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산책]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거 안정화는 실패한 정책이다.

2024-09-30     최영 서울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팀장
△ 사진= Pixabay

  그린벨트란 개발이 불가능한 녹지대의 벨트로 도시를 감싸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과 난개발을 방지하고, 도심 외곽의 농경지와 산지 등 녹지를 보전하여 생태·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국토를 미래세대에게 넘겨주기 위한 미래자산이다. 1960년대부터 급격히 진행된 도시화와 산업화로 인해 환경과 교통, 쌀 부족 등의 문제가 터져 나오자, 이를 해결하고자 개발제한구역 제도를 도입한 것이 우리나라 그린벨트의 시작이다. 1960년 245만명이던 서울인구가 1970년 553만명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는데, 인구가 계속 늘어난다면 사람이 살기 힘든 과밀도시가 될 것이 예상되니 도시의 시가지가 더 커지지 않게 녹지대의 벨트로 졸라매자고 결정했던 것이다. 

  그린벨트 제도를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인구는 계속해서 증가했지만, 그린벨트의 환상형(環像形)이 지켜지지 않았더라면 인구뿐 아니라 외연이 확장되는 결과로 이어져 지금보다 혼란스러웠을지 모른다. 1971년 7월 서울, 인천, 성남 등 수도권을 시작으로 8차례에 걸쳐 전국 14개 권역에 5397㎢의 그린벨트가 지정되었지만, 현재까지 남아있는 그린벨트는 당초 지정면적의 70% 수준(2022년 기준 3793㎢)에 불과하다. 무려 1604㎢에 달하는 그린벨트가 지난 20여년간 해제되어온 것이다. 1990년대 말부터 과도하게 지정된 일부 그린벨트를 전면 해제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부 정책의 필요에 따라 야금야금 해제와 개발을 반복해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시가지를 고밀도로 개발하면서 자연환경을 보전하는 데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결과, 오늘날 서울은 산과 하천을 제외하면 녹지를 찾아보기 어려운 도시가 되었다. 가로녹지가 있지만 열악하고, 시가지에 평지형 공원을 조성하기에는 보상비가 막대한 까닭이다. 지난 반세기동안 개발이 제한되었던 그린벨트는 상대적으로 자연환경이 양호하게 보전되어 오늘날 도심의 허파로서도 조명 받고 있지만, 그린벨트 제도 또한 자연환경을 보전하는 것(그린)보다는 대도시의 성장을 관리하는 데(벨트) 더 초점이 맞춰져 있던 제도다. 애초에 도심의 무질서한 확산을 방지하여 도시민들의 생활환경을 쾌적하게 유지하고, 사라지는 농지를 보전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보니 개발행위를 제한하는 것을 엄격히 했을 뿐이지 자연환경을 보전하기 위한 적극적인 제도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린벨트를 해제하여 대규모 개발사업을 벌일 때 훼손된 구역을 개발하기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하기도 하는데, 이는 그린벨트 제도에 대한 몰이해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그린벨트의 환경성이 훼손되었다고 할지라도 도시의 확산을 방지하는 벨트로서의 가치는 불변하며, 설령 훼손지일지라도 아파트단지보다는 개활지로 남아있는 것이 더 낫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과 같이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에서 환경이 훼손되었다는 핑계로 그린벨트의 환상형을 파괴한다면 수도권 집중을 더욱 심화하고 지역불균형과 불평등을 심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서울·수도권의 부동산 가격이 계속해서 상승세를 보이자, 정부는 8월 8일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오는 11월 서울과 서울 인근의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8만호를 공급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이미 국토의 11.8%에 불과한 서울·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50% 이상이 살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로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대두되는 와중에 또 다시 그린벨트를 해제해 수도권 시가지의 외연을 확장하는 정책방향은 잘못되었다. 지난 정부들에서 그린벨트를 풀어 신도시를 개발하고 공공주택을 공급했어도 결과적으로 집값은 폭등하지 않았는가.

  오세훈 서울시장은 8.8대책 발표 바로 다음 날 기자 브리핑을 열고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방안에 협력할 것을 밝혔다. 오시장은 “‘미래세대를 위한 자연환경 보존과 여가·휴식 공간 확보’라는 서울시의 개발제한구역 지정 취지와 기본 원칙”은 변함이 없다면서도,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소멸의 위기를 직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세대의 주거마련을 위해 개발제한구역의 일부 해제를 검토하는 것은 피치 못할 선택”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서울의 부동산 가격 하향 안정화는 흔들림 없는 서울시의 목표”라며 “중앙정부와 협력해 충분하고 안정적인 주택공급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시장은 “그린벨트 중 녹색공간으로서의 기능을 이미 상실한 곳이 상당부분 있는데, 그런 곳에 한정해서 개발제한구역을 푼다면 (자연환경 보전과 주거문제 해결이라는) 상충된 가치를 조화시키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린벨트 제도의 취지를 고려할 때 자연성이 훼손되었다고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것은 지나치게 개발 친화적이고 편의적인 발상이다. 서울의 그린벨트는 현재 149㎢ 수준으로 서울시 면적의(605㎢) 24.6%에 달하지만 대다수가 입목밀도가 높은 산지에 위치해있다. 개발이 가능한 땅은 아주 제한적이라는 뜻이다. 지금 당장 주택공급에 착수한다고 할지라도 실효적인 공급은 6~7년 후에나 이루어질 것이고, 이런 상황에서 그린벨트를 풀어 주택을 추가로 공급한다고 당장의 주거 불안정이 해소되지 않으리란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공급 확대가 기후위기 시대 소중한 도시 녹지의 환상형을 풀어헤쳐가면서 까지 추진해야할 만큼 실효적인가. 그린벨트 해제보다 수도권 집중을 해소하기 위한 균형발전정책을 펼치고 그린벨트를 온전히 보전하는 것이 미래세대를 더 위하는 일일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기후위기 시대 도시의 소중한 녹지인 그린벨트를 어떻게 보전할 것인지 더 고민해야 한다. 서울의 그린벨트가 단순히 개발이 제한되는 구역만이 아니라 도시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보호지역으로 설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이라는 위기를 해쳐나가기 위해서도, 기후위기 시대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도, 지금까지와 같은 개발방식을 답습하는 것을 멈춰야 할 때다. 미래세대가 생존 가능한 도시를 위해 그린벨트를 보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