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실수 투성이 봄 대동제, 기대가 너무 컸나?
휴학생은 외부인? 교내 구성원 기준 논란 긴 입장 팔찌 대기줄에 학우들 불만 속출 “비판 겸허히 받아들이고 책임지길”
지난 28일부터 30일까지 우리대학 봄 대동제 ‘무아지경’이 개최됐다. 이번 봄 대동제는 연예인 라인업과 각종 다양한 콘텐츠로 축제 전부터 많은 학우의 기대를 샀으나 기대와는 달리 입장 팔찌 및 대운동장 입장 등의 문제로 볼멘소리가 들려왔다.
저는 외부인인가요, 재학생인가요?
지난 9일 우리대학 축제기획단(이하 축기단)은 ‘외부인 입장 팔찌 판매 안내’ 게시글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업로드했다. 이는 봄 대동제 기간 중 대운동장 출입이 가능한 입장 팔찌를 외부인뿐만 아니라 우리대학 휴학생에게도 10,000원에 판매한다는 내용이었다.
해당 게시글이 업로드되자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솟구쳤다. 익명의 학우는 “휴학생은 등록금을 내지 않아 축제 공연 관람에서 재학생과 같은 대우를 받을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었다”며“그러나 첫 공지글에서 휴학생에게 외부인과 똑같이 돈을 받겠다고 한 것은 휴학생을 학교 구성원에서 배제시키는 듯해 속상했다”고 토로했다.
이에 축기단은 게시글 업로드 다음 날 비대위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대운동장 입장 팔찌 배부 및 판매에 있어 혼란을 드린 점 사과드린다”며 “입장 팔찌 배부 및 판매는 내부에서 다시 한번 심도 깊은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게시했다.
이후 축기단은 수정된 ‘입장 팔찌 판매 안내’ 게시글을 재업로드했다. 수정된 공지에 따르면 ▲재학생과 ▲휴학생/수료생은 무료로 대운동장 입장 팔찌를 받을 수 있으며 ▲졸업생을 포함한 외부인은 현장에서 10,000원을 지불한 후 입장 팔찌를 받을 수 있었다. 또한 ▲재학생에는 학부 재학생, 일반대학원생, 한국어·미래융합교육원생이 포함됐으며 ▲휴학생/수료생의 경우엔 재학생존 출입이 제한됐다.
한편 일반대학원을 제외한 특수대학원도 재학생에 포함되지 않았다. 우리대학 영상대학원에 재학 중인 익명의 학우는 “똑같은 등록금을 내고 학교에 다니는데 왜 외부인 취급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특수대학원생이 외부인으로 분류된 이유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추성재(국어교육 21) 축제기획단장(이하 축기단장)은 “일반대학원은 사전에 축제 관련 논의 의사를 먼저 표해 협의가 진행된 것”이라며 “특수대학원의 경우엔 따로 논의된 바가 없어 외부인으로 분류하게 됐다”고 이유를 밝혔다.
인산인해, 남산까지 이어진 대기줄
봄 대동제 기간에도 입장 팔찌로 인한 잡음은 끊이지 않았다. 29일과 30일, 연예인 공연이 진행되는 이틀간 교내 구성원 입장 팔찌 배부가 지연됐기 때문이다. 29일 재학생 입장 팔찌는 만해광장에서, 외부인 입장 팔찌는 백년비 앞에서 배부됐다. 교내 구성원 입장 팔찌의 경우 소속 단과대와 재학 여부에 따라 △경찰사법대·경영대·공과대·문과대 △미래융합대·바시대·불교대·법과대·사과대 △사범대·약대·AI융합대·예술대·이과대 △일반대학원·한국어교육원·미래융합교육원 △휴학생·수료생으로 줄을 나눠 배부를 진행했다. 그러나 단과대별 소속된 인원수가 달라 특정한 줄에만 사람이 집중되는 등 배부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입장 팔찌 배부의 지연이 이어지자, 약 15시부터는 소속 대학 및 재학 구분 없이 배부를 진행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추 축기단장은 “작년에는 공유 시트로 입장 팔찌 명부를 확인했는데, 이때 여러 사람이 공유 시트를 동시에 사용하면 오류가 발생하는 것을 발견했다”며 “공유 시트 오류를 줄이기 위해 소속 단과대별로 명부를 분리하고 입장 팔찌 배부를 진행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30일에도 입장 팔찌 배부 지연 문제는 지속됐다. 이날은 대운동장 외부인 출입이 금지돼 교내 구성원 입장 팔찌 배부를 기존의 만해광장 부스가 아닌 백년비 앞에서 진행했으나, 백년비앞에서 시작된 배부 대기줄은 남산 산책로까지 이어졌다. 또한 배부 과정 중 팔찌를 제공하는 방식에서 스탬프를 찍어주는 방식으로 갑작스럽게 변경돼 학우들의 혼란이 가중됐다. 추 축기단장은 “학교 측에서 신속하게 입장시키라는 권고 사항이 내려와 배부 속도가 빠른 스탬프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이어 “학교 밖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책임 소재가 외부 기관까지도 변질될 수 있기에 최대한 교내로 옮기라는 권고가 내려온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29일 입장 팔찌 배부가 지연됐음에도 50명 정도의 축기단 인력으로 배부 장소를 확충하는 것은 어려웠다”고 밝혔다.
