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칼럼] 선배님, 우리는 왜 ‘총학생회’가 없어요?
우리대학은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 2024년 11월 정기선거를 치렀다. 시끌벅적한 대면투표 현장의 분위기는 볼 수 없었지만, 학생사회 건립을 위해 출마하는 후보들을 보며 다행스러우면서도 걱정스러운 마음이 교차한다. 2022년부터 3년째 공석인 총학생회는 이번 선거에선 후보조차 나오지 않았다. 학우들의 목소리를 대표하던 총학생회는 유명무실한 존재로 전락했다. 총학생회의 공석으로 그 자리는 비상대책위원회가 이어받고 있지만, 관례적으로 조직되는 기구인 만큼 총학생회와 동등한 영향력을 발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학교와 학우들 사이에서 소통 창구의 역할을 수행하기에도 녹록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총학생회의 부재는 학우들의 무관심과 학생기구의 구조적인 문제로부터 기인하였다. 학생사회나 기구에 관심이 없는 학우들은 당연히 투표하지 않으며, 이는 자연스럽게 학생기구의 부재로 이어지게 된다. 이러한 무관심에도 이유는 있다. 기존의 학생기구가 학우들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매해 반복되는 시험기간 간식 행사, 체육대회, ○○인의 밤 등의 행사는 학우들에게 ‘학생회가 있으나 없으나 다를 바 없다’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이는 단과대뿐만 아니라 총학생회에도 적용되는 사안이다. 학우들은 비상대책위원회로 운영되어도 차이가 없으니 투표하지 않고, 이에 관심도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학생기구도 상투적인 복지가 아닌 진정으로 학우들이 원하는 요구에 대해 고민을 해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대학은 총학생회가 무산되면 총대의원회의 의장이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을 겸임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 그러나 이는 학생기구 간 견제와 균형을 저해하는 구조적인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학생기구의 견제를 담당하는 기구의 수장이 학우들을 대표하는 조직의 대표자마저 될 수 있다는 것은 권력 집중이라는 상황을 낳는다. 현실 정치로 비유하면 행정부의 대표자가 입법부와 사법부도 장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는 총학생회와 총대의원회의 괴리감을 심화시키며 권력 독점이라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봄 대동제 때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건은 이러한 문제의 한 단면을 보여주었고, 기구 전체에 대한 학우들의 신뢰 상실로 이어졌다. 갖은 폐해를 가지고 있는 만큼 이제는 총대의원회의 존립 이유와 역할에 대해서도 진지한 논의를 가져야 한다.
당선인의 자격 미달 문제 또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사안이다. 당선인이 개인적인 사유로 자리를 포기하거나, 부정적인 사건으로 인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이는 출마자를 지지한 유권자들을 우롱하는 행위이며, 출마자의 사명감 부재를 나타낸다. 위의 상황이 반복되면 유권자들은 출마자뿐만 아니라 학생기구에도 등을 돌리게 될 것이다. 나아가 앞으로 출마할 의지가 있는 학우마저 사라지게 되는 악순환이 벌어질 가능성도 농후하다.
학우들의 무관심과 구조적인 문제로 파생된 총학생회 부재는 대표 없는 재학생과 길을 잃은 학생기구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출마자의 부재와 학생기구의 공석으로 인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이제는 ‘비상’이 아닌 ‘일상’이 되었다. 학생들의 목소리는 누가 대표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와 함께 총학생회의 기존 역할을 재정의하는 논의가 절실하다. 단순 존재를 위한 결성은 학우도, 출마자도 바라지 않는다. 나아가 우리는 학생기구가 지금도 정녕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근본적으로 고민해 볼 시점에 와있다. 더 나은 학생사회의 회복과 건설적인 발전을 위해, 동악 모두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