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소묘] 때아닌 3월 폭설, 자연의 경고일까, 우연한 해프닝일까?
지난 3월 18일, 꽃 피는 3월에 때아닌 폭설과 한파가 들이닥쳤다.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교내 곳곳에 설치된 연등 위로 눈이 소복이 쌓였고, 눈이불 덮은 팔정도 위엔 학생들의 발자국이 새겨졌다. 올 3월부터 우리대학에서 공부를 시작했다는 한 외국인 유학생은 처음 눈을 본다며 아이처럼 기뻐하기도 하고, 한 학생은 눈으로 인해 평소보다 버스 시간이 더 걸려 지각할 뻔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서울 기준 역대 가장 늦은 대설특보가 발효된 이날 수도권엔 10cm 넘는 눈이 내리고 강원 영동 산지에는 60cm 넘게 폭설이 쏟아졌다. 매년 봄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린다는 소식은 많이 들었지만 이런 폭설은 처음이라 적잖이 당황했다. 두꺼운 겨울 외투를 옷장 깊숙이 정리하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따스하게 다가온 봄을 만끽해야 할 시기에 춘삼월 눈보라를 뚫고 등교라니 마음까지 다시 얼어붙는 듯했다.
봄을 알리는 ‘춘분’을 이틀 앞두고 따뜻한 봄비가 내려야 할 시기에 하얀 눈이 펑펑 쏟아졌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기상청에 따르면 3월 중하순에 폭설과 한파가 같이 들이닥친 원인은 영하 40도의 매우 찬 공기를 머금은 강한 소용돌이가 북극에서 내려오고, 그 소용돌이의 중심이 한반도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지구 상층 대기를 빠르게 흐르는 강한 바람의 흐름인 ‘제트기류’는 북반구에서는 편서풍을 형성하며 기후 변화를 주도하는 중요한 요소인데 평소에는 북극의 찬 공기를 가두는 역할을 하지만, 때때로 이 흐름이 약해지거나 뒤틀릴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극이 빠르게 따뜻해지면서, 제트기류가 약해지고, 이렇게 변형된 제트기류는 북극의 찬 공기를 우리나라와 같은 중위도 지역으로 끌어내리는데, 그 결과 봄이어야 할 시기에 한겨울 같은 날씨가 찾아오게 된다.
이런 이상기후 현상이 앞으로도 꽤 자주 발생할 것이란 예측이 기상학자들 사이에서 나온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봄이 더 빨리 찾아오는데 한파의 영향은 줄어들지 않으니 ‘꽃샘 폭설’과 같은 급격한 기온 변화가 여러 번 출몰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봄도 아니고 겨울도 아닌’ 애매한 계절을 나야 한다는 이야기다. 과거에는 “봄이면 따뜻하다”는 것이 상식이었지만, 이제는 어떤 계절이든 예상 밖의 날씨를 마주하는 것이 당연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후 변화에 맞서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과학자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경고해 왔다. 기후 변화는 현실이며, 인류가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더욱 예측 불가능한 기상이변으로 가득 차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이 현실을 부정하는 지도자들이 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를 “중국이 만들어낸 사기극”이라고 주장했고, 2017년에는 국제사회가 함께 기후 위기를 해결하자는 ‘파리기후협정’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했다. 이후 바이든 전 대통령이 파리기후협정에 재가입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재탈퇴를 앞두고 있다. 그의 논리는 단순하다. “기후 변화는 가짜이며, 환경 규제는 경제 성장을 방해할 뿐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눈앞에서 겪고 있는 기상이변들은 결코 “가짜”가 아니다. 우리가 겪은 이번 3월 폭설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대형 허리케인,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과 같은 기후 변화가 현실임을 강력하게 증명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와 같은 정치인들은 과학적 증거보다 단기적인 경제적 이익과 정치적 인기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그 결과, 세계 최대의 탄소 배출국 중 하나인 미국은 기후 위기 대응에서 한 발짝 물러섰고, 이는 전 세계적인 환경 정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금 우리가 마주하는 이상기후는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다. 이것은 인류가 만든 문제이며, 우리가 해결해야 할 책임이 있는 문제다. 하지만 지도자가 눈을 감고 귀를 닫는다면, 기후 변화는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이번 춘삼월 눈보라를 보며, 우리는 다시 한번 질문해야 한다. 과연 우리 사회는 기후 변화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그리고, 기후 위기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눈이 녹으면 다시 봄이 찾아오겠지만, 만약 우리가 계속해서 기후 위기를 외면한다면, 미래의 봄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