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수] 유연하게 살기

2024-09-02     효림스님 불교대학 강사
▲효림스님 불교대학 강사

 

“세상살이에 고난 없기를 바라지 말라. 세상살이에 곤란이 없으면 제 잘난 체하는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일어난다.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기를 ‘근심과 고난으로써 세상을 살아가라’ 하셨느니라.” 이는 중국 원말명초에 활동하셨던 묘협스님이 찬술한 『염불삼매보왕론(念佛三昧寶王論)』 중 제17편 십대애행(十大碍行), 그러니까 우리에게 더 친숙한 이름으로는 ‘보왕삼매론’의 두 번째 글귀입니다.

장애물 없는 게임이 성립되지 못하듯 삶에는 고난들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리기를 기대할수록, 내가 겪고 있는 상황이 지금과 다른 것이기를 바랄수록 상황은 악화되고 스트레스와 힘겨움은 커져만 갑니다. 여기에 또 하나의 생각이 나를 괴롭힙니다. ‘왜 나만, 다른 사람들은 다 괜찮아 보이는데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사실 사람 사는 모습은 비슷합니다. 조금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누구에게나 어두운 구석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으면 마음이 사치해지는 것입니다. 잘난 체하며 남의 어려운 사정을 헤아리지 못합니다. 삶의 깊이에도 다가가지 못합니다. 인생은 아이러니하게도 고난을 통해서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게 합니다. 그러니 안으로 먼저 살펴야 합니다. 처음에는 너무 힘들어서 외면하고 싶을 수 있습니다. 그런 자신을 질책하지 마세요. 시간을 주세요. 그리고 준비가 되면 찬찬히 살펴보는 것입니다.

먼저 이것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일인가? 아닌가? 종종 삶에서 일어나는 통제할 수 없는 사건들은 그저 안전하게 통과하는 것만이 최선일 수 있습니다. 자세를 낮추세요. 숨을 고르고 자신을 격려하는 것을 잊지 마세요. 하지만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사건이라면 용기를 갖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나씩 실천하며 변화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그러나 서두르지 않습니다.

법정스님은 말씀하십니다. “자신의 근심과 걱정을 밖에서 오는 귀찮은 것으로 생각지 마세요. 짊어질 수 없는 삶의 무게는 주어지지 않습니다. 어려움을 통해서 그걸 딛고 일어서는 창의력과 의지력을 계발할 수 있는 우주의 소식으로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세상은 살만한 것이 됩니다”

또 유마거사가 말씀하십니다. “좋은 땅에서는 연꽃이 피지 않으나 낮고 습한 진흙탕에서 이 꽃이 핀다.” 유연한 마음으로 가을학기 시작하시길 응원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