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리뷰] 불교중앙박물관 2024 특별전 '큰 법 풀어 바다 이루고, 교종본찰 봉선사'
대한불교조계종 불교중앙박물관(관장 서봉스님)과 대한불교조계종 제25교구 본사 봉선사(주지 호 산스님)는 봉선사 본·말사의 불교문화유산을 조망하는특별전 <큰 법 풀어 바다 이루고, 교종본찰 봉선사>를 개최한다. 봉선사는 969년(광종 20) 법인국사 탄문이 창건한 운악사에서 비롯됐다고 알려져 있으며, 조선시대에는 예종 때 세조의 능인 광릉을 수호하는 능침사찰로 중창되며 오랜 기간 왕실과 밀접한 관계를 이어왔다. 경내에는 1469년(예종 1) <남양주 봉선사 동종>, 1735년(영조 11) <남양주 봉선사 비로자나삼신괘불도> 등 조선왕실에서 발원한 불교문화유산이 남아있어 이런 사실을 입증한다. 경기북부의 불교문화유산을 조망하는 특별전은 불교중앙박물관 전시실에서 9월 5일부터 12월 1일까지 진행된다. 이번호 콘텐츠리뷰에서는 <큰 법 풀어 바다 이루고,교종본찰 봉선사> 전시에서 눈여겨볼 작품 두 가지를 소개한다.
<남양주 봉선사 비로자나삼신괘불도>
<남양주 봉선사 비로자나삼신괘불도>(보물, 10월 2일 - 20일 공개)는 비로자나삼신불과 권속을 그린 괘불도*이다. 이 그림은 종이 바탕에 부드럽고 묽은 채색을 올린 담채 기법의 불화로, 화면 하단에 적힌 설명을 통해 1735년 9월 상궁 이성애(李性愛)가 숙종의 후궁인 영빈 김씨(1669-1735)의 명복을 빌기 위해 조성된 왕실발원 불화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17세기 이후 화엄사상이 유행하면서 불교미술에서도 화엄의 주존불인 비로자나불을 중심으로 하는 삼신불 도상이 많이 조성됐다. <남양주 봉선사 비로자나삼신괘불>도 이런 흐름에 발맞춰 비로자나불이 화엄교리를 설법하고 있는 연화장세계를 그렸다. 이 그림의 특징은 삼신불(비로자나불, 노사나불, 석가모니불)을 화면의 중앙에 가장 크게 배치하고, 하단에는 권속(육대보살, 제석·범천, 10대 제자, 주악천 인상, 용왕·용녀)을 작게 배치하는 상하 2단 구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특히 삼신불 앞쪽으로 마련된 하단 중앙에 주악천인상을 배치한 점은 괘불 중에서는 보기 드문 화면구성법이다. 또한 하단 좌우에 사천왕이 생략돼있으며, 주로 상단에 그려지는 10대 제자상과 용왕·용녀가 하단에 표현된 점도 이채롭다. 한편, 이 그림을 그린 각총(覺聰), 칠혜(七惠)스님은 각각 1758년 여주 신륵사 극락전 삼장보살도, 1739년 서울 학림사 괘불도 조성에도 참여하고 있어 두 스님을 통해 서울·경기화파의 화풍을 파악할 수 있다.
<양평 용문사 금동관음보살좌상>
<양평 용문사 금동관음보살좌상>는 용문사 관음전에 봉안된 고려 후기의 보살상으로, 당당한 신체에 방형의 얼굴, 단정하면서도 온화한 표정에 신체 전면 을 귀걸이, 목걸이, 영락 등으로 가득 채운 화려한 장식성이 돋보인다. 원래의 보관은 없어져 후대에 다시 제작한 것이다. 양손은 모두 엄지와 중지를 맞댄 설법인을 취했다. 착의법은 오른팔 위로 편삼을 걸치고 그 위에 변형통견식의 대의를 입었는데, 오른쪽 어깨 위에 주름 잡힌 반달형 대의, 왼쪽 무릎 위의 역삼각형 옷자락, 어깨 뒤로 넘어가는 대의 끝자락 등이 특징이다. 화려한 영락 장식, 변형통견식 착의법 등은 서산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1330년), 일본 장득사 소장 금동보살좌상, 청양 운장암 금동보살좌상 등 고려 후기 14세기 보살상에서 보이는 공통적인 모습이다.따라서 용문사 보살상 역시 같은 범주의 조각 계보를 잇는 14세기 보살상으로 추정할 수 있다.
*괘불도(掛佛圖): 야외에서 개최되는 불교의식에 사용하는 대형 불화
위 글은 고승희, 「남양주 봉선사 삼신불괘불도 도상 연구」, 『강좌미술사』 38호, 2012; 문화재청 『문화재대관 보물 불교조각 I』, 2016를 참고해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