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극우 유튜버의 부정선거 주장의 실상

2024-04-14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3월 28일 전국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소 20곳 이상에 불법 카메라를 설치한 극우 유튜버가 검거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불법 카메라의 설치 장소는 정수기 뒤였다. 검거된 유튜버는 “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자 수를 속이는 것 같아 직접 확인하기 위해 카메라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2022년 대통령선거와 2023년 강서구청 보궐선거 때에도 사전투표소에 불법 카메라를 설치해 “투표자 수를 세어봤으나 선관위가 발표한 숫자와 달랐다”고 주장했다.

참으로 무지하기 짝이 없는 짓이다. 투표자 수를 파악하는데 가장 정확하고 간단한 방법은 직접 공직선거법에 따라 각 정당과 후보가 추천한 투표참관인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얼굴 확인조차 어려운 위치인 정수기 뒤에 몰래카메라를 달아 투표자 수를 정확하게 셀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참으로 무모하다. 알다시피 사전투표는 2일 동안 이뤄진다. 그 사이에는 유권자만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동행자가 있을 수 있고 투표사무원과 투표참관인도 지나갈 수 있다. 또 몇 사람이 겹쳐서 지나간다면 몰래 카메라로 투표자 수를 정확하게 세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선관위 통계와 자신이 집계한 숫자가 다르다고 부정선거라고 퍼뜨리는 것은 다분히 의도가 있다.

극우 유튜버가 부정선거라고 주장함으로써 얻는 것은 무엇인가. 이 극우 유튜버는 2022년 대통령선거에서도 부정선거가 있었다 주장한다. 해당 선거에서는 보수 정당의 윤석열 대통령이 선출됐다. 그렇다면 이는 부정선거 결과 윤 대통령이 탄생했다고 주장하는 격이다. 누워서 침을 뱉어도 이런 식이라면 참으로 한심하지 않은가.

2020년 4월 제21대 국회의원선거가 끝나자마자 민경욱 전 의원이 “성명불상의 특정인이 투표 단계에서 서버 등을 통해 사전투표 수를 부풀린 뒤 위조된 사전투표지를 다량 제조해 투입하고, 투표지 분류기와 서버 등을 통해 개표 결과를 조작하는 등 선거 과정 전반에 걸쳐 부정 선거 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선거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2022년 7월 대법원은 무효소송을 기각했다.

이때 대법원은 “이 사건 선거에는 공직선거법에 규정된 바에 따라 투·개표 절차 전반에 걸쳐 민 전 의원을 추천한 미래통합당을 비롯한 각 정당 추천의 선거관리위원 및 참관인, 공무원인 개표종사원 등 수많은 인원이 참여했다”며 “이처럼 수많은 사람들의 감시 아래 민 전 의원의 주장과 같은 부정한 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전산 기술과 해킹 능력뿐만 아니라 대규모의 조직,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할 것이지만, 민 전 의원은 그와 같은 부정선거를 실행한 주체가 누구인지조차 증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판단을 한마디로 줄이자면 대한민국에서 부정선거란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러니 극우 유튜버들의 혹세무민에 현혹돼서는 안 된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