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학생인권조례 독선폐지, 누구의 권리를 위한 길인가
총선 이후로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충남에 이어 지난 26일 서울시의회가 학생인권조례 전격 폐지 수순을 밟았고, 경기와 광주에서도 학생인권조례 폐지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교육 단체의 반발이 일고 있다. 학생인권조례는 2010년 경기도가 물꼬를 터 총 7개 시에서 시행돼 왔다.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와 차별받지 않을 권리, 사생활의 자유 등 보편적인 학생인권을 규정하고 학생의 존엄성이 교육 과정에서 보장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조례의 주 내용이다. 시행 과정에서 일부 교사나 종교·보수단체가 반발하기도 했으나, 조례 시행 후 두발·복장 규제, 야간자습의 강제가 완화되고 학생인권 침해 사례가 감소되는 등 교육 현장에 일정한 변화가 생긴 것은 사실이다.
이번 학생인권조례의 폐지 배경에는 교권 이슈가 크게 자리 잡았다. 지난해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으로 일부 학부모들의 민원 공세, 교사 근로환경, 교육 등 교육 현장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교권 보호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2023년 하반기 교육부와 각 시·도 교육청에서는 피해 교원 보호 및 가해 학생의 조치를 강화하는 등 교권 보호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교권을 확립해 가는 과정에서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추락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폐지가 잇따르는 수순은 시대를 역행할뿐더러 교육 현장을 적대적 대립의 공간으로 만든다. 교사의 권리와 학생의 권리는 결코 대립하지 않는다. 교육은 교사와 학생이 동행하는 길이기에 교육자와 학습자 모두의 권리가 함께 보호돼야 한다.
최근 학생인권조례뿐 아니라 서울사회서비스원의 공공돌봄 서비스도 폐원의 기로에 섰다. 이는 기존 민간 취약계층 돌봄 서비스의 일부를 공공으로 돌리자는 취지로 시작된 것이다. 인권·복지 제도의 폐지가 잇따르는 가운데, 정말 폐지만이 최선이었나 의문이 든다. 무엇보다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조례들이 그저 정치적 진영 다툼에 휘둘려 지워진다면 그간 인권을 위해 일궈온 노력까지 지워질 뿐이다. 독선적인 폐지가 아닌 세밀한 검토와 논의를 거쳐 실효성 있는 인권보호방책을 수립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