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기획] 대학 브랜딩, 널리 퍼질 ‘동국’을 위해
개인 정체성·가치관 실현하기 위한 공간 된 대학 식품, 슬로건, 굿즈 등 다변화된 브랜딩 전략 대두 “브랜딩 통해 구성원들이 자부심 느끼는 것 중요해”
대학이 브랜딩에 뛰어드는 시대. 저출생과 학령 인구 감소, 글로벌 경쟁 심화 속에서 대학들은 생존과 성장을 위해 ‘브랜딩’을 필수 과제로 삼고 있다. 더 많은 이들이 본교의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우리대학 또한 차별화된 대학 브랜딩으로써 학생과 사회에 더 가까이 다가갈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당신이 바라는 동국은 어떤 모습인가?
대학 브랜딩, 학교의 정체성을 세우다
현시대 청년들에게 대학은 자아실현과 가치관 형성의 공간이다. 대학은 청년들에게 20대의 절반 혹은 그 이상을 투자할 가치가 있는 곳임을 증명해야 하며, 이 가치판단의 중심에는 대학 브랜딩(University Identity)이 있다. 대학 브랜딩은 대학의 가치 철학, 비전, 교육이념, 정통성 등을 부각해 대학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활동이다. 이는 대학의 긍정적 이미지를 고취할 뿐만 아니라, 재학생의 소속감과 졸업생의 충성도를 높여 학내외 구성원들의 결집력을 강화한다. 우리대학 경영학과 김다연 교수는 “대학 브랜딩은 단순히 소비자의 선택을 유도하는 것을 넘어, 학생들의 정체성과 삶의 방향성을 함께 형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대학 브랜딩이 중요한 이유엔 여러 외부 요인도 작용한다. 「대학설립준칙주의」(1994) 시행으로 대학 수가 급증했고, 한국 사회의 저출생·고령화로 인해 2021학년도 수능 이후부터는 모집 인원이 대학 입학 가능 정원을 초과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학들은 대학 선호도 및 인지도 제고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고, 브랜딩은 대학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핵심 요소로 자리매김했다. 브랜딩 컨설턴트 기업 ‘브랜딩포유’ 장이지 대표는 “오늘날 대학 브랜딩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글로벌 교육 시장에서 대학의 브랜드 가치는 곧 경쟁력과 우수한 학생 유치, 기업과의 협력뿐 아니라 국제 교류, 연구 지원 확보 등 대학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브랜딩 전략, 어떤 것들이 있나
대학들은 이미지 확보를 위해 다양한 브랜딩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현재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브랜딩 전략으로는 ▲식음료 사업 ▲대학 슬로건 ▲대학 굿즈가 있다.
일상 속 쉽게 접할 수 있는 상품을 판매하는 ▲식음료 사업은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는 브랜딩 방법 중 하나다. 연세대학교가 운영하는 사업체인 연세유업에서 출시한 ‘연세우유 생크림빵’은 2022년 1월 출품 이후 16개월 만에 약 3천만 개가 판매돼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식음료 판매를 통한 대학 브랜딩은 교육기관의 경직된 이미지를 벗어나게 하며, 대중이 일상에서 대학의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인식하도록 돕는다.
▲대학 슬로건은 짧은 문장으로 단시간에 효과적인 브랜딩을 꾀하며, 대학의 방향성에 대한 명확한 이미지를 구축한다. 슬로건의 서체와 고유한 색상은 대중에게 시각적 정체성을 제공하고, 슬로건의 내용은 학교가 추구하는 비전과 목표를 드러내 정신적 정체성을 각인시킨다. 지난해 성균관대학교는 ‘예로부터 나라의 인재는 성균에 모여 왔으니, 그대 머묾이 우연이겠는가’라는 새로운 슬로건을 공개했다. 새로 단장한 슬로건은 대학의 역사와 브랜드 가치를 보여 준다는 평가를 받으며 슬로건을 통한 브랜딩의 긍정적인 사례로 꼽혔다.
이어 ▲대학 굿즈를 활용한 브랜딩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학교나 학과 차원에서 제작하는 점퍼, 후드티 등의 의류부터 대학 마스코트나 상징이 담긴 인형이나 배지 등의 소품까지 다양한 대학 굿즈가 인기를 끌고 있다. 대학 굿즈 판매를 통한 브랜딩 사례로는 이화여자대학교를 들 수 있다. 학교 점퍼를 입고 있는 공식 인형은 연일 매진을 기록했으며, 자대 굿즈를 판매하는 이화상점은 연간 총매출액 중 굿즈 매출액이 2014년 약 15%에서 2018년 약 24%로 9%p 오르며 학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대학가가 독자적인 이미지 구축을 위한 브랜딩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장 대표는 “차별화된 대학 브랜드를 형성하기 위해 진정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재한 가치를 내세우는 브랜딩은 되레 역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학내 구성원이 공감하고 지속적으로 소통해 참여를 이끄는 브랜딩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동국’의 브랜딩, 현재 모습은?
