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시선] 당신은 지금 몇 시인가요?
오바마는 55세에 은퇴를 했고 트럼프는 70세에 당선이 되었듯이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각자 그들만의 레이스에서 자기 자신의 시간에 맞추어 달리고 있는 것뿐이라는 미국의 유명한 명언이 있다. 나 역시 나의 레이스에 집중하기보다는 타인들과의 레이스에서 나를 비교하는 편이었다. 현실적인 예로 내가 다녔던 첫 직장에 남아있는 입사 동기들은 7년차 대리를 달고 회사의 허리 역할로 곧 과장 진급을 앞두고 있는 반면 난 지금에서야 박사 첫 학기를 시작해 이제 막 논문 주제를 정하고 있다. 나라고 뒤처진 느낌을 왜 안 받았겠는가. 그때마다 이 명언을 떠올리며 ‘나의 시간대’에 집중하고자 했지만 쉽지 않았다. 법정스님께서도 남과 비교하면 시기심이 생기고 불행만이 찾아온다고 하셨는데 말이다. 사실 남과 비교를 하지 않으면 된다는 정답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그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지 아는 것은 쉽지 않다.
나의 레이스에서 나만의 시간대에 사는 방법은 어떻게 실천 할 수 있을까. 먼저 모든 사람의 삶의 속도와 방향은 다르다는 걸 기억하고 ‘인정’ 하는데서 비교를 멈출 수 있다. 그래야만 남들과 비교하는 대신 나만의 목표와 속도에 맞춰 걸어갈 수 있다. 이에 더해 성취할 수 있는 작은 목표를 설정해 이를 하나씩 이뤄나가면서 자신감을 되찾고 성취감을 느끼는 경험을 쌓는다. 또한 어쩔 수 없이 남들보다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면 그들을 경쟁상대로만 보기보다는 그들의 경험이나 방식을 참고해 본인에게 도움이 되는 부분을 배우고 채워나갈 수 있다. 동시에 자신이 지금까지 해온 것들, 이룬 성과를 되돌아보면서 남들에 비해서가 아닌 스스로 정해놓은 기준에서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기억해야한다. 여기서 한 가지 더가장 중요한 것은 SNS에 매몰되지 않는 것이다. 사람들은 보통 자신의 좋은 면만을 SNS에 보여주곤 하는데 화면 속 타인의 모습과 현실의 나를 비교하며 스스로의 에너지를 갉아먹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분명 나도 그동안 쉼없이 일과 학업을 병행하며 삶을 밀도 있게 채워 왔노라고 자신있게 외칠 수 있고 현재도 한국어 강사와 박사과정 대학원생 두 가지 캐릭터의 삶을 사느라 24시간이 모자라지만 한국 사회의 현실주의자들이 보기에는 아직 부족할 것이다. 일례로 이번 추석만 해도 내가 백수가 아님을 친척들에게 증명해내기 위해 쉴 새 없이 떠들어야만 했고, 그래서 졸업 후에는 무얼 할 것이냐는 물음에 연도별로 짜 놓은 플랜을 제시해야 만했다. 물론 이 모든 물음들이 나에 대한 애정에 기반한 것이라는걸 잘 알기에 대답하는 게 힘들지는 않았지만 ‘로스쿨에 가 변호사로 승승장구 하고 있는 내 친구는 이런 질문을 받았을까’ 하는 타인과의 비교를 무심코 또 생성해버렸다.
그러나 이것은 나의 레이스다. 목표하는 지점에 도달하는 과정을 온전히 인내하는 동시에 즐기면 된다. 그뿐이다. 더 이상의 비교는 ‘흐린 눈’ 해도 된다. 단, 혼자 달리는 레이스라고 나태해지지 말 것, 또 레이스 밖 관중석에서 응원해주는 소중한 존재들을잊지말것.
“무슨 일을 하세요?”라는 직업을 묻는 단순한 질문에도 대학원생은 단어가 아닌 문장으로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 내야하는 숙명이 있다. 우리는 현재의 보상이 아닌 미래의 가능성에 좀 더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불편해 하지 않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릴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이자. 이것 또한 ‘럭키비키’ 아니겠는가.
이 글을 읽고 있는 대학원생들과 나 자신에게 함께 전하고픈 말로 글을 맺는다. 당신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당신을 앞서갈 수도 있고, 어떤 사람들은 당신보다 뒤에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당신은 뒤처지지 않았습니다. 이르지도 않습니다. 당신은 당신의 시간대에 맞추어 아주 잘 가고있습니다. 삶은 행동하기에 적절한 때를 기다리는 것입니 다. 그러니 긴장을 푸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