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관 사람들의 좌충우돌 생활기 I I
육아복지 등 지원 필요, 논문이나 연구개발에 많은 투자 해야
편집장 : 인터뷰 요청에 응해줘서 고맙다.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한다. 조유진 : 영화과 시나리오 전공이고 석사 3학기 차이다. 이정민 : 교육대학원 윤리교육 전공이고, 석사 5학기 차다. 내년 임용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교육대학원 학생회장이다. 한민 : 전자공학과 박사과정 10학기 차다. 밀리미터파 신기술연구센터(MINT) 소속이다.
편집장 : 지난 166호에 게재됐듯이 인문계 원우들은 학술관 연구실에서 공부하며 생활하고 있다. 이공계나 특수대학원 원우들은 어느 곳에서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가? 조유진 : 학술관과 충무로 영상센터에서 수업을 한다. 충무로 영상센터에서는 주로 제작과 실기수업을 하고, 이론이나 시나리오 수업은 학술관에서 진행한다. 때문에 시간표 짤 때 동선이 힘들지 않도록 배분을 잘 해야 된다. 충무로 영상센터 건물이 예전에 중대 부속 병원이라고 들었다. 실제로 진짜 병실 같다. 지하로 내려갈수록 쾌쾌한 냄새 난다. 영상센터 지하에는 편집실과 장비들이 보관돼 있는 장소가 있다. 대부분의 영화과 원우들은 후반 작업 때문에 영상센터에 상주한다. 현장에서 일하시다가 들어오시는 분들도 많다. 나이가 많은 분들도 많은데, 덕분에 여러모로 도움을 받고 있다.
이정민 : 교육대학원은 5학기 제도로 운영하고 있다. 또 되도록이면 학림관을 벗어나지 않는다.(웃음) 수업도 수요일과 목요일 야간에만 있다. 교육대학원 시간표는 수업이 6시 반부터 9시 20분까지 고정되어 있다. 현직교사와 직장인이 많아서 모두들 바쁘다. 때문에 수업이 끝난 뒤엔 뿔뿔이 흩어진다.
한민 : 우리 연구실은 지하에 있다. 동료들끼리 장난삼아 벙커라고 부른다. 1년에 휴일 며칠 빼고는 매일 나온다. 월화수목금금금이라고 들어봤나?(웃음) 텔레비전을 보면 가끔 반도체 제조하는 장면 나오지 않나? 우리도 그와 비슷한 랩을 가지고 있다. 고등학생처럼 랩실과 집을 오고가며 살고 있다. 우리는 항상 연구실에만 있다. 좀 적응되면 날짜 개념도 희미해진다. 학교에 사람이 많으면 개강했다고 생각하고, 없으면 방학했다는 걸 그때서야 안다. 물론, 방학 때도 맨날 학교 나온다. 요즘에는 짬밥이 차서 좀 낫지만, 예전에는 일년에 350일 정도 출근했다. 연구실에서 살다시피 하기 때문에 예전부터 선후배 관계가 돈독했다. 우리는 대부분이 남자다. 현재 00학번이 연구실 막내다. 거의 군대식으로 한다고 보면 된다. 사수와 부사수처럼 말이다.(웃음) 그래도 전통이 있으니까 손쉽게 생활할 수 있어 좋다. 요새 대학원생이 줄어드는 추세라 아쉽다. 우리는 도제방식으로 후배를 가르친다. 인프라는 다 갖춰져 있다. 졸업하기 전에 직속 후배에게 모든 노하우를 전수 해준다. 요즘에는 후배가 하도 안 들오니까 나중에 인력이 부족해 기술이 묻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편집장 : 연구에 대한 지원은 어떠한가? 조유진 : 영상센터에서 일하는 조교와 과사무실 조교를 제외하고는 장학제도가 없다고 보면 된다. 무엇보다 우리는 영화를 만들어야 되기 때문에 등록금 이외의 지출이 많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단편영화만 지원해준다. 학기 말에 10만 가량 지원하는데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대부분 연출자가 자기 돈을 많이 들인다. 그 점이 많이 부담된다.
