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기획] 학생자치기구 간 겸직, 이대로 괜찮은가?

우리대학, 3년간 총학 궐위에 학생자치기구 간 겸직 이어져 비대위장 호선, 총대 의장-비상대책위원-학생회 회원 순 김 부의장, “총대 역할 자체가 입법, 감사, 선거 등의 업무”

2024-09-02     김대희·오은빈 기자
▲우리대학 학생회관 (사진=오은빈 기자.)

권력 분립.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라는 기치 아래 현대의 국가뿐 아니라 집행권이 있는 모든 단체는 상호 권력 집단 간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는 명제는 공리처럼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최근 우리대학에서는 학생자치기구 대표자의 겸직이 지속되면서 입법과 행정, 선거 권력의 중첩이 나타나고 있다.

 

3년간의 겸직 사태… 어쩌다?

우리대학 학생자치기구 대표자의 겸직 사례는 2021년도 총학생회(이하 총학) 「도약」의 임기 종료 후 3년가량 지속됐다. 2022년도에는 총학 무산으로 인해 제54대 총대의원회 의장(이하 총대 의장)이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이하 총학 비대위장)을, 2023년도에는 제55대 총대의원회 부의장(이하 총대부의장)이 총학 비대위장을 역임했다. 금년도의 경우 제56대 총대 의장이 총학 비대위장,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하 중선관위장)까지 총 3곳의 학생자치기구 대표자를 맡았다. 겸직에 대한 학우들의 반응은 가지각색이다. 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는 ‘총학이 없는데 겸직은 어쩔 수 없다’, ‘총대가 총대를 감시한다’와 같은 댓글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승재(중어중문 24) 학우는 “학내 민주주의 실현에 대한 의심이 든다”고전했다. 그러나 일각의 우려 섞인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겸직 상황을 해소하기란 어려운 실정이다. 학생자치기구 간 대표자 겸직은 우리대학 학생회칙 및 세칙에 기인한다. 우리대학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에 관한 시행세칙」 제3장 제7조 비상대책위원장의 선출 관련 조항에는 중앙단위 및 단과대학 단위의 경우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장)은 해당 단위 대의원회 의장이 맡는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선거시행세칙」 제3장 제13조 1항에 따라 우리대학 중선관위장은 총대 의장이 맡는다. 만일 총학이 무산될 시 총대 의장은 중선관위장과 총학 비대위장까지 맡을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 한 사람이 학내 자치기구세 곳의 대표자를 겸직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총대-총학 비대위 간 겸직, 권력 집중 우려 

총대의원회(이하 총대)의 존립 목적은 학생회에 대한 올바른 견제와 감시를 통해 학생회의 강화 및 발전에 복무하는 것이다. 그러나 총학 궐위 상황에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에 관한 시행세칙」에 따라 총대 의장이 총학 비대위장까지 맡게 된다면, 학생자치의 입법과 행정이 사실상 동일한 주체에 의해 이뤄지게 된다. 학생자치의 입법, 감사, 행정이 한 사람의 총괄 아래에서 이뤄지는 상황 속, 총대가 총학에 대한 견제와 감시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지난 6월 20일, 제56대 총학생회 운영위원 25인은 총대의 지나친 권력 집중을 규탄하는 내용이 담긴 성명문을 발표한 바 있다. 이들은 “총대 의장과 부의장이 총학(비대위) 대표자를 맡으며 견제·감시라는 본연의 기능을 상실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 세칙과 학생사회 구조상 본인이 예산을 운영하고 승인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어 총학(비대위)과 총대 겸직 시 해당 세칙의 예외 조항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김보연(가정교육21) 총대 부의장은 “각 기구의 대표자가 같아 학우분들의 우려가 존재한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으나, 대표자뿐만아니라 다른 구성원들이 함께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구조이기에 대표자 한 명의 총괄로 무언가를 독단적으로 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비대위 상황이라는 것 자체가 겸직을 해서라도 업무적인 공백을 메꿔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견제와 감시라는 단어들에만 포커스가 고정돼 있는 것이 적절한 관점일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고 전했다. 

 

총대 의장이 총학 비대위장 호선 1순위, 그 이유는 

우리대학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에 관한 시행세칙」 제3장 제7조 비상대책위원장의 선출 관련 조항에 따르면 중앙단위 비대위장을 호선하는 후보순위는 ‘대의원회 의장-비상대책위원-총학생회 회원’ 순이다. 그러나 비대위 호선 순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알려진 바 없어, 본지는 총학 비대위장 선출 시 대의원회 의장이 호선 1순위로 자리하는 것에 대해 총대에 해석을 요청했다. 이에김보연 총대 부의장은 ▲총대의 대표성 ▲업무상의 용이성 ▲회의 소집의 권한을 이유로 들어 총대 의장이 비대위장 호선에 있어 우선순위를 점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총대 선거의 유권자는 전체 대의원으로, 총학을 제외한 다른단위보다 학우를 대표하는 성격이 크다”며 “같은 중앙단위이기에 본관 학생처와 업무를 논의하는 범위가 겹쳐 업무상의 용이성도 존재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총학생회장 또는 비대위장이 갑자기 공석이 되면 당연직으로 ▲회의 소집 권한이 있는 주체가 필요한데 해당 권한을 총대 의장이 갖고 있기 때문에 그에게 먼저 우선권을 주는 것”이라 덧붙였다.

 

총대 산하 중선관위, 선거의 공정성은 보장되는가

한편, 우리대학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선관위) 구성 시에도 겸직은 나타난다. 우리대학 「선거 시행세칙」에 따르면, 중선관위는 선거가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공정하게 치러질 수 있도록 총대로부터 선거에 관한 제반업무의 결정 및 진행권을 위임받은 기구다. 그러나 중선관위는 「선거시행세칙」 제3장에 따라 총대 의장을 포함한 중앙위원으로 대부분 구성되며, 총대 의장이 중선관위장을 맡는다. 이는 중선관위라는 선거관리기구의 구성에 있어 위임의 주체와 대상이 대다수 겹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익명을 요청한 한 학우는 “중선관위가 학생자치의 핵심 기구 중 하나인 총대 사람들로 대부분 구성되는 것은 공정한 선거의 장애물로 작용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이에 대해 김 총대 부의장은 “총대의 역할 자체가 입법, 감사, 선거와 그에 부수되는 업무다. 그 업무를 이행하기 위해 총대 산하로 중선관위가 있는 것”이라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업무 진행의 효율과 일반학우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공개모집까지 거쳐 꾸리는 것이 중선관위와 각 단위 선거관리위원회인데, 구성원이 겹친다는 말이 업무의 위임과 상충된다는 논지는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고 답변했다.

 

끝으로 김보연 총대 부의장은 겸직과 관련해 “비대위 체제가 되면 겸직 자체는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며 “겸직을 누군가의 희생과 봉사로 학생사회를 이끌고자 하는 열정과 의지, 그리고 응원의 시선으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