바닥난 팔찌, 실망한 학우들
입장 팔찌 관련 논란은 배부 지연뿐 아니라 배부 수량에도 있었다. 29일 외부인 입장 팔찌와 교내 구성원 입장 팔찌는 모두 21시까지 배부가 예정돼 있었으나, 외부인 입장 팔찌는 연예인 공연 시작 전인 17시, 교내 구성원 입장 팔찌는 연예인 공연 시작 30분 후인 19시 30분경 조기 마감됐다. 익명의 학우는 “재학생 입장 팔찌가 소진될 줄 모르고 수업이 끝난 후 배부대를 찾았으나 입장 팔찌가 이미 소진된 상태였다”고 전했다.
추 축기단장은 “교내 구성원에 해당하는 인원의 80%인 15,000장가량 준비했다”며 “외부인 팔찌는 휴학생 및 수료생이 포함돼 있기에 이를 고려해 10,000장에서 12,000장 정도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그는 “입장 팔찌 배부 마감 소식을 공식 SNS를 통해 빨리 전달했어야 했으나, 대운동장 앞 인파를 해산시키는 데에 집중하다 보니 공지가 늦어졌다”며 죄송함을 전했다.
한편 29일, 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동국패스를 통해 재학생에게 외부인 팔찌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글이 게시되며 학우들이 혼란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사전에 공지되지 않은 사항이었다. 추 축기단장은 “재학생에게 외부인 입장 팔찌를 제공하는 것은 원래 매뉴얼에 없는 내용”이라며 “현장에서 일하는 축기단원들이 재학생의 요구에 따라 동국패스를 확인하고 제공하는 등 혼선이 생긴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바이오메디캠퍼스(BMC) 학우 및 동아리 공연에 참가한 학우들은 입장 팔찌 배부 조기 마감으로 인해 팔찌 수령이 어려웠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추 축기단장은 “BMC 학우나 개인적 사정 등으로 배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것을 대비해 21시까지 배부를 하기로 했던 것”이라며 “그러나 팔찌 개수가 모자라 배부가 기존보다 빠르게 종료된 점에 대해서 죄송하다”고 전했다.
그림의 떡, 대운동장
축제 둘째 날인 29일, 입장 팔찌 배부는 재학생 13시, 외부인 11시부터 시작됐다. 비대위 인스타그램에 업로드된 ‘대운동장 운영 안내’에 따르면 재학생과 외부인 모두 15시부터 대운동장 입장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당일 별다른 공지 없이 외부인의 대운동장 입장은 11시부터 시작됐다. 사전 공지와 당일 대운동장 입장 시간이 달라진 사실이 알려지자 이에 불만을 가진 학우들이 속출했다. 대운동장 입장 시간 변경에 대해 추 축기단장은 “입장 팔찌 배급 후 교내에 상주하는 외부인이 많아지면서 학교 측으로 민원이 들어왔다”며 “이후 학교 측과 논의를 거쳐 예기치 않게 외부인 조기 입장을 결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29일 밤, 재학생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입장 팔찌가 없어 대운동장 밖 경사로에서 공연을 관람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익명의 학우는 “재학생이지만 팔찌를 못 받았다는 이유로 대운동장에 들어가지 못했다”며 “특히 대운동장에 빈 공간이 많았음에도 재학생을 추가적으로 입장시키지 않은 이유가 궁금하다”고 전했다. 이에 추 축기단장은 “안전상의 이유로 경사로에 몰려있던 인파가 정체 없이 이동해야 했기에, 재학생을 추가적으로 입장시킬 수 없었다”며 “또한 당시 축기단의 인력 문제로 추가 입장은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29일 연예인 공연 이후 대운동장에 출입하지 못한 학우들의 불만이 속출하자 축기단은 30일 새벽 3시경 비대위 인스타그램에 ‘외부인 입장 불가능 안내’ 게시글을 업로드했다. 해당 게시글엔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을 우려해 30일 축제는 외부인 출입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추 축기단장은 “29일에 예상치 못한 인파로 경찰과 소방관이 안전사고 관리에 동원됐다”며 “공연이 끝난 후 인파 통제와 관련해 여러 방안을 논의한 결과, 외부인 입장 금지를 결정하게 됐다”고 전했다.
축기단의 주먹구구식 대응
축제 기간 발생한 문제에 대응하는 축기단원의 행동이 통일되지 않아 축기단 내부 소통이 미흡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일었다. 이에 추 축기단장은 “대동제를 진행하면서 학생팀과 시설팀, 교직원 등 여러 단위와 함께 소통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동제 중 변경 사항들을 축기단 내부에서 신속하게 전달해야 했으나 소통이 미흡해 축기단원마다 다른 조치를 취했던 것 같다”며 “특히 공연 시작 이후에는 소음 등으로 연락 확인이 어려워 의사소통이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이번 봄 대동제가 학우들의 많은 기대를 샀던 만큼 아쉬움도 크게 남았다. 익명의 학우는 “이번 2024 봄 대동제에서 축기단 측이 ‘안전’을 명목으로 사람들의 권리를 앗아가고 통제한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며 “축기단의 자세한 상황은 알기 어려우나 결과적으로는 ‘재학생조차 즐길 수 없었던 축제’를 만들었으니 비난하는 목소리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