우리대학 역시 문화와 전통을 바탕으로 고유의 브랜드 가치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대학의 가치와 정체성을 담고 있는 브랜드 요소는 크게 △건학이념 △슬로건 △학내 행사 △예술 △스포츠 △남산·충무로 일대 △기념품 샵 △학교 건물 △마스코트 ‘아코’ 등이 있다. 우리대학 브랜딩에 관한 학우들의 의견을 듣고자 동대신문은 지난 31일부터 6일간 재학생을 대상으로 ‘동국대 이미지’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재학생들은 ‘동국의 가치나 정체성을 잘 담고 있다고 생각하는 요소’에 대한 질문에 △건학이념(30%) △남산·충무로 일대(27%) △예술(15%) △마스코트 ‘아코’(13%) △학교 건물(7%) △학내 행사(5%) △슬로건(2%) △스포츠(1%) △기념품 샵(0%) 순으로 응답했다. 특히 불교문화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브랜드 요소의 경우 학우들의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한 학우는 “동국대학교의 경우 브랜딩에 있어 불교대학이라는 특수성을 가진다”며 “서울 내 대학 대부분은 개신교 재단을 두고 있는 경우가 많아 더욱 차별화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우리대학은 불교학부, 불교미술전공 등 불교 관련 학과를 운영하고 있으며, 학기 중 템플스테이를 체험할 수 있는 ‘템플스테이:산사에서의행복한하루’ 강의를 개설해 불교종립대학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있다. 캠퍼스 내에는 정각원을 비롯해 팔정도, 만해동산 등 타 대학에서는 보기 어려운 불교적 색채를 띤 공간이 다수 존재한다. 최근 우리대학을 방문한 한 시민은 “동국대학교는 특유의 불교식 건축물로 여유가 느껴져 자주 방문하는 곳”이라고 전했다.
우리대학은 동국의 전통과 문화를 알리기 위해 대학 상징에 관한 브랜딩에도 집중하고 있다. 홈페이지를 통해 공식 글씨체인 ‘동국체’를 배포하고, 작년 5월 새로운 슬로건인 ‘더 좋은 동국 더 나은 미래’를 발표하는 등 다양한 방식을 시도했다. 재학생의 꾸준한 개선 요구가 있었던 학생증 디자인 역시 지난달 7일 ‘동국대 학생증 공모전’을 개최하며 브랜딩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진정성 있는 브랜딩을 위해 우리 대학은 「동국 미래 VISION 2040」과 「동국 Meta Plan 120」 등 중장기 비전·목표를 중심으로 브랜딩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이 전략에는 ▲동국대학교의 비전과 특성화 분야 홍보 ▲이공계 인식 제고를 위한 전략적 홍보 강화 ▲교육 및 연구 성과에 대한 콘텐츠 생산 등이 포함된다. 이와 관련해 김 교수는 “경쟁우위를 갖기 위해선 우리대학만의 명확한 가치를 바탕으로 시대의 흐름에 맞춘 브랜딩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며 “명확한 가치를 바탕으로 한 일관적 메시지 전달을 통해 학교 구성원과 외부인들이 대학의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내면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부에서는 우리대학을 어떤 이미지로 인식하고 있을까. 동대신문은 타 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해 브랜드 인식을 알아봤다. 설문에 응한 한 학생은 “동국대학교는 연극학부 출신 유명 배우가 많으며 한때 영화의 성지였던 충무로 인근에 위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평소 뮤지컬을 좋아해 뮤지컬배우를 찾다 보면 동국대학교 출신인 경우가 많아 기억에 남는다”고 응답했다.
동국 브랜딩, 그 미래는
우리대학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브랜딩 방향은 무엇일까. 대외협력처 홍보실 관계자는 “우리대학은 ‘젊음과 열정’, ‘명품 교육’, ‘역사와 전통’, ‘진학하고 싶은’ 이미지로 자리 잡는 것을 목표로 브랜딩 중이다”며 “이런 대학의 브랜딩 기조를 바탕으로 현재 콘텐츠 생산에도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대학 홍보실 소속 대학생 크리에이터 크루인 ‘크크동’ 무한동전의 팀장 김수아(북한 23) 학우는 “현재 무한동전 팀은 ‘젊음과 열정’에 주안점을 두고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며 “이를 반영하기 위해서 트렌드를 우리대학의 이미지에 맞게 바꾸는 등 학생들이 우리대학에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김 교수는 “브랜딩을 통해 대학 구성원들이 자부심을 느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답했다. 대학 구성원들이 자부심을 느끼는 브랜딩을 위해선 학내 구성원들과 학교가 함께 시대와 사회의 요구에 맞는 이미지를 내실 있게 다지는 것이 필요하다. 동대신문 설문조사에서 일부 학우들은 우리대학의 불교적 색채를 유지하되, 불교 이미지에만 안주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인 이미지를 구축하길 바란다고 답했다. 설문조사 응답자 중 한 명은 “우리대학이 불교종립대학으로 유명하긴 하나 종교 외에도 우리대학만의 다양한 상징과 정체성을 살리면 좋겠다”며 “다른 대학에 비해 세련된 이미지가 부족한 점이 아쉽다”고 밝혔다. 장 대표는 “동국대학교의 불교적 전통은 현대사회에서 주목하는 마음 치유와 웰빙, 지속가능성 등의 가치와 자연스럽게 연결돼 독특한 브랜드 자산이 될 수 있다”며 “이를 현시대에 맞게 새롭게 해석하는 작업이 진행된다면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 전망했다.
불교적 전통과 고유의 문화적 자산을 바탕으로 한 독창적인 브랜드 가치를 지닌 우리대학. 앞으로 동악이 재학생을 비롯해 외부 사회까지 더욱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독자적 브랜드로 자리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