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악로에서] 만연한 혐오, 상처받는 학우

2023-06-04     원지우 수습기자

 

▲원지우 수습기자 

대입 발표가 난 후 신입생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학내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에 가입하는 일일 것이다. 대학 생활의 첫 단계인 시간표를 짜는 방법부터, 학교 주변에 꼭 즐겨야 하는 먹거리까지. 에타는 대학에 들어와 모든 것이 낯선 신입생들에게 가치 있는 정보들을 제공한다. 

에타에선 학내 최고 관심사를 확인할 수 있다. 익명1이 최초의 문제를 제기하면 수많은 익명들은 글에 반응한다. 게시글이 핫게시판으로 이동하면 에타에는 비슷한 유형의 글이 게시되기 시작한다. 에타이용자들의 관심이 한데 모인 그곳에서 여론이 형성되는 것이다. 

다양한 기능을 하는 에타. 그러나 에타가 시간표 확인 용도로 국한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윤리 의식의 부재’가 그 주된 이유다. ‘사과대 보궐선거 무산’은 올해 에타를 뜨겁게 달궜던 사건이다. 선거 단위와 선거관리위원회는 치열한 공방전 속에서 각자의 입장문을 게시했고 사안을 지켜보는 학우들은 본인의 의견을 담은 글들을 작성했다. 그 안에서 이성적인 시각으로 문제를 분석하고, 잘못의 경중을 논하는 내용을 찾아볼 수 있었지만, 특정 입장에 대한 맹목적인 비난과 공격도 분명 존재했다. 

익명을 내세워 다투는 것. 에타 내에서는 일반적인 일이다. 창을 내리다보면 출처를 알 수 없는 찌라시, 저격성 게시글, 외모를 평가하는 게시글이 여과 없이 눈에 담긴다. 성별과 지역, 학벌, 정치 성향을 기준 삼아 편가르기하는 불쾌한 글들이 쏟아지기도 한다. 댓글은 또 어떠한가. 익명성을 방패 삼아 혐오 표현을 뱉어내고, 다른 생각을 가진 학우를 물고 헐뜯기 바쁘다. 누군가는 게시물을 읽는 것만으로, 감투를 쓴 익명 1과 2에 의해 상처를 받고 있는 것이 에타의 현실이다. 

에타는 다양한 관점이 허용되는 공간이다. 그러나 이것이 혐오를 정당화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에타를 지배한 혐오와 차별의 벽을 허물고, 타인의 존엄성을 기반으로 건강한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것.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지향점이다. 에타는 학우 간 소통을 가능케하는 소중한 플랫폼이다. 그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에타가 합리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의견들이 조화되는 공론장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에브리타임’ 이용자 모두가 상처받지 않는 경계 안에서 진정한 소통의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