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패스트패션 열풍에 땀 흘리는 지구

의류 구매 시 고려 요인 1위 ‘최근 트렌드’ 패스트패션, 제조·폐기 과정 모두 골칫거리 의류업체, 친환경 행보 보폭 넓힌다

2022-11-06     이민경·임재경 기자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中 (출처=영화 장면 캡처.)

141.8톤. 이는 2019년에 우리나라가 매일 배출한 폐의류의 양이다. 유행에 맞춰 빠르게 바뀌는 의복 문화는 환경 오염의 주범이 됐다. 최신 패션 트렌드를 따라 저렴한 제품을 다양하고 빠르게 생산하는 ‘패스트패션’이 의류 산업 전반을 지배하면서 감당하지 못할 의류 폐기물이 생겼다. 싼값에 많이 팔기 위해 선택된 합성섬유는 썩지 않는 쓰레기가 되고, 분해된 이후로도 미세플라스틱의 형태로 지구를 떠돈다. 선량한 패션 리더가 되고 싶은 이들을 위해 생활 속 패스트패션, 패스트패션이 일으키는 환경문제, 패션 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본다.

 

▲우리대학 대상 설문조사 결과 (일러스트=김다영기자.)

‘더 빨리, 더 많이’ 패션
패스트패션은 주로 SPA(스파) 브랜드(자사 상품을 직접 제조·유통하는 브랜드)가 주도하며, 예시로는 ‘자라(ZARA)’, ‘유니클로(UNIQLO)’, ‘H&M’, ‘SPAO’ 등의 브랜드가 있다. 이들은 소비자에게 최신 패션 유행이 반영된 의류를 저렴한 가격으로 빠르게 제공한다.

동대신문이 우리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4일간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최근 패션 트렌드가 의류 소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옷 구매 시 고려하는 요인 1순위를 묻는 질문에(643명 응답), 최근 트렌드(디자인)가 49%로 답변 중 과반 가까이 집계됐다. 뒤이어 가격을 선택한 응답자는 27%, 소재를 선택한 응답자는 14%, 브랜드를 선택한 응답자는 10%로 나타났다. 1년에 구매하는 의류 수 항목에서는(585명 응답) 10벌 미만이 26%, 10벌에서 30벌 사이가 52%, 30벌 초과는 22%로 집계됐다. 해당 결과는 의류 구매 시 소비자가 최신 유행과 가격을 우선으로 고려하는 특징이 불러온 패스트패션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이에 더해 빠른 유행 변화가 의류 소비량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있다.

김지연(가명)(사회 22) 학우는 “매년 패션 유행이 달라지기 때문에 계절별로 옷을 5벌 내외로 구매하게 된다”며 유행이 의류 소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전했다. 그는 SPA 브랜드를 이용하는 이유에 대해 “SPA 브랜드의 의류는 사이즈가 다양하고, 구매 전 착용에 대한 제한이 없기 때문에 충분한 고민 후 옷을 구매할 수 있다”며 “SPA 브랜드가 매년 진행하는 세일 기간을 통해 저렴하게 옷을 구매할 수 있어 자주 이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청바지 염색 폐수가 배출되고 있는 모습 (사진=DNMD 홈페이지.)

패스트패션, 환경 파괴도 ‘더 빨리, 더 많이’
패스트패션에 입각해 만들어진 의류는 만들어진 이후 분해될 때까지 계속해서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 패스트패션 의류는 소비자에게 싼값에 판매되기 위해 합성섬유로 제작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합성섬유란 화학적 방법을 통해 중합된 합성고분자를 원료로 하는 섬유다. 나일론, 아크릴 등의 합성섬유는 기본 속성이 플라스틱과 유사해 쉽게 분해되지 않는다. 합성섬유를 땅에 묻어 폐기한다면 분해 과정에서 유해 성분이 발생해 토양 오염으로 이어진다. 이에 더해 티셔츠 한 장이 제작될 때 물 2,700L, 청바지 한 벌이 제작될 때 7,000L가 사용된다. 이는 각각 욕조 15개 분량, 4인 가족이 약 일주일 동안 쓸 수 있는 분량의 물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패스트패션이 만들어내는 방대한 양의 의류 폐기물은 환경 자원 낭비의 결과다. 더불어 유행 변화에 따라 의류를 생산하는 패스트패션은 대기 오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매년 의류 생산 과정에서는 1억 7,500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방출된다. 패스트패션은 의류 생산량을 증가시켜 이산화탄소 과잉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 

▲칠레 사막에 쌓인 쓰레기 더미 (사진=연합뉴스.)

