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정의로운 사회를 원하는 사람들
‘정의’란 무엇인가. 사전에서는 ‘정의’를 ‘진리의 맞는 올바른 도리’,‘바른 의의’라는 뜻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의로운 사회라는 것은 우리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우리 사회에서 정의를 잘 느끼지 못하고 ‘모범택시’와 같이 소위 말하는 ‘사이다’를 느낄 수 있는 글이나 영상을 보며 통쾌해한다.
모범택시는 일반적인 드라마 구성과는 조금 다르다. 하나의 스토리로 드라마를 진행하는 것이 아닌, 여러 에피소드를 나열하는 형식으로 구성된다. 택시회사 무지개 운수의 택시기사 김도기가 마땅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억울한 피해자들을 위해서 사적으로 복수를 대행해 준다. 학교폭력 피해자의 의뢰를 받아 교사로 위장하여 가해자들을 응징하거나, 보이스피싱 직원을 납치해서 보이스피싱 일당의 본거지를 찾아 제압하기도 한다.
모범택시는 악대 악의 구도를 그리는 피카레스크 장르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악역들 못지않게 주인공도 복수에 성공하기 위해 납치, 폭력과 같이 불법 행위를 저지르기도 한다. 분명 옳지 않은 방법으로 정의를 실현하고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를 보면서 통쾌함과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악역들은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람들이다. 뉴스만 봐도 드라마에 나오는 학교폭력, 장기매매와 같은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자주 등장한다. 이렇게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법의 심판을 받게 된다. 법의 심판을 받는다는 것, 우리사회에서 정의를 실현하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재판 결과에 대해 쉽게 납득하기 어려워한다. 사람을 죽였지만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심신미약 판정을 받아 형을 감형받고, 피해자에게는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겨도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고작 몇 년 형의 판결을 받는 사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우리 사회에서 법을 통해 정의를 실현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복수’라는 옳지 않은 방법을 통해 정의를 실현해도 사람들이 통쾌해하는 것이 아닐까.
현실 세계에서는 ‘무지개 택시회사’와 같은 복수 대행 회사는 존재할 수 없다. 또한 사적 복수를 통해서 정의를 실현하는 것도 정당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이러한 복수에 대해 통쾌함을 느끼고 좋아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우리가 사는 현실에서 사람들이 납득할 만한 판결이 나오고 범죄자들이 제대로 처벌받았더라면 이 드라마는 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초범이라고 깎고, 심신미약이라고 깎고, 반성한다고 깎고. 근데 그거 알아요? 피해자는 그딴 거 신경도안 써’ 드라마 모범택시의 엔딩 카피다. 법의 심판을 받아 마땅한데도 오히려 법을 사각지대로 삼아 풀려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물론 우리나라의 법체계가 완전히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또한 법체계를 성급하게 바꾸는 것도 옳지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법이 ‘가해자’를 보호하는 법이 아닌 최소한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이 됐으면 한다.