. 사실 모든 게 어려웠다. 아이템 제출부터 초고 작성까지. 한번은 깜빡이는 커서가 나를 놀리듯, 첫 문장도 시작하지 못한 채 앉아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했다. 선배 기자들의 수차례에 걸친 피드백에도, 기사 작성 실력이 그다지 늘어나는 기색이 없었다. 항상 그런 상념에 사로잡혀 마음 한편이 불편했다. 가뜩이나 글을 어려워하던 난, 더욱 움츠러들며 껍데기 속으로 숨기 바빴다.
탈피하는 순간이 온 지도 모른 채, 갑자기 껍데기를 벗어던지는 매미처럼. 나의 수습기자 생활도 그와 많이 닮아있다. 원래 내 자신이 단단한 사람인 줄 알았다. 아무리 힘을 줘 봐도 새로 생긴 ‘정(正)’의 외피는 아직 연하기만 하다. 몹시 아프고 여리다. 그렇다. ‘원래’ 단단한 것은 없는 것이다. 스치는 나뭇가지, 비와 바람이 매미의 탈피를 진행시킨다. 수많은 피드백과, 취재 그리고 선배·동기 기자들이 있었기에 끝내 단단해진 수습의 외피를 가질 수 있었다. 이제 글과의 어색함도 없다. 되려 내가 더 찾아 헤매는 존재이기도 하다.
보이지는 않지만 서서히 변화하는 시기. 매미의 변태는 그렇게 갑작스레 찾아온다. 예견할 수 없었던 수습기자의 끝을 조우한 채, 글과 친해진 ‘나’도 만날 수 있었다. 불안과 고민만을 가지며 끝내는 수습기자 생활이 아닌, 단단해진 수습의 외피를 벗을 때가 왔음에 감사한 나날들이다. 이 길목에 함께했던 모든 이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