패스트패션이 만들어 낸 칠레 사막의 비극
우리가 몇 번 입다 버린 옷들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칠레 북부에 위치한 ‘아타카마 사막’은 얼룩덜룩한 옷들로 뒤덮여 있다. 각국에서 버려진 옷 폐기물이 사막에 쌓여 거대한 ‘쓰레기 산’을 이룬 것이다. 이 쓰레기 무덤은 중국과 방글라데시의 공장에서 생산된 후, 유럽과 아시아, 미국 등의 소비처를 거쳐 버려진 최소 3만 9,000톤의 옷으로 만들어졌다. 이 3만 9,000톤의 의류 폐기물은 칠레 북부 이키케 항구에 들어온 약 6만 톤의 헌 옷 중 약 2만 톤이 중고 의류 상인에게 되팔리거나 중남미 국가로 반출되고 남은 양이다. 사막 위에 널려있는 이 합성 의류들은 버려진 타이어나 플라스틱만큼 독성이 강해 합법적 매립이 불가하다. 결국 우리는 사막 모래 위에 옷이 지속적으로 쌓이면서 생분해되기까지 무려 수백 년을 기다려야 한다.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합니다”
패스트패션의 환경 오염 가속화에 맞서 친환경 전략을 내세운 의류업체 역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대표적인 친환경 기업 파타고니아는 환경을 지키기 위해 상업적 피해를 감수하며 “우리는 우리의 터전,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한다”라는 기업 정신을 지키고 알리는 브랜드다. 

파타고니아는 1993년에 패션 업계 최초로 버려진 페트병을 폴리에스터 원단으로 재가공해 ‘신칠라’라는 신소재를 만들었다. 이 신소재를 사용함으로써 생산 시 폴리에스터의 원료인 석유 사용 의존도를 낮추고, 폐기 시에는 소각로에서 나오는 오염 물질이 줄어든다. 1994년에는 화학 비료와 농약을 사용한 목화 면이 환경을 해친다는 것을 깨닫고 목화 면 사용을 중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외에도 2025년을 목표로 모든 생산 제품을 재활용 소재 또는 재생 가능한 소재로 만들기 위한 계획과 공정 무역 봉제 비율을 기존 83%에서 더 확대할 계획이다. 파타고니아의 의류 산업은 생산부터 폐기까지 친환경적인 기업 정신을 보여준다. 

SPA 브랜드도 친환경적 움직임에 시동을 걸었다. 대표적인 SPA 브랜드 H&M은 지난 2020년 친환경 소재와 지속가능성을 기반으로 한 가을/겨울 컨셔스 익스클루시브(Conscious Exclusive) 컬렉션을 출시했다. 폐기물과 지속이 가능한 소재로 제작된 제품을 재탄생시켜 폐기물의 잠재력을 깨닫고자 한 친환경 서비스이다. 이외에도 에잇세컨즈는 폐페트병을 재활용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스파오는 2023년까지 데님 라인 전체를 친환경 소재로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느리지만 올바르게
브랜드를 막론하고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피해를 점차 줄여나가고 결론적으로 없앨 수 있도록 친환경적인 의류 산업 환경이 구성돼야 한다. 김진영 홍익대학 섬유미술패션디자인과 교수는 의류 생산 업체에 대해 “디자인 스타일 수를 줄이고 주요 디자인 중심으로 생산되는 제품 수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소비자들에게는 “옷을 구매하기 전 이미 갖고 있는 기존 아이템과 접목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전했으며 “안 입는 옷은 리폼하고, 중고 시장을 통해 옷을 나누는 등 옷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희라 우리대학 가정교육학과 교수는 현재 의류 산업의 과정을 되짚었다. “의류업체들은 재고의 양 제로화를 위해 상품 발주부터 생산 소비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데이터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는 입지 않는 옷을 줄이기 위해 현명하게 선택해야 하고, 정부와 기업은 섬유를 재사용할 수 있는 기술 개발과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며 친환경 의류 산업을 위해 모두가 함께 힘써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의식주의 “의”. 우리가 살아가는 데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오늘날의 의복은 각자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하나의 장치로 활용되면서 급변하는 유행의 흐름을 탄다. 소비자는 그 유행을 급히 쫓았고, 쓰레기 무덤을 만들었다. 빠른 선택과 소비가 오염시킨 지구는 또 다른 무덤을 만들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는 패션업계의 빨리빨리 문화를 벗어나 느림의 미학을 실천해야 할 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