이정민 : 학생회 활동은 복지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간식을 일주일에 한 번 또는 격주로 배부한다. 그 외에도 하계 · 동계 해외학술 세미나와 사물함 배정 등을 실시 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 학기부터는 우산 대여나 약품들을 학생회실에 비치해 원우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도 연구실은 따로 없다. 5층에 별도로 다른 학생회에서 만든 열람실과 교직 자료실 세미나실을 이용한다. 거기서 책도 대여해준다. 세미나실은 원우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독서실처럼 꾸며두었다. 규모는 작다. 그래도 대부분 직장을 다니니까 독서실이 가득차진 않아서 여유로운 편이다. 장학금은 작년까지는 성적 만점 장학금이 있었다. 그러나 원우들이 전부 열심히 하셔서 뽑는 게 힘들더라.(웃음) 그래서 올해부터 수업시험대회를 해서 장학금 주는 것으로 바뀌었다.
한민 : 우리 연구실의 경우, 프로젝트를 한 뒤 얼마간의 돈을 적립해 자체적으로 장학 제도를 만들었다. 우리 교수님의 경우에는 프로젝트 인센티브를 연구실에 재투자 해서 우리가 좀 더 수월하게 공부할 수 있게 해주신다. 그러나 그 사정은 랩실마다 다르다. 랩실에 프로젝트가 있으면 월급을 받는 데 없으면 받지 못한다. 그만큼 공부 외에 학비를 벌기 위해 일을 또 해야한다는 뜻이다. 학회지 게제 연구비 지원도 이번에 생겼다. 그 외에는 달리 지원이 없다. 우리 연구실은 장비의 값이 몇 억에서 많게는 수십 억원에 이른다. 문제는 장비 유지 보수비이다. 생각하는 것보다 어마어마한 돈이 든다. 그걸 우리가 벌어서 내야 되는 것이다. 후배들이 계속해서 쓰는 거니까 학교에서 유지 보수비만이라도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
편집장 :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는가? 조유진 : 영화계에서 일하는 실무자들이 우리대학원에 많이 입학한다. 그러다보니 대학원 생활을 하다보면 동료들을 한 다리 건너 다 알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학부 동기들이 영화 쪽에서 많이 일하고 있는데, 심지어 그 동기들이 현재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도 여기에서 다 들린다. 예전에 같이 작품을 했던 감독이 현직 유명 감독 밑에서 일하고 있다. 이 판이 좁은 탓에 그 유명 감독이 내 습작 시나리오를 봤다는 얘기도 들었다.
이정민 : 교육대학원생이라면 교생실습이 가장 기억에 남지 않을까 한다. 이번 실습 때 내가 대학원생인 걸 속이고 학부생이라 했다. 근데 어떻게 알았는지 내가 남들보다 나이 많은 걸 다 알더라. 스물 여섯이죠? 하면서 놀리더라. 학생들이 잘못을 했을 때 뭐라고 혼내야 되는데 귀여워서 그러지 못한 적이 많았다. 아직까지 연락을 하는 학생들도 있다.
한민 : 대학원생들이 밤샘 공부를 할 때 모두 그렇듯이 밤에는 야식을 먹는다.(웃음) 우리도 마찬가지다. 몇 년 된 얘기인데, 언제는 한 번 새벽에 라면을 끓여 먹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다들 이상한 표정을 지면서 먹는 거다. 다 먹고 보니까 유통기한 3년 지난 라면이었다. 더 웃긴 것은 다음날 아무도 배탈 안 났다는 거다.
편집장 : 건의사항을 듣고 싶다. 조유진 : 장비만이라도 학교에서 지원해 주었으면 좋겠다. 현재 우리과에는 조명장비가 없어서 빌리고 있다. 장비만 지원돼도 학생들이 부담하는 돈이 절약될 것 같다.
이정민 : 사범대 학장님께서 많이 도와주셔서 달리 건의사항은 없다. 얼마 전 컴퓨터 6대 중에서 3대가 고장 난 적이 있었다. 학장님한테 말씀드리자 바로 수리해 주셨다.
한민 : 학교는 외형적인 것도 좋지만 논문이나 연구 개발 쪽에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 그게 가장 시급하다. 우리 연구실 같은 경우 신축된 공학관으로 이사를 가야 한다. 그러나 이사비용이 없어서 가지 못하고 있다. 장비들을 옮겨야 하기 때문에 이사비용이 만만치 않다. 또 육아복지 문제를 좀 해결해줬으면 한다. 내 경우도 아이가 있다. 항상 밤늦게 들어가 아이 얼굴을 보지 못한다. 학교에 교육시설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대학원에는 유부남 유부녀들이 꽤 된다. 서울 시청 앞에도 보육시설이 생겼더라. 예전에는 잘 안 보였는데 요즘에는 눈에 잘 띈다. 여러분의 미래가 달린 문제이다.(웃음) 대학원이 먼저 변화를 일으키면 좋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