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학생연구자 인건비가 0원... 공부하러 왔으니 희생하래요

2024-05-12     동국대학원 신문사

  동국대학원신문 228호 원우성의 주제는 ‘학생연구자 인건비 어떻게 생각하세요?’였다. 원우들의 반응은 평소보다 뜨거웠다. “학생연구자 인건비가 0원... 공부하러왔으니 희생하래요”부터 “병장도 (월급이) 200이다”, “더 올려라 이게 인간 생활이냐?”, “최저시급이라도 좀!!”와 같은 분노에서부터 “돈 때문에 하는게 아닙니다”, “현실적으로 늘릴 수 있나요?”와 같은 염세적인 태도까지 다양한 반응이 이어졌다.

  학생연구자 인건비가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은 이전부터 지속됐다. 학생연구자 지원을 강화하는 시도도 있었지만 실제 학생연구자의 처우는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2022년도 국가연구개발행정제도개선(안)’과 ‘국가연구개발혁신법(R&D혁신법) 시행령 개정’을 발표하며 2023년 3월부터 학생연구자 인건비 기준을 상향적용했다. 2008년 이후 15년 만에 학생 연구자 인건비 기준이 오른 것이라 현장에서는 대체로 인건비 기준 상향을 반기는 분위기였지만, 여기에는 맹점이 하나 있다. 바로 인건비 기준은 학생연구자에게 지급되는 실제 지급액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건비 기준은 단순히 인건비를 계산할 때 적용하는 지급 기준이기 때문에 학생연구원이 실제 받는 인건비는 기준보다 낮은 것이 현실이다. (학생연구자 인건비 기준 상향적용 전의 자료이지만)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박완주 더북어민주당 의원이 2022년에 공개한 ‘2021년 대학원 인건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학의 학생연구원 월평균 인건비 지급액은 석사과정 63만원, 박사과정 99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당시 학생인건비 기준이 석사 180만원, 박사 250만원이었던 것을 떠올려본다면 인건비 기준과 실제 지급액 사이에 얼마나 큰 간극이 있는지를 느낄 수 있다.

  올해 정부가 R&D 예산을 전년보다 4조6000억원(14.7%) 줄어든 26조5000억원으로 편성하면서 학생연구자들의 불안은 가중됐다. 지난 8일 과기정통부 기자간담회에서 이종호 과기정통부장관은 “내년도 R&D 예산을 대폭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지만, 이어 류광준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미래를 위해 필요한 것은 늘고 그렇지 못한 것은 줄 것”이라며 “모든 부분이 그대로 다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내년도 예산을 예년만큼의 규모를 회복하기 어렵고, 정부 차원에서 불필요하다고 여겨지는 학문의 지원이 줄어들 것이라는 일종의 예고인 셈이다.

  내년도 R&D 예산 편성 과정에서도 연구기관과 대학원생들의 반발이 예측된다. 그러나 이들은 여느 때처럼 정부의 정책에 또다시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질 것만 같아 서글퍼진다. 정부의 예산 삭감은 연구기관에 불안정하게 소속된 학생연구자에게 더욱 큰 공포로 다가온다. 대다수의 학생연구자가 과제 인건비를 통해 등록금과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기에 정부의 예산 편성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불안정한 소득과 고용, 노력과 보상의 불균형, 불연구와 개인생활 양립의 어려움, 심리적 고충 등 여러 어려움과 더불어 최근에는 급격한 물가 상승이 더해져 학생연구자의 경제적 어려움은 더욱 커져가고만 있다. 우리대학 원우들이 원우성에 적어준 “가난한 대학원생”, “배고파요”, “착취 멈춰”, “열정 패기 NO. STOP!!”, “일 시키는 만큼 돈은 당연히!!!”와 같은 글을 본인의 아픔을 재미로 승화하는 해학으로 인식하고 웃어 넘기기보다, 대학원생의 아주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할 수 있도록 현실 물가를 반영한 학생연구자 인건비의 현실화, 인건비 하한 기준에 대한 사회적 차원의 논의로 이어갈 필요가 있다.

  대학원생은 그저 그래도 되는 존재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