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하나 천강에] AI 기술과 천연지능의 새로운 선택, 울림

2024-12-02     이석주 다르마칼리지 교수
▲이석주 다르마칼리지 교수

인간은 관계적 존재로서 삶을 살아간다. 그래서 인간이 가장 깊은 좌절과 슬픔에 직면하는 상황이 관계적 상실이다. 잠시라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상호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인간에게 타자와의 돈독한 관계를 상실하게 되는 것은 타자와 이별이다.

일시적인 이별로부터 영원한 이별에 이르기까지 그 상심의 깊이는 기본적으로 동일하다. 그럼에도 일시적인 이별이 긍정적 사실로 전환될 수 있다는 만남에 대한 끊임없는 희망 고문은 고통과 아픔의 새로운 시작이다.

오래전 사고로 세상을 떠나서 이름만 남아있던 가수를 AI 기술로 이 세상에 부활시켰다. 무대의 한가운데 켜진 조명 아래는 아무도 서 있지 않은 그저 텅 빈 공간만 보일 뿐이다. 그 자리에는 이미 세상을 떠난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잠시 후 나지막이 낯익은 소리가 무대를 가득 메웠다. AI 기술이 오래전 세상을 떠난 젊은 가수의 영혼을 재소환하는 순간이다. 이 모습을 넌지시 바라보던 객석 중년들의 눈가에는 어느새 촉촉한 감동과 인연의 물방울이 파르르 떨리는 볼 아래로 흘러내렸다.

먼저 세상을 떠난 가수의 노래가 현재 인기 절정의 가수와 함께 오래전 많은 인기를 얻었던 노래를 감동적으로 협연할 수 있는 세상이 도래했다. 우리가 AI 시대에 살고 있음을 직감하는 순간이다. AI 기술의 결과물에 대한 경이로움과 충격을 천연지능(인간)의 사랑으로 감싸 안으며 감동의 전율, ‘울림’을 느끼는 순간이다.

‘떨림’으로부터 전달되는 새로운 파장이 우리 감성의 ‘울림’으로 머물 때, 그 경로를 통해서 과거의 아름다움을 잠시나마 마주하게 된다. 현대의 과학 기술로부터 취할 수 있는 감동의 공간이다. 이처럼 짧은 감동의 감정도 찰나에 사라지는 무상함에 불과하지만, 참된 나를 찾아가는 가능 계기를 AI 기술을 통해서 모색하는 새로운 세상의 경험이 시작된다. 이제 일시적인 여운이 자신을 휘감지 않도록 철저한 자기 성찰의 역량을 경계해야 한다.

물리는 수학을 통해 우주를 설명하고, 인공지능은 빅데이터에 의거 해서 사물의 정보를 상세하게 설명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붓다가 우주 삼라만상의 이치를 추론에 근거해서 설했다면, 이에 대해서 반론과 반문이 끊이질 않았을 터다. 붓다가 중생의 교화를 위해 선택한 방편시설은 단순한 관념의 세계와 변별된다. 관념의 철옹성에 갇힌 중생이 스스로 관찰을 수반한 실천의 세계로 진입할 수 있도록 관념의 ‘체화’로부터 관찰의 ‘행화(行化)’ 세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는 자신에게 내재한 천연지능의 인연과 조우하게 된다.

세상의 모든 일을 해결하는 가장 빠른 길은 실천이다. 누구나 아는 이야기이지만, 누구나 쉽게 말하는 대로 일을 곧바로 실천으로 옮기는 것이 그렇게 만만치 않다. 우리가 이러한 현실에 직면하는 근본 요인이 바로 관념의 숲에 갇혀있기 때문이다.

붓다는 AI 기술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붓다가 전파한 작은 떨림의 수행과 전법이 마음속 깊은 울림으로 중생의 원력을 소용돌이치게 하는 것이 결코 우연은 아니다. 우리가 이런 궁금증에 대한 답변을 AI 기술의 떨림으로부터 듣기 위해서는 여전히 긴 시간이 필요하다. 인간이 펼치는 ‘천연지능’의 설렘은 새로운 패턴으로 AI를 향해 한 걸음씩 다가서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인공지능은 먼저 말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