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기획] 모이지 않는 학생회비, 흔들리는 학생자치
최근 5년간 우리대학 학생회비 납부율 50% 넘지 못해 학우들, "학생회비 내도 직접적 수혜 체감 어려워" 학생자치기구, '학생사회에 대한 신뢰 회복' 강조
“다시 한번 간절히 호소드립니다. 학생회비를 납부해 주십시오” 지난달 22일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총학 비대위)가 ‘학우분들께 드리는 부탁의 말씀’이라는 제목의 성명문을 발표했다. 성명문은 지난 대동제 적자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 총학 비대위가 학우들에게 학생회비 납부를 호소하는 내용이었다. 성명문 발표 이후 학우들 사이에선 학생회비 납부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일었다. 학생회비와 관련된 여러 이야기를 취재했다.
학생회비 납부율, 지금 우리 학교는?
매 학기 우리대학 학우들은 1인당 12,000원의 학생회비를 선택적으로 납부한다. 학생회비는 ‘예산 분배를 위한 소위원회’와 ‘대의원총회’를 거쳐 총학생회, 총대의원회, 동아리연합회, 단과대학 학생회 등 학생자치기구에 배분된다. 할당이 끝나면 학생회비는 학생회와 이외 학생자치기구의 운영, 사업 집행, 홍보 등에 사용된다. 학우들의 권리와 복지, 자율적인 학생자치의 확립 등을 위한 주요 재원인 학생회비. 그러나 현재 많은 대학이 지속적으로 낮은 학생회비 납부율로 인해 학생자치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05년도 2학기부터 우리대학 학생회비 납부가 선택 사항으로 변경된 이후, 학생사회에선 학생자치 재정 위기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있어 왔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우리대학 1학기 학생회비 납부율은 각 43.34%, 40.04%, 41.89%, 46.88%로 집계됐다. 금년도의 경우 전체 납부 대상자 중 46.56%가 학생회비를 납부했다. 이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납부율이 40% 초반대에 머물렀던 2020년-2022년에 비하면 회복된 수치지만, 여전히 납부율은 과반을 넘지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2학기에 접어들면, 납부율은 30%대 이하로 떨어져 1학기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수혜 체감 안돼 학생회비 내지 않는 학우들
학우들은 학생회비 납부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동대신문이 우리대학 학우를 대상으로 지난 17일부터 일주일간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번 학기 ▲학생회비를 납부하지 않았다는 응답자의 과반은 △직접적인 학생회비 납부 혜택을 체감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 뒤로는 △학생회 주관 행사에 잘 참여하지 않아서 △학생회비가 어떻게 쓰이는지 몰라서 등이 이유로 꼽혔다. 김주은(미컴 24) 학우는 “최근 불거졌던 자금 횡령 논란 등으로 학생자치기구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며 “납부한 학생회비가 어떻게 쓰이는지 잘 알지 못할뿐더러 직접적인 혜택도 누리지 못했기에 학생회비를 납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학기 ▲학생회비를 납부했다고 답한 응답자 과반은 △금액 부담이 크지 않아서 학생회비를 납부했다고 답했다. 이어 △학생자치활동 증진을 위해 학생회비를 납부한 응답자가 뒤를 이었다. 한편 △직접적인 혜택을 체감 중이란 항목엔 아무도 응답하지 않았다. 이번 학기 학생회비를 납부했다고 밝힌 이소정(법학 24) 학우는 “학생자치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학생회비를 납부했다”고 전했다.
이승수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이하 총학 비대위장)은 학생회비 납부율 저조의 원인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한 학생회의 성격’으로 설명했다. 그는 “과거 학생회가 공동의 문제 해결에 집중했다면, 현재는 복지에 주력하고 있다”며 “복지는 어려움이나 불편을 겪는 학우들에게 우선적으로 돌아가므로, 직접적인 수혜자가 아니면 학생회비 납부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저조한 납부율에 학생자치는 난항 중
총학 비대위 「청명」은 복지 사업 재개 과정에서 예산 부족이라는 난관에 직면했다. 이 총학 비대위장은 “다양한 복지 사업을 진행하기엔 재정적 어려움이 크다”며 학생회비 납부율 저조에 따른 운영난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지난 몇 년간 비대위가 복지 사업을 제대로 진행하지 않아 지난 학기 총학생회 예산이 학생회비 전체의 1%밖에 책정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학생회비 납부율 저조는 총학생회뿐 아니라 단과대학 학생회의 재정적 어려움으로도 직결된다. 익명을 요청한 모 단과대학 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장)은 “저조한 학생회비 납부율로 단과대학 학생회 예산 사용에 큰 제약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정된 예산으로 단과대학의 모든 학생을 만족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학생회비 납부자들을 위한 행사나 단과대 전체의 복지, 시설 등에 예산을 투입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학생회비 납부율 저조, “학생자치 신뢰 회복 필요해”
이 총학 비대위장과 모 단과대학 학생회 비대위장은 공통적으로 ‘학생자치를 향한 신뢰도의 하락’을 납부율 저조의 근본적인 이유로 지적했다. 이 총학 비대위장은 납부율 저조를 해결하기 위해선 학생자치가 청렴과 공정을 잘 지켜야 할 것을 강조했다. 모 단과대학 비대위장 또한 “학생회비는 학생들이 학생사회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라며 “학생회비 미납률 증가가 학생사회의 침체를 단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납부율 저조를 해결하기 위해선 “단순히 학생회비를 납부해 달라는 말보다 학우들이 만족할 만한 사업이나 정책 등을 통해 학생회비가 실질적인 도움이 돼야 한다”며 강조했다.
학우들의 권익을 책임지는 학생자치와 그러한 학생자치 유지에 필요한 학생회비. 그러나 지속되는 학생회비 납부율 저조는 단순 재정적 문제가 아닌, 학우들이 학생자치기구에 대한 신뢰를 잃어간다는 적신호로 해석된다. 학생자치가 본연의 역할을 되찾고, 다시금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동악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