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학의 위기, 건강한 공론장이 모색돼야
현재 한국의 대학은 위기에 처해 있다. 학령인구 감소, 수도권-지방 대학의 양극화, 학문 지형의 변동, 대학재정 부족과 등록금 인상 등 대학의 의미뿐만 아니라 존립마저도 불안정한 상황이다. 급격한 시대 변화를 직면하며 대학은 사회적 논의 대상에 올랐으나 오늘날 대학의 본질적 의미에 대한 답은 여전히 방황하고 있는 것 같다.
대학이란 무엇인가. 일본의 교수이자 사회학자 요시미 슌야는 대학을 ‘미디어’라고 재정의했다. 그는 대학이 고등교육 기관이라는 사전적 정의를 넘어서는, 사회와 매개하는 집합적 실천의 장이라고 본 것이다. 그런데 사회와 연동된 미디어로서 대학이 작동하기 위해선 대학 내부에서부터 사람과 사람이 지속적으로 연결되고 소통이 자유롭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지금 대학에 소통을 위한 공간이 제대로 마련돼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학내 구성원들의 목소리는 어디에서 들을 수 있는 것인가.
대학 사회도 하나의 사회인 만큼 공론장이 존재한다. 우리대학에서는 현재 학생 대표자를 주축으로 한 전체학생대표자회의 및 공청회가 개최되고 있다. 또한 인터넷 커뮤니티가 전면으로 확대된 뉴미디어 시대인 만큼 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 온라인 공론장의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공론장이 공론장으로서 기능을 다하려면 대화와 타협이 사회적 신뢰를 바탕으로 건강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우선 전체학생대표자회의와 같은 오프라인 공론장의 경우, 일반 학우의 접근성이나 참여율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고 많은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학생 대표자의 자리 또한 부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또한, 에브리타임은 다수의 학생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임에도 불구하고 익명 중심으로 운영돼 폐쇄성을 가지며, 비난이나 공격을 제재할 시스템이 부족해 합리적인 공론에 한계를 지닌다.
그럼에도 모두의 담론은 계속돼야 한다. 학생의 목소리가 모이면 학생 사회와 학교, 나아가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의 지침이 될 것이다. 본지 또한 학내 언론으로서 건강한 공론장 형성에 책무가 있다. 많은 이들의 목소리를 환한 곳으로 전달할 공론장 형성을 위해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